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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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워낙에 안중근 선생의 휘호때문에 유명한 글귀이다.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이렇게 독서가 중독이 될 정도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은근히 페북질이 중독이 되어 버렸다. 언젠가 부터 개인적인 일기를 쓰지 않으면서 페북에 글을 쓰다보니 이젠 하루에 한꼭지라도 뭔가 마음 속의 것을 배설하지 않으면 손가락이 근질거린다.

<중독>에도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신체적 증상으로서 중독:intoxication)과 <정신적 의존증으로 중독:addiction)이 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알코올 중독, 니코틴 중독 카페인이나 마약 중독, 심지어 인터넷중독, 쇼핑중독, 도박, 그리고 요즘은 거의 다 갖고 있는 스마트폰 중독 등은 후자에 속한다. 결국 현대인들이 그만큼 정신적으로 나약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도저히 어딘가에 기대거나, 집착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한 것이다.

시오노나나미는 그녀의 에세이집 <남자들에게>에서 멋있는 남자의 정의를 “모든 구속으로 부터 자유로운 남자”로 꼽았다. 지식으로 부터의 자유, 이념과 사상으로 부터의 자유 등등 우리 인간사를 지배하는 대부분의 구속을 다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그 또한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얘기다. 특히 그녀가 언급한 마지막 “경제적 구속으로부터의 자유” 또한 어디 이게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일인가.

<개인의 각성>을 일깨우자고 우리가 외치는 #TMTU Trust Me, Trust You도 사실 가장 먼저 선결되어야 하는 것이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가 두발로 우뚝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사실 보통 사람인 내가 이 모든 구속으로 부터 자유롭거나, 의존성을 탈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웬만한 약물에 조차 내성이 강한 체질임에도, 우리 일상의 일에는 Cool하다고 자신하는 나조차 결국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니코틴의존과 카페인의존이다. 1년반전부터 새로이 중독된게 바로 이 <페북질>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속에 울화로 자리잡으려는 뭔가를 Shouting해서 쏟아내려는 배설본능인지 모른다.

어차피 벗어나지 못할거라면 <즐기자>, 그리고 가능한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덧글: 아주 오래전에 정말 좋아했던 프랑스 여배우가 이자벨 아자니이다. 그녀의 영화 가운데 , 번역으로는 <중독된 사랑>이란 영화가 있었다. 사랑도 사실 중독과 별 다르지 않으리라. 그리고 그 중독이 치명적일수록 우리 인생에 지우지 못할 傷痕(상흔)을 남기는 거라는 얘기다.

글: 송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