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담의 복원전통주 스토리] 향초(香草)의 향기를 입은 ‘향훈주(香薰酒)’

(미디어원=박록담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의 전통 술 빚는 법에 있어, 2양주의 등장은 이미 고려시대 때부터 활발하게 전개되어,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주류(主類)를 이루어 소위 전성기를 맞는데, 그 가운데 두드러진 특징 하나가 술이름에 향(香) 자가 붙은 주품의 등장을 들 수 있다.

이를테면, ‘청명향’을 비롯하여 ‘석탄향’, ‘하향주’, ‘감향주’, ‘하일청향죽엽주’, ‘향감주’, ‘향설주’, ‘향로주’, ‘인유향방’ 등 다양한 주품들이 사랑을 받아오다가, 조선 후기에 접어들면 일시에 사라지게 되는데, 아직 그 이유를 뚜렷하게 밝혀놓은 기록은 없다. 그와 같은 예로 ‘향훈주’가 1600년대 기록인 <술방문>에 수록되어 있으나, 이 술 역시도 단절되어 세인들 사이에서 잊혀지고 말았다.

‘향훈주’가 어떤 술인가 하고 <술방문>의 주방문을 보니, 예사 술이 아닌듯하여 다른 기록들을 살폈으나 유사한 방문은 드물었고, 현재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경주 교동법주’와 전남지방의 무형문화재인 ‘해남 진양주’의 방문과 흡사했다.

‘경주 교동법주’나 ‘해남 진양주’가 다 같이 궁중(宮中)에서 유래된 전통주가 반가(班家)에 전해진 술이라는 사실과 관련하여, ‘향훈주’의 주방문이 그와 흡사하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사실로 미루어 그 역사를 유추해보면, ‘향훈주’가 대략 300년~200년 전에는 반가의 술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나, ‘향훈주’라는 주품명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좋은 향초(香草)의 향기가 있는 술’ 쯤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향훈주’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밑술을 죽으로 빚는 술이라는 사실로 미루어 술빚는 방법의 전형을 담고 있다고 하겠으며, 덧술은 누룩이나 물 없이 밑술 쌀의 5배에 달하는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술을 빚으며, 온기가 있는 방에서 발효시키는데, 발효 숙성 단계 중에 ‘후수(後水, 加水)’한 뒤 채주한다는 점이다.

밑술을 죽으로 빚는 술은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방문으로 특별할 것이 없다고 하겠으나, 향훈주는 밑술의 쌀을 가루내지 않고 쌀알 그대로 죽을 쑨다는 점에서 그 특징을 지을 수 있고, 이러한 방법이 ‘경주 교동법주’나 ‘해남 진양주’의 주방문과 유사하다고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죽(粥)은 곡물을 가루로 만들어 쑤는 것으로만 알고 있으나, 사실은 쌀 그대로 물과 끓이는 죽이 먼저였다고 알려지고 있으며, 그 역사가 가장 오래된 식사형태였다고 하는 점에서 ‘향훈주’와 같은 주방문이 우리 술 빚는 법의 전형을 이루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향훈주’처럼 곡물의 형태 그대로 사용하는 죽은 가루로 만든 죽보다 훨씬 감칠맛 나는 술맛과 함께 정통청주의 맛을 간직, 한 번 맛을 들이면 절대 잊지 못한다. 특히 ‘향훈주’처럼 ‘향(香)’자가 술이름 앞에 붙은 주품들의 경우, 대개가 술을 빚는 과정은 복잡하나, 발효기간은 짧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호화시킨 재료를 온기가 남게 또는 따뜻하게 식혀서 술을 빚거나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키는 예가 많다는 것이다.

‘향훈주’ 역시 온기가 있는 공간에서 발효시킴으로써, 단시간에 당화를 촉진시켜 당도가 높아지는 데서 술의 향기가 좋아지도록 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고, 그 양을 늘리기 위해 후수(後水)를 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덧술을 빚은 후 탕수(湯水)를 후수(後水)하는데 있어 주의할 일은, 탕수를 반드시 차게 식혀 사용하도록 해야 숙성 중에 실패하는 일이 없고, 가수(加水)를 하는 시기도 술의 발효가 거의 끝날 무렵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향훈주’는 ‘경주 교동법주’와 ‘해남 진양주’와 비교해 진득한 맛과 향기에서 떨어지긴 하나, 역시 맑고 밝은 술 빛깔과 함께 감미롭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향훈주방문(香薰酒方文) <술방문>

◇술 재료 ▴밑술:멥쌀 2되, 누룩 1되 5홉, 물 10사발

▴덧술:찹쌀 1말, 후수(끓여 식힌 물 2식기)

▴밑술 빚는 법:①멥쌀 2되를 매우 깨끗이 씻어(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린다(다시 헹궈 건져서 물기를 빼 놓는다). ②솥에 물 10사발을 붓고 (끓이다가, 따뜻해지면) 멥쌀을 합하고, (주걱으로 천천히 저으면서) 팔팔 끓여 죽을 쑨다. ③죽이 무르게 익었으면, 물기 없는 넓은 그릇에 퍼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차게 식은 죽에 바래어 준비한(법제) 누룩 1되 5홉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1(2)일간 발효시킨다.

▴덧술 빚는 법:①찹쌀 1말을 씻어(백세 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8시간 정도) 불렸다가, (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서 소쿠리에 밭쳐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찐다. ②고두밥이 무르게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내고 주걱으로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고두밥에 밑술을 한데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밀봉하여 온기만 있는 곳에서 7일간 발효시킨다. ⑤물 2식기를 팔팔 끓여서 차게 식힌 후, 술독에 붓고(젓지 않는다), 다시 예의 방법대로 하여 3~4일 후에 채주하여 마신다.

글:박록담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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