오래전 일본에서 렌트카로 이동중 교통사고를 당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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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九州의 아소산 阿蘇山을 가기위해 후쿠오카에서 차를 빌려 갔다

활화산의 모습등 멋진경치를 구경하고 온천지로 이동하다가 중턱쯤 전망이 좋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잠시 있었는데 옆에 세운 밴(8인승 봉고?)이 후진을 하다가 내차의 앞을 쿵 하고 받는게 아닌가

“이런… 골 아프게 생겼군”

일본에서 렌트카를 하면 반드시 주의할 점이 누구의 잘못이든 어디에서 난 사고이던 혼자 쳐박았건 불문하고 경찰에 연락해 사고조서를 꼭 받아야만 보험이며 보상이며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혼자운전하다 공공시설( 가드레일 안내판 전봇대등)을 파손하고 나몰라라 자리를 뜨면 우리나라 대인뺑소니 만큼 큰 벌과 손해를 물어야하는 일이 생긴다

일단 나갔다
상대편 운전자도 튀어 나왔다

“뭡니까” ( なんだよ)

“아! 죄송합니다
제가 운전을 잘못했습니다”
20대초반의 청년이었다 운전에 미숙해 보였다 (내 인상에 쫄은듯 했다 ㅋ)

그러더니
어떻게 할까요… 하더라

그래서 미간에 줄 두개를 접고
뭐가 어떻게 하다니?!?
난 그냥 가만 있었을 뿐이고 피해자이니 당신이 처리를 해야쥐?!?

아!!!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어떻게 해드려야 되나요
저도 몰라서…

그러고 보니
뒤에 비슷한 나이의 청년 다섯명이 줄을 맞춰 나란히 서서 똑같이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좀 안됐기도 해서 물어보니 코오베의 어느 대학에 다니는 2학년 동급생들인데 큰 맘먹고 큐슈에 밴을 렌트해서 놀러온 것이었다

일단 경찰을 불러~
난 한국에서 와서 내 전화로는 경찰부르기 힘들어~
사진은 각자 찍고 차는 그대로 둬~

내가 한마디 할때마다 여섯명은 부동자세로 일렬로 서서 함께 동시에 머리를 조아렸다

10분… 20분…. 30분…. 그들은 그렇게 서서 기다렸다

난 일정이 흐트러지는게 짜증 났지만 포기하고 앞에 펼쳐진 화산지형과 세계유례가 드믄 칼데라지형을 감상했다

거의 40분쯤 지나자 패트롤이 한대 삐뽀빼뽀하며 다가왔다
경찰을 그렇게 반가워하는 청년들은 처음봤다 서로부둥켜 안고 이제 살았다하는 표정으로 팔딱팔딱 뛰었다 ㅋㅋㅋ

경찰이 경위를 물었다
‘난 가만 있었다 ‘,  이 한마디만 했다
그 후로 어떤 경위도 묻지 않았다

가해자와 피해자 면허증과 렌트카 서류를 확인하고 확인서에 싸인을 하고 원만히 끝이 났다
그런 과정중에 6명의 청년들은 나와 눈이 마추칠때마다 죄송하다고 한마디씩했다

아마 모우시와케고자이마생申し訳ございません을 (6명*8번)은 들은듯했다
그런데 놀라운것은 그들은 운전한 청년에게 아무도 나무라거나 짜증내지 않았다
자기들을 대표해 운전하다 부주의로 난 사고에 대해 운전자에게 책임을 덮어씌우고 탓을 하지 않았다

물론 나는 당신들 탓에 비싼 료칸저녁을 날리게 생겼다며 투덜대는 짓을 잊지 않았다 (예약도 안한건 비밀 ㅋㅋ)

그런데…

이 경찰 오마와리상이 나를 붙들더니
외국에서 온 사람이 사고가 났을때 써야하는 조서가 필요한데 그 양식은 제가 근무하는 파출소에 가야만 됩니다 죄송하지만 거기까지 좀 같이 가주셔야 겠습니다

흐미… 내가 잘못한게 아닌데 그런 시간까지 빼앗겨야 하나요!
일단 항의조로 얘기하고 상대가 강경하면 게길려고 했는데 경찰이 간곡히 부탁하는 어조로 말하고 사정하듯해서 그러자고 했다

그러더니
제가 근무하는 곳은 경찰서가 아니고 파견출장소 입니다 이곳에서 좀 멀구요
출장소라서 가족숙소랑 같이 있는데 나이드신 어머니랑 같이 살며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누추하고 불편하지만 거기까지 좀..어짜고 저짜고…집에 할망구가 말이 많아서…어짜고 조짜고….행정상 이런 불편함이 있는것을 좀 이해해 주시고.. 어쩌고저쩌고…
묻지도 않은 수다를 끝없이 하길래

“일았다고… 빨리 가시자고…”

패트롤과 내 차가 사고현장을 떠날때 까지 그 여섯은 차옆에 나란히 서서 인사하며 배웅을 했다
나는< 어이 조심하라고~ >하는 또 한번의 뻘짓도 했다 ㅋㅋㅋ

출장소는 멀었다
행정구역상 오이타켄大分県과 쿠마모토켄熊本県이 만나는 곳인데 쿠마모토켄에 해당되어 결국 예정에도 없는 곳까지 끌려가게 된것이다
경찰이 40분이 걸려 온 이유를 알게되었다
앞에 패트롤이 경광등을 켜고 캄보이를 해주니 이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싶었지만 모처럼의 여행스케쥴이 망가져 기분은 좋지 않았다

이윽고 어느 국도변의 출장소에 도착하니 문앞에 어떤 할머니가 나와 서 있었다

“어이 엄마 나 왔어”

어머니가 우리를 향해 정중히 인사하더니 여행중 본의아니게 사고를 당했냐며 다친데는 없는지 여행에 차질은 없는지 인사를 건넸다
이건 뭐 경찰서에 조서쓰는게 아니라 그 경찰관의 집에 손님으로 간 기분이 되고 말았다

경위서를 작성하는 사이에 그 어머니는 사무실옆에 붙은 작은 사택을 연신 오가며 우리에게 오차(お茶)와 차에 함께할 오미야게(お土産)를 갖다바치고 60이 다된 경찰 아들에게 똑바로 잘 해서 보내드리라고 잔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 말 많은 경찰은 경위서 한장 쓰는 동안 한국 얘기며 자기가 잘가는 한국구라브의 마마상 얘기며 이런데서 일하면 일이 많아 바쁜데 집세가 안나가니 좋고 쿠로가와 온천은 ‘내가 개발시켜 준것과 다름 없다’는 둥 수다 말통이 터졌는지 묻지도 않은 말들을 신나게 떠드느라 빨리 쓰지도 못하고 있었다
‘내가 이런것까지 묻습니까’ 눈에 힘을 주니..
‘아~~아~~ 죄송합니다 이런 쓸데 없는 절차도 다 깔끔히 해야하는게 경찰입니다 죄송합니다’ 하며 정색을 했다

조서는 다 쓰여지고 차앞까지 어머니랑 경찰이 나열해 인사를 하고 거길 떠 나려는데

“제가 원래는 쿠마모토까지 올 계획은 없었습니다 일부러 온건 아니지만 좀 억울해서 그런데 이왕 온거니까 근처에 쿠마모토 말사시미馬刺し라도 유명한 집을 소개해 주시면 그거라도 즐기고 가겠습니다.”

말이 떨어지자 마자
“아!!! 그건 제가 잘 압니다
일인분에 2~3천엔 예산으로 싸고 좋은집을 아는데 괜찮겠다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가시는 길쪽이니 좋을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전화를 해서 단골인양 주인을 찾고 이런분 모셔가니 잘 해드리라고 설레발을 떨며 인사도 해줬다. 그리고는 패트롤을 따라 오라며 경광등을 빽빽대며 신나게 앞서갔다

경찰 캄보이로 말사시미를 먹게되다니…

그 경찰은 우리에게 90도 인사를 다섯번쯤하고 돌아갔고 과연 그 가게는 맛있고 싼 집이었다

교통사고도 추억이 되는 오래전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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