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여행천국 – 여행테라피스트와 떠나는 조지아 와인 여행

(미디어원=김홍덕 기자) 풍요한 수확의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을 알리는 첫 과일은 뭐니 뭐니 해도 포도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포도와 와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와인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프랑스, 이태리이지만 요즘에는 칠레, 스페인, 오스트레일리아 뿐 아니라 캘리포니아도 와인 생산지로 부상한 지 꽤 오래 됩니다. 국내 모 마트가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생산지와 품종의 와인을 저가에 – 와인 매니아의 입장에서 볼 때의 표현입니다 – 내놓은 이후 와인 가격이 전반적으로 내려갔다는 이야기가 있죠.

어쨌거나 제법 우리의 모임에서도 와인 한 병 정도는 분위기 메이커로 혹은 회식의 주된 주류로 자리잡기 시작한 느낌입니다. 그런가 하면 건강이나 소화의 이유로도 선호되는 이 와인의 발상지가 조지아라는 것을 아시는 분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조지아라고 하면 아직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캔커피의 브랜드 혹은 아틀란타라는 도시를 품고 있는 미국의 조지아주를 떠올리기 마련이죠? 심지어 구글에서 영어로 Georgia를 검색하면 미국의 조지아 주에 관한 결과값들이 많이 나오기도 합니다.

구 소련연방 공화국으로부터 1991년에 독립한 조지아는 동서양의 연결하던 실크로드의 중간지대로서 다양한 문화와 음식, 인종이 어우러진 산악 국가입니다. 세계 4대 장수국가로 불리는 조지아는 만년설과 빙하 및 울창한 삼림으로 인해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옥한 땅과 청정 계곡, 높은 산악지대 사이에 분지처럼 자리잡은 넓은 평원으로 인해 프랑스와는 다른 일조량을 가지는 조지아. 이 나라에는 이슬과 만년설을 머금으며 따사로운 여름 햇살 속에 여물어가는 독특한 포도 재배법이 이어져오죠.

인류 최초의 와인 생산국, 조지아

8,000여 년의 와인 역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조지아는 인류 최초의 와인을 만든 나라라는 인식이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기본 상식입니다. 이 나라에는 공식적으로 판명된 포도의 품종만도 520여 가지인데 이는 와인 산지로 유명한 프랑스의 320여종보다 탁월하게 많은 숫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구 소련에 속해있었던 조지아는 프랑스나 이태리처럼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홍보와 프로모션을 할 수가 없어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었죠.

2013년, 점토 항아리를 사용한 조지아의 와인 제조법이 유네스코 무형 문화 유산 목록에 추가된 이후 그 진가를 알리기 시작한 조지아의 와인.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사건 주인공인 노아가 술에 취해 잠에 곯아떨어졌다는 이야기 중의 ‘술’은 바로 조지아의 와인인 것으로 전해지기도 합니다.

조지아의 와인은 서유럽의 와인에 비해 제조법이 확연히 다른데요, 와인을 만들 포도의 품종도 다르려니와 와인을 담그기 위한 방법도 진흙으로 만든 항아리 – ‘크베브리’라고 함 – 에서 한다는 것이 매우 특이한 점입니다.

가을에 수확한 포도들은 조지아의 전통적인 방법에 의해 일 주일간 진흙 항아리에 넣어진 뒤 1차 발효를 하게 됩니다. 그런 후 땅에 묻혀진 큰 항아리에서 2차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조지아의 와인은 매우 깊고도 무거운 맛과 향을 특징으로 갖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인접국인 아르메니아는 전 국토의 95%가 산악지역으로서 조지아 못지 않은 안개와 이슬을 자랑합니다. 인류 최초의 와인 동굴이 발견된 아르메니아 역시 조지아에 질 새라 요즘에는 와인 프로모션에 열을 내고 있는데요, 수도인 예레반 공항 내의 모니터에는 포도와 와인, 브랜디를 홍보하는 동영상이 끊임없이 방영되곤 합니다.

아르메니아는 매해 5월 첫 째 주말에 “예레반 와인 데이” 행사를 개최해 그 해의 포도 재배와 풍성한 수확을 준비합니다.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아르메니아는 또한 아레니라는 포도 재배 지역에서 매해 10월 첫 일요일에 “아레니 와인 페스티벌”을 개최해 자국의 와인을 알리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조지아 국경 옆에 자리한 아제르바이젠 역시 코카서스 산맥의 아랫단 지역에 꽤 운치 있는 와이너리들을 자랑합니다. 석유의 나라로 알려진 아제르바이젠은 세키라고 하는 산악 도시를 통해 실크로드의 가운데 정거장 역할을 하곤 했었는데요, 이 세키의 ‘칸 사라이’ (왕의 궁전)는 그 예술성을 인정받아 올해 7월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동서양을 넘나들던 대상들의 숙소에서 자면서 음미하는 와인 한 잔, 어떻습니까?

이처럼 조지아를 중심으로 한 코카서스 3국의 와인 산업은 산악 지역이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프랑스나 미국의 평야형 포도밭과는 다른 형태의 와인을 생산해냅니다. 서유럽과 미국의 너무나 세련되고 섬세한 와인에 식상한 와인 애호가들이 이 3개국으로 슬슬 몰리는 이유는 뭔가 좀 모자란 듯한 투박함, 진솔함에서 묻어나는 역사성과 순수함 때문입니다.

크베브리가 저장된 수도원 방문, 조지아 특유의 건축 양식을 재해석해서 조성된 와인 리조트들을 둘러싸고 있는 만년설의 자연 환경, 포도씨/포도유/와인을 이용한 마사지와 욕조 테라피 등 다양한 와인 이벤트들도 외국인 방문객들에겐 아주 많이 가성비가 높은 매력 덩어리들입니다. 낮은 물가와 안전한 치안으로 뒷받침되는 포도밭, 샤또, 와이너리 챔버들… 이 가을에 한 번쯤 상상해보는 조지아의 고급진 힐링 여행 일정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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