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민 작가, 칼럼니스트, 시사평론가

역사는 되풀이 된다. 현 정권은 나라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겠다(?)는 포부를 가진 정부라 말하려 한다. 조선시대로 가보자. 그 시대 조선의 가장 못난 임금 세 명이 있다. 선조와 인조 그리고 고종! 역사는 우연을 이해하지 않는다. 이들이 비록 시대를 잘못 타고난 왕이라해도 못난 건 못난 거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다 알테니 굳이 말하지 않겠다. 다시 한번 말하면 역사는 반드시 도돌이표다.

대한민국은 건국 과정에서 프랑스처럼 하지 못하고 친일파 처단에 완전 실패했다. 하여 국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음은 물론이다.

조선조 왜란이 일어나자 백성들에게 돌팔매를 맞으면서도 의주로 몽진(줄행랑)을 가서 나라를 명에 바치고 스스로 내부(속국)의 나라가 되려 했던 못난 임금 선조는, 정유재란이 끝난 지 9년 후인 1607년, 도구카와이에야스(덕천가강)의 에도 막부가 국교수립을 간청해오자, 포로를 돌려받는 조건으로 다시 외교관계를 맺었다.

수십 만 백성들의 억울한 죽음, 몰살! 일본에 산재한 코무덤과 귀무덤의 원혼! 완전 황폐화한 조선강토! 재조지은 탄생의 굴욕! 등, 원한이 전혀 가시지 않은 9년 사이에 사죄도, 전쟁배상도 없이 일본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것도 도망간 못난 임금 선조가 말년에 또 저지른 웃픈 역사였다.

그 못난 역사의 도돌이표는 일제의 식민지배가 끝난 뒤 20년 후인 1965년, 한일국교가 정상화 되며 반복된다. 소위 김종필-오히라 회담이 그것이다. 당시 한일회담에서도 한국은 조선의 선조처럼, 일본으로부터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지 못했다. 일본은 대놓고 한국을 무시했다.

역사에 있어 뚜렷한 자세로 결단과 결기를 세워 시시비비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시대에 당당할 수 없고 무시해도 할 말이 없다. 슬픈 일이지만 우리가 언제 분명하게 어떤 역사적 사실에 대하여 냉정하게 비판해 본 적이 있는가?

조선말기(대한제국) 일제강점기가 왜 왔는가? 찬란한 문회진경기 조선소중화 시대를 연 숙종영조정조 사후, 그 찬란한 문명을 잇지 못하고 역사진전을 방해한 노론세력을 우리가 얼마나 비판해 봤는가.
세도정치로 나라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든 안동 김씨, 풍양 조씨 일족들을, 그 가문이 저항할까 두려워 감히 비판하지 못하고 쉬쉬하며 침묵해왔다. 또한 못난 왕 고종을 무시하고 권력을 휘어잡고 국고의 1/5을 탕진하며, 조선멸망의 단초를 제공한 민비(명성황후)와 그 일족도, 일본 낭인에 의한 그녀의 처참한 죽음을 이유로 모른 체 했고, 급기야는 그녀의 삶을 뮤지컬로 승화까지 해가며 미화하는데 혈안이 됐지만 끝내 단죄하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진영의 논리에 따라 시시비비를 다르게 하는 것도 전혀 옳지 않다. 한국전쟁을 일으킨 김일성(김성주), 박헌영에게는 어떤 비판도 가하지 않고 침묵하는 세력도, 역사적으로는 결코 옳지 않은 짓을 하는 것이다. 산업대통령 박정희의 친일(다까키 마사오)과 독재를 비판하면서도, 그의 남로당 전력에는 침묵하는 태도도 역사진단의 바른 자세는 아니다.

역사에 대해 취하는 비판의 자세에 있어, 비평을 하지 않아도 될 곳에서 하는 태도나, 해야 하는데도 피하는 것은 직무유기 행위를 스스로 범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국가의 혼과 기백은 항상 얼이 빠져 있는 것이다. 고려하자면 윤리니 비윤리니를 따지기 전에, 사실(Fact)에 대한 올바른 전달이 더 중요한 것이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언제까지 ‘전라도와 경상도, 그리고 여타지역(고구려 신라 백제)’으로 나뉘어 겨룰 것이며, 낡은 ‘좌우 보수진보 이론’에 휩싸여 진영논리로 역사와 민족을 재단할 것인가? 정권을 쥔 자들이나 무슨 단체의 수장들은, 또 언제까지 자신의 욕망과 치부를 위한 국고탕진과 기부금 해처먹기를 계속할 것인가? 인간의 기본품성인 <사단칠정>은 도대체 어디로 패대기친 것인가?

다시 말하지만 역사는 항상 되풀이 된다. 작금의 정부가 적폐로 청산하려는 노론세력은 아직도 분명 살아(보수정당이나 기존 주류들 중) 있다. 그러나 엄정한 이유로 말하면 적폐는 언제나 새로 쌓이는 것이다. 즉 적폐를 청산하는 세력이 기득권을 가지면서 스스로 다시 적폐가 되는 것이고, 뒤이어 탄생한 신세력에 의해 마찬가지 적폐로 단죄되는 것이다. 정반합(正反合)의 논리에서 합(合)은 다시 정(正)이 되는 것이니까.

“역사는 전혀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그 역사를 이용하여 정치하는 인간들에게 물어야 한다. 분명 잘못하는 것이 맞는데 아니라고 우기는 자들이 바로 죄인인 것이다.”

글: 박철민 / 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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