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보석 같은 섬… 더 빛나는 피지의 사람들…

흔히들 자신에게 묻곤 한다. 적자생존이 판을 치는 정글같은 사회에서 악바리처럼 살아남을 것인가, 고고하게 정신적 풍요로움을 최고 가치로 삼고 삶을 관망하며 살 것인가.

여기 세상에서 가장 바빠 보이는 사람이 있다. 페덱스라는 세계적인 기업에서 일하면서 촌각을 다투며 지구촌을 넘나들고, 가족이나 여자 친구는 안중에도 없다. 척 놀랜드. 그의 이름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피지의 한 섬에 고립된 척이 그렇게도 그리워했던 것은 수많은 정보가 담긴 인터넷세상도 아니었고,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는 최첨단 기기도 아니었다. 그저 한 사람의 목소리를 원했고, 자신의 볼에 맞댈 수 있는 따뜻한 입술이 필요했을 뿐이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는 워커홀릭 척을 통해 사람(人) 사이(間)에 인간(人間)을 이야기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비로소 살아갈 수 있는 인간들은 때로 스스로를 속이곤 한다. 수많은 관계와 관계로 얽힌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가치 있는 삶의 방향성을…

척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피지의 낯선 무인도에서 깨달음을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사람. 바로 그것이라고

# 따뜻한 사람에의 그리움… 피지가 딱!

무인도에서의 생존이란 심지어 모닥불을 피우는 장면마저도 사람들을 환상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하루만 핸드폰이 없어도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들이 생활의 불편함과 자연에 의한 생명의 위협은 차치하고 석양 속 해변에 홀로 누워있는 낭만적인 모습만 떠올리는 것은 어찌 보면 참 의아하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고 했던가? 정말 피지의 많은 섬들이 뽐내는 에메랄드 빛으로 장식된 너울지는 남태평양의 파도와 고운 모래사장은 생존 욕구를 불식시키고도 남는다. 당장 배고픔에 허덕이는 척에게 연민을 느끼다가도 그의 뒤로 비춰지는 보석같은 배경에 감탄을 연발하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330여 개의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피지는 이중 30%가 여전히 무인도로 남아있다. 캐스트 어웨이 촬영지인 피지의 몬두리끼 섬 역시 아무도 살지 않는 외딴 섬이다.

피지에는 캐스트 어웨이라는 섬이 따로 있지만 고급리조트가 늘어선 이 섬은 실은 영화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곳이다. 몬두리끼 섬이 피지 섬들의 외곽에 위치한 작은 무인도라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어렵기 때문에 입지가 좋은 다른 섬이 캐스트 어웨이라는 이름을 차지한 것이다.

피지에는 로빈슨 크루소 섬이나 보물섬도 있다. 사람들이 지닌 무인도에 대한 환상을 겨냥한 작명 마케팅의 결과로 탄생한 섬 명칭이다.

캐스트 어웨이의 촬영지로 피지가 선택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시간 허비는 죄악’이라는 신조를 갖고 살아가던 척의 일상은 시간에 거의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는 원주민들과 대비된다.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코리안 타임’과는 완벽히 반대의미를 지닌 ‘피지 타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니 말 다했다.

수입 면에서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극빈층이지만 최소한의 의식주만 해결되면 별반 문제없다는 식이다. 경쟁은 럭비와 축구 등 스포츠에서나 필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들의 여유는 그저 게으르기만 한 것이 아니다. 피지사람들은 어떤 인종, 어떤 나라의 사람들과 마주치든 마치 본능인양 ‘불라’를 외친다. ‘불라’는 ‘안녕하세요’ 이외에도 환영합니다, 축하해요, 건강을 빕니다 등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이 짧은 인사말에 피지 사람들의 착한 심성이 담겨 있다. 누구에게나 호의적이고, 할 수 있는 한 성심을 베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태생적으로 욕심이 없고 뼛속까지 착한 사람들인 것이다. 처음 보는 이방인을 아무런 경계심 없이 마실 나온 이웃처럼 대하는 태도는 그대로 감동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 삶의 가치가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에겐 어쩌면 익숙치 못한 행동방식일 지도 모른다. 눈만 마주쳐도 어색하게 얼굴을 돌리는 우리에겐 그들의 무던한 태도가 어쩐지 거북할 수도 있다.

문명에 길들여진 우리 자신을 원망할 지어다.

# 천국을 거니는 발자국 그리고 뜨거운 태양

피지에서 가장 큰 섬인 비티 레부 서쪽에는 난디 국제공항이, 동남쪽에는 수도인 수바가 자리잡고 있다. 각각의 섬들은 대부분 저마다의 독특한 리조트로 개발되어 있다. 따라서 이 작은 섬들을 도는 것만으로 다양한 액티비티를 경험할 수 있고, 그만큼 다채로운 만족을 맛볼 수 있다.

난디에서 남쪽 해안선을 따라 1시간 30분 정도 차를 달리면 닿게 되는 피지 최초의 국립공원 싱가토카. 피지의 고대 유적이 발견된 곳으로 고고학적 가치가 높아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도 수차례 소개된 적이 있다. 갖가지 농작물 재배가 활발해 샐러드 보울(Salad Bowl)로도 불린다. 사막처럼 드넓은 백사장과 모래 언덕이 즐비해 사진과 영화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산호초 해안을 따라 수많은 리조트가 위치한 코럴 코스트(Coral Coast)의 관문이기도 하다.

공항에서의 접근성도 좋아서 관광객이 1차로 찾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해변도로를 따라 드라이빙을 즐길 수도 있고, 당연하게도 스노클링이나, 경비행기 체험 등 해양 액티비티 천국이다.

골프와 바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도 잘 마련되어 있다. 피지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에 좋은 시기는 대략 4월부터 10월 사이.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바다에서의 스쿠버 다이빙. 분명 아름답고 낭만적인 경험 가운데 하나다. 피지를 찾아온 여행자들은 수정처럼 맑은 바다가 주는 강렬한 인상을 오래도록 잊지 못한다.

마마누다 군도에 속한 대부분의 리조트를 비롯해 야사와 군도, 벵가 섬, 타베우니 섬 등이 피지의 대표적인 다이빙 포인트다.

피지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타베우니는 원시 자연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화산섬으로 동식물의 식생이 풍부하다. 이로 인해 ‘정원 섬(Garden Island)’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섬이 유명한 이유는 날짜변경선이 섬을 가로지른다는 이유 때문이다.

조금만 걸어가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

날짜변경선 지점에는 나무로 제작된 이정표가 하나 세워져 있다. 이정표 중앙의 갈라진 틈을 경계로 한쪽은 어제를, 다른 한쪽은 오늘을 가리킨다. 두 발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디디게 되는 셈이다.

시간의 경계라는 형이상학적 표현은 바로 이 순간 형이하로 강등하게 된다. 강등이라는 표현보다는 체감이 낫겠다. 개념을 체감하는 그 느낌은 그저 두발로 버티어 선 자의 개인적인 감동일 따름이지만,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은 실로 오묘하다.

새해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더 큰 감동을 맞이할 수 있다. 내가 바라보는 저 떠오르는 태양은 그 누구도 볼 수 없었던 새해의 첫 태양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