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과 여론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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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 간 남북정상회담 관련하여, 지인, 가족들과 여론의 동향을 보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필자가 견지해 온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너무 많아서다.

우선 비판과 반론 수준이 너무 낮았다. 문재인이 평양에서 한 말에 대해 시비를 하면, “그럼 면전에서 북한 인권 문제 거론했어야 하느냐?”고 받는다.

문정부의 대북 노선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하면, “그럼 전쟁 하자는거냐”고 받는다. 이승복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나 “때려잡자 김일성, 쳐부수자 북괴군, 이룩하자 총화유신”을 외치던 1970년대 식의 대북관을 가진 줄 안다.

1991년 기본합의서 이후, 9.19 성명, 2.13 합의 당시 우리 정부가 취했던 자세를 예로 들며 판문점 선언과 이번 평양선언이 얼마나 후퇴했는지를 얘기하면, “입장 바꿔 생각해” 보란다. “미국이 깨뜨린 약속”을 들먹이며 북한의 약속 위반을 두둔한다.

“소망적 사고, 설마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만약의 경우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되어 있다. 평화와 통일을 너무 저렴하게 잡수시려 한다.

전쟁의 공포로부터 해방되었다고 하는데, 남한이 북침 전쟁을 할 이유도, 의사도, 능력도 오래전에 사라진 것을 감안하면, 이는 북한의 침략 위협이나 미국의 북폭시 북한의 남한 타격 가능성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가능성이 없어진 것이 맞는 것인가?

뜨거운 가슴으로 통일을 얘기하는 사람 거의 대부분은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권리가 북한으로 확장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반도 최강 절대 무한 권력자인 김정은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말이다.

“돈 좀 있다고, 북한을 너무나 무시한다. 그야말로 갖은 간난을 무릅쓰고, 고립무원 상태에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조선로동당의 야수적 욕망을 너무 경시한다.”

생각이 너무나 분절적, 파편적이다. 지극히 인도주의적인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도 엄청 인색했다. 잔악하기 이를데 없지만 털끝만한 체제 불안 요소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조차도 조선로동당의 인력 파견 사업으로 운영했다. 세상에 이런 경제 특구(?)는 없다.

이런 북한과 지금의 북한이 다른 나라인가? 아니 집권자와 집권세력이 달라졌나?

남한은 통일 않고도, 평화만 유지되면 잘 살 수 있지만, 북한은 (남조선 해방=조국통일과 체제 수호를 명분으로 한) 극단적 폭압으로 유지되어왔기에 평화공존으로 체제 유지가 힘들다는 것이 남북 문제의 특수성이 아닐까 한다.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문정부의 경제고용정책과 관련된 필자의 비판에는 공감하지만, 대북 정책에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지인도 제법있다.

그런데 내 눈에는 이게 별개가 아니다. 1980년대 운동권의 현실인식(세계관)과 가치관이라는 하나의 몸체에서 나온 2개의 머리일 뿐이다. 이 몸체는 현실을 미일외세와 우리 민족의 대립이요, 자본(재벌대기업, 신자유주의)과 노동의 대립으로 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런 유치한 현실인식이 얄팍한 포퓰리즘과 결합했다. 그 결과 전체 국민의 이익, 미래세대의 이익을 팔아, 정권의 찰나의 이익을 취하는 행태로 나타난다. 큰 선거가 가까워지면 이게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 이명박근혜 시절로 돌아갈거냐, 전쟁할 것냐”고 눈을 부라린다.

내가 아는 한 이명박근혜 시절에는 다른 형태의 대책없는 소망적 사고가 만개하였다. “조만간 북한체제가 무너진다는…….” 그러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철저히 봉쇄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북한민주화 운동한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휴민트 심는 것도 그다지 열심이지 않았다.

기술이든 부품이든 소재든 세상에 100% 자급자족은 없기에 이를 철저히 막았다면 개발 속도라도 늦출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책없는 소망적 사고로 일관하다가 이런 거대한 역편향이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나는 미국및 유엔과 공조하여 제재와 압박을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비핵화시 큰 당근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핵과 미사일도 전기, 통신, 레이더, 석유, 철도, 도로 등 재래식 기술인프라 위에서 작동하고, 결국은 사람이 운용하는 것이기에 사람, 특히 북한 기술자와 인민의 마음을 취하고, 대량살상 무기는 있어도 쓸 수없게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대피시설및 훈련과 방공망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정보 전문가들과 군사 전문가들이 잘 알 것이다.

문정부의 대북노선에 대해 개인적으로 지극히 비판적이지만, 이런 순진무구함과 바보스러움이 김정은의 결단을 촉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등장할 그 어떤 남한 정부도 문정부만큼 인심좋고, 군사적 긴장 싫어하는 나쁜 모성이 강한 정부는 없을테니……김정은에게도 하늘이 준 기회가 아닐까 싶다. 문정부 지지율 떨어지면 이 천재일우의 기회도 지나가니, 김정은은 화끈하게 결단 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글:김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