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로 세상읽기] (2) 군인은 군인답게,대장은 대장답게

[논어로 세상읽기] (2) 君君臣臣父父子子…군인은 군인답게,대장은 대장답게

살다 살다 별 거지깽깽이 같은 일을 다 본다. 청와대 5급 별정직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내 군 인사 논의를 하다가 관련 서류를 분실했다고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행정관이 육참총장을 못 만난다는 법은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그런 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법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세상에는 ‘다움’이라는 게 있다. <논어> 안연편에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하는 법에 관해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齊景公問政於孔子 孔子對曰 君君臣臣父父子子)

아마 <논어>를 잘 모르는 사람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아주 유명한 얘기다. 이번 소극(笑劇)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다움’을 잃었다.
문제의 행정관은 행정관답지 못했다. 갓 변호사 자격을 따고 청와대에 들어간 일개 행정관이 감히 육군의 총수인 육참총장을 불러낸 것은 행정관답지 못했다. 담배 피러 나간다고 군 인사에 대한 서류를 방치했다가 분실한 것은 청와대 근무자답지 못했고, 공무원답지 못했다.
그 행정관보다 더 ‘다움’을 잃은 것은 육참총장이다. 아무리 청와대 근무자라고 하더라도,나이나 직급으로 보면 영관급밖에 안 되는 일개 행정관이 부른다고 달려 나간 건 체신머리 없는 짓이다. 육참총장답지 못했고, 대장답지 못했고, 군인답지 못했다. 약속장소에 나갔더니 급도 안 되는 새파란 젊은 놈이 나와 있으면, “싸가지 없는 자식!”이라고 호통을 치고 나왔어야 했다.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러지 않은 것은 어른답지 못했다. 흔히 하는 말로 나이값도 못한 것이다.
하기야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못하고, 장관이 장관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육참총장은 군인다웠어야 했다. 50만 육군의 총수다웠어야 했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렇게 남우세스러운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 만천하에 공개된 육참총장이 앞으로 영(令)이 서겠느냐 하는 것이다.
공자는 말했다. “군자가 되려는 사람이 진중하지 못하면 위엄을 갖출 수 없다.(君子不重則不威)”(<논어> 학이편).
공자는 또 말했다. “(지도자가) 그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행해지고, 그 몸이 바르지 못하면 비록 명령하더라도 따르지 않는다. (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 (<논어> 자로편)
부하들이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면, 장수가 그 자리를 지켜서 무엇하랴? 육군의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본인과 육군을 위해 나을 것이다.

미디어원=배진영/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