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의한 지구 정복의 역사는 끝이 없다. ‘정복’이라는 단어를 미화하면 ‘여행’이 된다. 인간은 이미 예전부터 우주여행을 꿈꾸며 지구 밖으로 시선을 돌린지 오래다. 이렇게 인간에 의해 모든 곳이 벗겨진 지구지만, 결코 살수는 없는 곳이 지구상 딱 두 군데가 있다.
그곳은 지구의 머리끝과 발끝, 만년설로 뒤덮인 극지방이다. 그러나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곳에서도 인간의 방문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다.
온난화가 가져다 준 선물인 북극 여행. 그곳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하얀 사막’ 북극
얼마 전 방송국에서 자연다큐 ‘북극의 눈물’이 큰 화제가 되었다. 관광지라고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고 끝없이 하얀 눈이 전부일 것 같은 ‘하얀 사막’인 북극. 상상을 초월하는 강추위가 계속되는 북극에도 생명은 살아간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한없이 공허할 것만 같은 이곳에도 사계절이 존재하고, 몇 만년 동안 쌓인 눈을 뚫고 피는 작은 꽃이 있으며, 이곳의 터줏대감 북극곰은 물론 잠깐씩 숨을 쉬러 수면위로 고개를 내미는 고래 때를 볼 수 있다. 여름에는 위도의 특성상 하루 종일 해가지지 않은 백야상태가 계속되며, 티 없이 맑은 날엔 하늘이 수놓은 푸른빛의 오로라도 볼 수 있는 곳이 북극이다.


756. 로버트 피어리경이 1909년 북극을 인류최초로 정복하기 전까지 사망한 탐험가의 수다. 북극을 처음 발견했을 그 당시엔 몇날 며칠을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정복했지만 오늘날에는 돈과 시간만 있으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북극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가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물론 관광지로의 개발(?)이 덜되어 아직까지는 북극행의 목적이 극지방의 연구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가 헬리콥터를 탑승하고 편하게 관광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을 만들어 자국의 외화벌이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북극점가지 딱 일주일 걸리는 일정으로 매년 4월에 단 한번 기회가 있다. 또한 수십 마리의 개를 선두로 추위와 싸우면서 썰매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지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 ‘북극의 눈물’을 직접 확인하자
북극점까지 헬리콥터로 가는 방법의 시작지점은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다. 모스크바를 떠나 전세기나 일반비행기로 북쪽으로 이동하면 되는데, 머만스크, 아르한겔스크, 보르쿠타, 노릴스크 같은 도시들, 북극이나 프란츠 조셉 랜드 같은 군도들이 여행에서의 중간지점이 된다. 극지방을 여행하는 만큼 최적의 건강상태가 요구되며 날씨 등 기타 여러 사정들을 고려해 주최자에 의해 선택하게 된다. 사용할 비행기와 헬리콥터의 유형 또한, 그때의 기후적 상황에 맞게 결정된다.
북극점에서부터 대략 100km 떨어져 있는 마지막 베이스캠프인 아이스-베이스에 머물게 되는데, 아이스 베이스에는 잘 준비된 따뜻한 텐트와, 먹을거리 그리고 연료들이 있다. 북극으로 다가갈수록 기온은 더 떨어지므로 이곳에서 복장을 점검하고 몸을 따듯하게 해야 한다.
Mi-8라는 헬리콥터를 타고 북극점의 아이스 베이스까지 30분 정도후면 도착하면, 2~4시간 정도 북극점에 머문 후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약간의 견학과 기념사진 등을 찍고 원래의 아이스 베이스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비행 탑승과 대륙을 떠나는 것은 지체 없이 진행되지만, 가끔 대륙을 떠나기 전에 날씨 때문에 몇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는 따뜻한 텐트에서 따뜻한 음식, 차, 커피 등을 마시면서 편하게 기다리면 그만이다. 거대한 얼음덩이인 북극은 지구내 자성물질이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북극점의 위치도 항상 변한다. 그러므로 여행사 스태프들이 GPS 인공위성 장치를 통해 정확한 북극점의 위치를 알려줄 것이고, 그럼 관광객이 자기 나라의 깃발을 바로 그 지점에 꽂는다. 바로 당신이 아무것도 없는 북극해의 가운데에 깃발을 꽂는 새로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특별한 경험은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했을 때,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희열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프로그램 참여 인원은 10에서 40명이며, 각국의 국기가 둥글게 꽂힌 이곳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으며 지구 최북단 꼭짓점에 도착한 감격을 함께 하는 즐거운 추억을 선사해줄 것이다. 그러면서 식사로 보드카, 샴페인, 샌드위치, 야채와 과일들이 제공이 되는데, 보드카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빠르게 얼기 때문에 축배는 짧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북극점에 착륙 후,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아 점퍼후드를 꽉 조이지 않아도 된다면 헬리콥터가 엔진을 끄고 잠시 이 ‘하얀 사막’의 고요함에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북극점에 가기 전에는 안전 수칙에 대해서 브리핑을 받게 되는데 잘 기억해야 하며, 관광을 마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뒤에는 북극점 방문 증명서를 받고,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과 함께 즐거운 파티가 기다린다. 분명 이 증명서는 큰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북극이라는 혹한의 한정된 공간에서 관광지로써의 매력을 기대하기는 무리일 수 있다.
북극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오로지 극지방ㅇ에 발도장만을 찍는 상징성 때문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피어리경이 북극을 처음 정복하고 나서 백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북극으로의 여행은 편해졌지만 동시에 슬픔이 느껴지는 모순은 아마도 지금 현재 빠르게 녹고 있는 북극곰의 터전, 북극이 걱정스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