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규(和牛)와 WAGYU, 일본소의 세계화와 시모후리(霜降り)의 딜레마

和牛(わぎゅう)와 WAGYU, ‘와규’라는 발음은 같지만 사실은 구분된다. 보통 일본소란 의미로 통하는 와규는 일식붐을 타고 전세계에서 매우 인기가 있다.

와규의 최대 특징은 마블링(Marbling)이 아름다워 맛이 있다는 것인데 이를 일본어로는 서리가 내린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시모후리(霜降り)라고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알파벳으로 표기한 WAGYU가 아닌 와규(和牛わぎゅう)의 정의는 메이지 이후 일본의 기존 재래종에 외래종을 교배해 품종을 개량한 4종류의 육우종을 일컫는 것이다. 이는 쿠로게와슈(黒毛和種くろげわしゅ Japanese Black)와 갈색털의 아카게와슈(褐毛和種あかげわしゅ Japanese Brown Cattle)、뿔이 있는 니혼탄카쿠슈(日本短角種にほんたんかくしゅJapanese Shorthorn)、말그대로 뿔이 없는 무카쿠와슈(無角和種むかくわしゅ、Japanese Polled)다.

이 네가지 소 가운데 우리가 흔히 와규라고 하는 것은 쿠로게와슈(黒毛和種)가 약 95%다. 육질이 부드럽고 근육안에 흰 서리가 내린 것처럼 지방이 촘촘하게 박힌 시모후리(霜降り)상태가 뛰어나다. 코베우시(神戸牛こうべうし), 마쯔자카우시(松阪牛まつさかうし) 오미우시(近江牛おうみうし)처럼 산지명을 딴 우종은 모두 쿠로게와슈에 속한다.

와규(和牛わぎゅう)와 WAGYU를 구분하게 된 것은 2007년 일본의 농림수산성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와규(和牛わぎゅう)는 위의 네 가지 품종과 그 교잡종으로 가축등록제도에서 확인되고 유통제도에 따라 일본국내에서 출생해 사육된 것에 한정된다.WAGYU는 와규(和牛)유전자가 해외로 건너가 생산된 순도가 높은 외국산 와규다.

WAGYU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호주산으로 시모후리가 일본산에 거의 근접하고 있지만 가격은 일본산의 절반에 불과하다. 일본산 와규(和牛)는 1990년대부터 동남아에 수출돼 상당한 인기를 누렸지만 2010년 구제역과 2011년 원전사고로 휘청거렸고 그 틈바구니를 노려 호주산과 미국산 WAGYU가 시장을 잠식했다. WAGYU라는 단어로 보편화된 와규는 이제 일본산 쇠고기만을 의미하지는 않고 고급 쇠고기의 대명사가 됐다.

미국에는 아이다호주에 와규협회가 있다. 일본은 1976년부터 98년까지 22년간 와규를 미국에 수출했다. 콜로라도 대학이 쿠로게와슈(黒毛和種)와 아카게와슈(褐毛和種)의 수컷 두 마리씩을 도입해 미국의 암컷소와 교배해 와규혈통 93.5%의 소를 생산해 보급한 이래 텍사스,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에서 대량으로 와규를 사육하고 있다. 일본에 수출할 계획도 있었지만 일본산보다는 경쟁력이 떨어져 국내고부가가치화로 선회해 교잡종 혈통의 와규 또는 고베 비프로 유통되고 있다. 미국산 와규는 완전 정통은 아니며 제2의 앵거스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호주는 미국과 일본홋카이도에서 와규의 수정란과 정자를 도입했다. 호주 WAGYU를 보급한 데이빗 블랙모어라는 축산업자는 1988년 미 텍사스 A&M대학연구농장에서 접한 와규에 반해 호주에서 사육에 착수하는 한편 90년대에는 홋카이도 축산업자와 접촉해 유전자를 획득한다. 결국 그는 쿠로게와슈(黒毛和種)와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정통혈통의 와규(WAGYU)생산에 성공해 미국에도 수출하기에 이른다.

호주의 와규정자는 중국에도 건너가 슈에롱헤이뉴(雪龍黒牛)라는 와규혈통의 소가 생산된다. 일본의 종합상사인 켄마츠주식회사(兼松株式会)가 중국의 슈에롱찬예지퇀(雪龍産業集團)과 일중합작으로 켄마츠슈에롱식품유한공사(兼松雪龍食品有限公司)를 설립해 와규를 사육하고 있다. 슈에롱은 원래 가축사료인 볏집을 일본에 수출하다가 일본의 맛있는 쇠고기를 중국에 도입하기 위해 목장경영에 나선 것인데 2005년 8월부터 쿠로게와슈(黒毛和種)의 소를 생산해 중국각지에 판매하고 있다. 다롄 교외에 있는 슈에롱목장의 청결하고 음악이 흐르는 우사에서는 3만두 정도가 배합사료로 22개월간 사육된다.

일본통치를 겪었던 타이완에도 위앤씽뉴(源興牛)라는 와규혈통의 소가 있다. 일본통치시절 도입돼 양밍산(陽明山)에 방목된 흑모(黒毛)종의 소 16두를 농학박사 출신인 리덩후이 타이완 전 총통이 전후에 사들여 화롄에서 사육해 보급한 종인데 소 이름은 그의 신베이시 산즈의 거소명인 위앤싱쥐(源興居)에서 이름을 따 명명한 것이다.
일본인들이 이 위앤씽뉴(源興牛)의 DNA를 조사해 보니 일본 와규의 원형이라 불리는 미시마 우시(見島ウシ)와 가장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미시마 우시는 야마구치 하기시에서 40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섬 미시마(見島みしま)에 서식하는 종으로 개체수가 적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수십두가 사육되고 있다. 위앤싱뉴의 조상이 미시마우시라는 가설이 맞다면 아마도 일본통치시절 야마구치현과 인접한 후쿠오카 키타큐슈시 모지항을 통해 타이완의 지룽항으로 전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와규(和牛)는 이처럼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여러 지역에 뿌리내리고 그 품질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그 품질력의 핵심은 뛰어난 시모후리(霜降り)의 맛이다. 일본와규에서 시모후리가 중요시 된 것은 1991년 쇠고기 시장자유화로 밀어닥친 저렴한 수입육에 대항하기 위해 고부가가치를 추구한 성과다. 하지만 딜레마도 있다. 시모후리(霜降り)는 건강에 좋지 않은 지방이라는 인식과 함께 구미에서는 여전히 붉은 살코기가 대세이기 때문이다.

시모후리 위주의 일본와규가 한차례 좌절을 맛본 사례는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한때 돌풍을 일으킨 이키나리 스테이크(いきなりステーキ)의 인기였다. 2013년 12월에 등장한 이키나리(갑자기) 스테이크는 저렴하면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쇠고기 레스토랑이다.

“전채고 뭐고 생략하고 갑자기 300그램의 스테이크를 서서 먹는다”(前菜も何も抜きで、いきなり300グラムのステーキを立ち食い)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키나리 스테이크는 호주산과 미국앵거스의 붉은 살코기가 주메뉴인데 시모후리(霜降り)를 최고로 알았던 일본와규축산농이 한때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디어원=박상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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