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육성 정책에 보육 안전핀이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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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안전핀 빠진, 벤처육성정책, 사진: Picxabay

(미디어원=정인형 기자) 4월 15일 발표한 중소벤처기업부에 의하면 정부가 창업 활성화를 위해 올해만 약 3조8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의 자금과 정책을 쏟아 붓고 있다. 실패한 기업인들의 재기를 돕는 프로그램 등을 포함해서 벤처펀드 조성과 글로벌 진출 계획까지는 미국의 창업정책과 대부분 비슷해서 나무랄 곳이 없어 보인다.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를 마킹해 벤처초기 자금 40%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투자해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창업한 벤처기업이 이미 3만개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은 일반기업보다 약 5배가 증가한 고용률을 보이며 2만8134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해서 현재는 약 11만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창업 3년 이내 초기기업 1075개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투자받기 전년도보다 1만2000개 이상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 지난해 고용증가율이 83.4%에 달하며 318개 청년창업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투자받기 전년도보다 고용을 7982명 늘려 고용증가율이 51.9%로 증가해서 벤처투자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환호성을 올렸다.

그런데 불과 몇 달 사이에 정부가 갑자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신생벤처기업들이 정부의 기대와 달리 전혀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마중물을 투자한 이 신생 기업들은 성장을 위해서 시장의 추가 투자가 간절한데 민간이 전혀 다가서지 않아 기업들 대부분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고 그 결과 종업원들이 5명 중 1명꼴로 6개월 이내에 퇴사를 하는 아주 높은 이직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창업선진국의 좋은 벤처육성책을 도입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는 데도 불구하고 시장이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다른 경쟁국들과 달리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재벌중심의 특이한 구조라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문제는 코스닥시장의 발전사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가 있다. 2007년 코스닥에 상장된 재벌계열사는 214개사다. 이들은 2007년에 약 539조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242개사로 늘며 이들이 이룬 매출 총 규모는 무려 1061조원에 달한다.

독립 중소기업들은 2007년 883개사 이던 것이 2016년 747개로 오히려 그 숫자가 줄며 2007년에 49조원의 매출이 2016년에는 39조원으로 줄었다. 더욱이 3배에 가까운 기업 수에 비해 매출규모가 재벌계열사의 3, 7%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중소기업간 상생이 불가능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국내 투자기관들도 이런 구조를 이유로 재벌기업이 투자하지 않은 다른 창업 단계의 기업에게는 자본력이 낮거나 매출이 발생하기 전에는 대부분이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이런 생태계속에서는 신생기업이 창업에 성공을 해도 대기업에 헐값에 매각될 수밖에 없기에 민간투자자들이 국내 벤처시장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동업을 금기시하는 사회 환경으로 인해서 동업으로 회사의 자본금을 늘리는 일도 쉽지 않고, 벤처창업보육센터에는 고도화된 멘토링 프로그램도 없어서 위험한 ‘나홀로 창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전 정부 정책을 따라서 벤처에 마중물을 붓은 것은 무책임 했던 일이다.

정부는 이렇게 오랜 기간 누적된 벤처생태계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비책을 철저하게 준비했어야 했다. 지금처럼 대부분 정부의 자금으로 벤처 창업을 유도하는 것은 곧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정부가 아무리 벤처기업을 많이 만들어내도 시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창업 기업들의 성장을 기대할 수도 없게 되고 정부의 투자금은 휴지조각이 되어 아까운 세금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 중기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창업보육센터는 업무를 보조하는 메니저가 당시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 정도가 달라졌을 뿐 센터에서 창업을 멘토링 해주는 멘토제도가 없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 확인한 창업보육센터운영이나 실태는 20 30년전과 비교하여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시대에 세련된 준비 없이 막연하게 벤처창업을 꿈꾸는 것은 단기간에 창업 기업내부의 동력도 약화될 뿐더러 시장으로부터 관심도 멀어지게 하는 일이다. 이러니 투자자들이 벤처투자를 꺼리는 것이고, 능력 있는 젊은이들은 아직도 대기업 입사 창구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으로는 창업도 힘들지만, 창업기업의 성장률을 높일 수가 없다.

그러므로 창업선진국인 이스라엘의 고도화된 멘토링 보육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창업한 벤처기업이 안전하게 성장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벤처창업의 안전판을 만들어야 한다. 하이테크 벤처창업에서 인큐베이터의 역할은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우리처럼 경제력집중도가 높은 경우 그 역할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세계적인 창업국가로 성장한 배경에는 공동창업에 능숙한 협동조합창업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창업 실패를 작게 나눌 수 있는 동업제도와 실패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멘토 제도가 내부에 있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창업에 실패를 해도 우리처럼 바로 낙오자가 되지 않고, 작은 비용으로 최고의 컨설팅을 받을 수가 있어서 창업비용 과다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일도 없다.

이스라엘은 이 제도의 장점으로 인해서 다른 나라와 달리 창업자들이 실패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조합원들이 조합 내에서 그동안 진행한 다양한 성공과 실패 경험을 창업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며, 전문가들로 구성된 멘토단의 ‘다층적 협업 멘토링’을 창업자에게 제공해서 전문성도 높이고 창업자가 부족한 부분은 조합원들의 협업창업으로 보완하는 창업 고도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러한 멘토링은 창업자에게 좋은 조언이 되어 동일한 실패를 줄이는 계기도 만들고 창업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게 한다. 더욱이 창업기업의 신속성이 필요한 투자에 멘토 조합원들이 조합의 투자재원과 조합원들의 즉시 투자를 유도해 창업의 성공과 창업기업의 성장을 동시에 이루어 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도 좋은 멘토링프로그램과 더불어 대기업과 대등하게 공존이 가능한 인큐베이터플랫폼을 구축해서 신생기업을 보호하게 된다면 신생벤처기업이 꺼리고 있는 국내 대기업과의 상생을 통한 협업도 가능하며, 대기업과의 인수합병 거래에서도 협상력을 강화시킬 수가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벤처기업의 인수합병(M&A)에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이 참여할 수가 있게 되어, 벤처생태계에도 새로운 활로가 열리게 된다.

정부가 알맹이가 빠진 벤처창업에 창업 멘토링프로그램과 창업 인큐베이터플랫폼을 도입해서 이스라엘과 같은 벤처창업국가로 나갈 수 있도록 섬세하게 준비를 해야 할 것이 요구된다.

자료제공: 한국창업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