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파이프(heat pipe)를 구하라”/삼성전자 발등에 불떨어져/갤럭시S10,폴더블폰, 5G전용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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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원=정 인태기자) 모바일 혁신을 이끄는 삼성전자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필수재인 ‘히트 파이프(heat pipe)’ 수급 문제 때문이다.

히트 파이프는 중앙처리장치(CPU)의 열을 분산하는 장치로, 현재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모든 스마트폰에 장착된다.

스마트폰이 고사양화되면서 기기에서 발생하는 발열을 잡아주는 중요한 부품이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가 없다 보니 중국에 있는 공장으로부터 전량 납품 받는 실정이다.

삼성전자가 납품받고 있는 생산 공장은 모두 외국계 기업으로 중국에 있는데,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공장 2곳과 일본 기업이 운영하는 중국 공장 1곳, 대만 기업이 운영하는 중국 공장 1곳이다. 이들 공장으로부터 삼성전자는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약 1000만~2000만 개의 히트 파이프를 공급받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6년 갤럭시 S7 때부터 지금 사용하고 있는 방식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위에 수랭식 히트 파이프를 붙이는 방식을 사용하면서 수랭식 히트 파이프 제작이 가능한 이들 공장과 계약하고 공급받고 있다.

수랭식 히트 파이프는 파이프에 소량의 물을 채운 히트 파이프로 AP의 온도가 올라가면 물이 수증기로 변해 AP와 먼 곳으로 이동시키며 AP 온도를 낮추는 기능이 담긴 부품이다.

이 수랭식 히트 파이프가 귀해진 것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이 프리미엄 스펙을 갖추고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면서 수랭식 히트 파이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수랭식 히트 파이프 공장에서 서로 공급을 받다 보니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3월과 4월 출시하는 갤럭시 S10과 폴더블폰만 하더라도 필요한 히트 파이프 초도 물량만 3000만 개인데 구매팀이 에이전트를 총동원해 가까스로 물량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 생산이 필요할 경우 히트 파이프 수급은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삼성전자의 히트 파이프 수급 어려움은 사실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8월 출시된 갤럭시 노트9에 들어가야 하는 히트 파이프 중 약 300만~400만 개를 제때 확보하지 못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점유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IDC가 발표한 2018년 3분기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보면 1위는 삼성전자(20.3%), 2위 화웨이(14.6%), 3위 애플(13.2%), 4위 샤오미(9.7%), 5위 오포(8.4%)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여전히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전년 동기(2017년 3분기) 대비 1.8%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화웨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포인트나 성장하면서 2017년도 2위였던 애플을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다. 샤오미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점유율이 2.2%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히트 파이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5G 전용 스마트폰을 개발 중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측은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 히트 파이프 업체를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기업 중 스마트폰용 히트 파이프를 생산하는 업체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이유는 단가 때문이다. 인건비와 원자재 수급 단가가 중국 기업에 밀리기 때문에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중국 업체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현재 삼성전자가 중국 공장으로부터 납품 받고 있는 가격은 1000원 수준인데 국내에서 생산하면 최소 2배 이상 가격차가 벌어진다.

기술력도 중국 업체에 비해 밀린다. 세계 최고의 굴뚝 공장이라는 명성만큼 중국은 제조 산업, 그중에서도 금형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기술자들도 중국에 대거 모여 있다. 구조상 한국 업체가 히트 파이프를 생산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히트 파이프는 단순한 제조 산업이 아니다. 정보기술(IT) 발달과 함께 스마트폰이 고사양화되면서 함께 발전하고 있는 하이테크 제조 산업이다. 더욱이 스마트폰이 고사양화될수록 히트 파이프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갈수록 히트 파이프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히트 파이프를 공급받기 위해 국내 기업을 최우선으로 여러 업체를 알아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마땅한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