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민 칼럼] 길을 묻는다

길을 묻는다

페이스북의 친구숫자가 자꾸 5천을 찍어서 간만에 친구목록을 쭉 내려보았다. 많은 분들이 있었다.

십이년전 스물일곱 나이 정치판 들어와 활동하며 초기 트위터 연동으로 시작하여 뜨문뜨문 단상기록 저장창고로나 활용하던 때부터 현재에 이르렀다.

여야 정치인, 그 수하들, 당료들, 언론인들, 원 지인들, 동지들, 그외 사회생활하며 교류하던 많은 분들까지.. 최근에 이르러선 의식의 교감이 더욱 강화된 지인들을 더하니 적지 않은 숫자다.

어떤 분은 장관, 국회의원이 되어 있고, 어떤 분은 시장, 구청장이 되어 있다. 그때 말진이던 이들이 이제 여야 반장급의 나름 고참 실무언론인으로 여론주도의 중임을 맡기도 한다. 어떤 이는 필드를 바꿔 민간영역에서 혁혁히 활동하기도 하니 다들 어떻게든 자가발전하며 잘들 살고 있다. 흐뭇한 것이다.

야당하며 끈 떨어져 겨우 연명하던 분들이 정권의 최실세들로, 단체장들로 화려하게 복귀하여 국정의 핵이 되어 있기도 하다. 아마도 요 몇년새 나의 글들에 불편함을 느낀 이들도 적지 않았으리라.

대조적으로 9년간 정부요직에서 실권을 행사하거나 집권여당의 초재선중진 국회의원으로 계시던 분들이, 또 그를 도와 밤지새우며 일하던 분들이 현재는 숨을 죽이고 잠잠하게 계신다. 분명 나름은 소속 조직 내에서 방향과 무관히 그들의 일정대로 바삐 일하고 계실 것이다.

3년 전부터 한나라당의 그 많던 인물들이 어디론가 다 사라졌다. 그 사이 신당을 창당하기도 하고, 탈당하여 자취를 감춘 분도 있으며, 이 당 저 당 옮겨다니기도 한다. 과거 새누리당, 현재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대한애국당 할 것 없이 내눈엔 여전히 한나라당 분들로만 보인다.

서슬퍼렇던 실권자들이 감옥으로 가거나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져 갔다. 각자도생식으로 나름의 터전을 확보하기도 한다.

수년을 사라져 계시다가 최근 종편 정치예능프로바람으로 활동을 재개한 분도 있고, 미디어계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도 한다. 때론 그들의 논조가 곡학아세하며 집권세력 코드맞추기의 경우가 많아 의아할 때도 있다. 숱한 전변을 거쳐 이제서야 다시 재기의 몸을 푸는 분들도 있다.

이를 보면 참으로 세사는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겠다. 한편 꺼진 불도 다시보자며 새시대에 새권력으로 재등장하기도 한다. 정치는 생물과 같다더니 죽을 때까지 죽은 게 아니요, 죽어서도 산중달을 잡기도 한다. 앞날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전임 대통령 두분이 여전히 영어의 몸으로 계신다. 집권세력 교체에 따른 보복적 정치재판은 계속되고 사법부는 여론편승적 집권세력 눈치보기식 판결을 꾸준히 내고 있다. 법치가 길을 잃고 중우의 목소리에 사회전체가 표류한다. 영혼이 없다지만 영혼이 없을 수 없는 관료들은 집권기조에 발맞춘 부속품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안타까운 것은 그 한나라당 역전의 용사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냐는 것이다. 각자의 정치실험에, 집권세력 지지율 빠지기만을 기다렸다가 선거전 정치공학적 권토중래의 이합집산을 계산하고 계신가.

때를 기다리는 것도 방편이지만 역사는 하루하루가 쌓여 그려진다. 용사들 가운데 소수의 인원만이 고군분투 목소리를 내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시의적절하게 과감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겠다. 지킬 것이 있고 잃을 것이 있다면 그렇겠다. 약점을 잡혀도 그러하다. 점잖게 복지부동해야할 때라 생각한다면 그 또한 살아온 삶의 격조에 부합하리라. 하지만 그 뿐이다. 웰빙소리가 지겹지도 않나보다.

메시지 전달의 창구와 경로는 그리 많지 않다. 신문, 방송, SNS, 구전이다. 만약 직접메시지에 자신이 없다면 과거 수하나 동료, 주변 전문인의 자문을 구해서라도 타이밍에 맞는 행보들을 하셔야지 않겠는가. 물론 고퀄리티의 자료를 생성할 수 있는 사람이 소수이긴 하다. 그렇다 할지라도 각자가 구축해놓은 인적 네트워크와 브랜드의 파워, 해석과 진단의 경륜이 사라진 건 아닐진대 왜 아무것도 못하고 수수방관만 하는 것일까.

원인은 국가의식이 투철하지 못해서이고, 계파가 와해되어서이며, 각자 저 잘났다고 뛰쳐나가서다. 동지의식이 없어서다. 선동방어에 실패하여 무기력하게 키를 내준 탓이다. 각자의 사심과 계산착오로 탄핵정국을 뚫지 못해서이며 상대세력을 과소평가했고 때론 야합했기 때문이다.

선행과정상 직접적으로는 이-박 갈등과 대언론관계 실패에 주원인이 있었다. 아니면 애초에 전사의 자격도 없는 분들이 대표주자들을 했던 것이다. 그러한 불명예를 평생 지고 가실 것인가. 평생을 퇴물정치인 주홍글씨를 달고 계실 건가. 계파수장은 없고 계파의식만 잔존하는 이 시기가 오히려 각자에겐 진정 독립적 포부를 펼칠 기회라는 생각을 해보시라.

지금 어디에도 나이불문 어른이 없다. 중심이 없다. 세력이 뿔뿔이 흩어졌고, 코어그룹이 쪼개졌다. 아마추어 전성시대다. 그나마도 미미하다. 이래서는 안된다.

마침 현 집권세력의 이념편향 독선적 국정운영이 장기화되고 있다. 마침 알고보면 꼰대 호남기득권임이 확정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마침 지지율도 이에 발맞춰 하락세고 유동층 이탈이 가속화된다. 지금이 적기고 호기다.

당은 정책적인 대응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세력이 바탕되어야 한다. 시기가 언제였든 떠나간 그 누구도 소중히 하라. 전정부들과 단절하려말고 오롯이 안고 지고 가라. 겸허히 수긍하라. 천천히 회복하라. 방어할 것은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소명하고 방어하고 구명하라. 세대불문 진실되게 설득하라. 얄팍한 세태와 트렌드에 편승하려 말고 묵직하게 가라.

각자에게 지킬 게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자기 걸 내려놓고 코어세력 결집과 화합에 주력하며 유력중심인물을 계속해서 발굴배출하는데 몰두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현재 행보의 선명도가 각자를 규정할 것이다. 지금은 술에 술탄듯 물에 물에 물탄듯 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시대가 부른다. 당신들이 국익우선의 국가중심세력임을 잊으면 안된다. 기초부터 새로 세우라. 글이 길어졌다.

글:장성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