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波 추파

秋波 (추파)

(미디어원=송태영칼럼니스트) 추석 연휴를 중국역사드라마에 빠져 있다. 평소에, “찔긴 놈이 승자”이고 “살아남는 놈이 승자”라는 대명사로 생각해 온 司馬懿(仲達) 사마의(중달)에 대한 얘기인 “미완의 책사 사마의”라는 드라마이다. 여기에 대해선 좀더 보고 얘기하기로 하고, 문득 드라마를 보는데 한국같으면 조연급도 안될 듯한 별로 이쁘지 않은(내 눈에?) 여배우 하나가, 조조의 아들 조비를 思慕(사모)하여 수시로 추파를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주로 남의 환심을 사려거나 아첨할 때 우리가 하는 말이 “추파를 날린다” 이지만, 이 추파의 원래 뜻은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상상해 보자. <가을 호수에=”호수에” 맑은=”맑은” 물은=”물은” 고요한데=”고요한데” 가을=”가을” 단풍의=”단풍의” 낙엽이=”낙엽이” 떨어져=”떨어져” 그=”그” 고요한=”고요한” 물=”물” 위에=”위에” 잔물결을=”잔물결을” 일으키는=”일으키는” 모습=”모습”>이 바로 秋波(추파)가 아닌가. 그래서 사모하는 이성에게 은근한 눈빛을 보내는 것이나 미인의 맑고 그윽한 눈빛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을>

마침 추석이다보니 또 이 秋波라는 단어와 연결되는 또 하나의 말이 생각난다. 중국에는 흔히 4대미녀를 거론하지만, 그 중에 하나가 삼국지 앞부분에 나오는 미녀이다. 왕윤의 양녀로 들어가 역적이면서 의부자관계인 동탁과 여포를 離間(이간)시키기 위한 계책에 스스로 자청하는 의로운 여인으로 묘사된다. 노래와 춤을 잘하고, 용모가 달 같았다고 한다. 어느 날 저녁에 노래와 춤을 하는데 마침 달이 구름 조각에 가리웠다고, 그녀의 양부 왕윤이 말했단다. “달조차도 초선과 비교할 수 없어서 부끄러워 구름 속으로 숨는다.”고.. 역시 중국의 뻥구라는 가히 어디까지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얼마나 문학적인가. 그래서 나온 4대미녀 가운데 하나 초선을 일컬어 閉月(폐월)이라 한다.

내친 김에 중국의 4대 미녀를 “沈魚落雁 閉月羞花(침어낙안 폐월수화)”라고 한다. “물고기가 물속으로 가라앉고(西施서시), 날아가는 기러기가 땅으로 떨어지고(王昭君왕소군), 달은 구름 뒤로 숨고(초선), 꽃은 스스로 부끄러워하노라(양귀비)”
사실 구라도 이 정도면 가히 예술적이 아닌가?

봄이 가고, 가을이 가는 계절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지 벌써 2년이다. 언제나 아름다운 단풍잎이 호수위에 떨어져 찰랑거리는 모습을 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을지.. 그나저나 <사마의>라는 드라마가 기대했던 것 보다는 훨씬 재미있다.</사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