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공산주의자’ 주장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 1심 무죄 선고

'문재인 공산주의자'발언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 1심 무죄선고, 사진: 김진영 기자

(미디어원=김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주장, 명예훼손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고영주(68)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시민단체 신년하례식에서 18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에 대해 “공산주의자이며,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9월 고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약 2년이 경과된 2018년 9월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23일 오전 선고판결에서 “피고인의 진술이나 자료를 종합해 볼 때 문재인대통령을 의도적으로 모함하거나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보이지 않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 믿으 온 체제의 유지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명예훼손의 고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신이 믿고 믿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유지에 집착하는 그성로 보인다발언은 의견을 표명한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을 모욕할 의도가 없었다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회적으로 이론의 여지 없이 받아들일 만한 자유민주주의 혹은 공산주의 개념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공산주의란 개념에 일치된 견해를 가질 수 없어 보인다”며 “이 표현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부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 적시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여러 논거를 종합해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평가한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묵시적으로 표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공적인 존재의 국가·사회적인 영향력이 클수록 정치적 이념에 대한 광범위한 문제 제기가 허용돼야 하고, 이는 공론의 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논박을 거치는 방식으로 평가가 내려 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형사 법정에서 정치적 이념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것은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 고영주의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에 대한 평가는 시민들 간 논박을 통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공적 인사인 만큼 그에 대한 평가는 폭넓게 이뤄져야 하며 재판부가 한 정치인의 가치관을 규정해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한편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은 강하게 반발하며 즉시 항소 의사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의 관계자는 ‘공산주의자’ 발언의 의미는 판결 내용처럼 단순히 북한 정권에 우호적이라는 의견을 밝힌 수준이 아니라 의도적인 색깔론으로 그 파장과 해악이 심각하다”며 “공론의 장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악의적 발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한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을 두고 “부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 적시로 보기 어렵다”거나 “명예훼손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재판부의 판단 근거에 대해서도 대 검찰청의 공안기획관을 지낸 공안검사 출신의 고 전 이사장이 ‘공산주의자’라는 말의 의미와 사회적 파장을 몰랐을 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2016년 고 전 이사장의 ‘공산주의자’ 발언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해 위자료 3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문제의 발언이 ‘과장된 정치적 수사’를 넘어 ‘명예훼손적 의견의 단정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