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와 배부른 병사

Worrier from the movie, 300

(미디어원=신달파 칼럼니스트) 유치원아이가 할아버지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넌다. 파란불이 들어오자 발걸음을 떼는데, “할아버지 이쪽으로 가야해요~” 손자가 할아버지의 손을 잡아끈다. 손자가 잡아끄는 곳을 보니까, 평소에는 무심했던 우측보행 표시가 바닥에 보인다. 건너는 사람은 이쪽으로, 저쪽에서 오는 사람은 요쪽으로, 손자가 할애비에게 친절하게 가르쳐 주면서, 손을 높이 들고 건넌다.

유치원 선생님이 가르쳐 준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아동들은 배운대로 철저하게 준칙준법하려는 본능이 있다. 이런 실천 태도는 10살 정도를 넘어서면서 흐려지기 시작해서, 까칠해지는 중2 나이가 되면 변질되고, 점차 몸집이 자라면서, 다 큰 나이가 되면 제 좋을대로 판단하고, 윗사람들이 가르쳐 준 도덕과 문화에 대해서 냉소비판적인 경향이 되고 만다.

과거 군인정신이 투철한 맹장 지휘관들은 병사를 훈련시키는 일에 대해서, “ 돼지는 잔칫날에 쓰려고 1년을 먹여 키우고, 병사는 전쟁나면 하루를 써먹자고 10년을 養兵한다.“ 라고 말하곤 했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만발한 요즘 어느 장군이 訓示 중에 저런 말을 했다가는, 부모들이나 여론들이 펄쩍 뛰고, 당장 들고 일어날 것이다. 고급장성들도, 이제는 시대가 변했기에, 병사 개개인의 생명과 인격을 고귀하게 여겨야 하며, 평소 교육훈련이나 부대생활에서도 기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潮流이다. 요즘은 그 정도가 기형적으로 심해져서 군간부들이 사병을 떠받들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 육군대장의 불명예 전역이 모범샘플이다.

사회적으로는 도덕과 윤리에 대한 논쟁, 군대에서는 군기와 기강에 대한 견해가 각기 주장들이 너무 강렬해서 충돌도 많이 일어나는 요즘이다. 사회전반을 거론하기에는 사정이 너무 복잡하니, 생략하고, 군대를 돌아본다.

전쟁 중에 하루를 써먹자고 먹이고 입히고 교육훈련을 시킨다는 것, 兵이 된 입장에서 듣기에는 기분이 매우 섬뜩할 것이다. 그러나 냉정히 돌아보면 軍은 전쟁을 위해서 존재하고, 軍의 인적자원들은 전쟁 수행을 위해서 희생이 불가피하다. 적과의 치열한 공방전에서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명령을 받은 병사는 적진을 향해 목숨을 걸고 내달려야 하거나, 몰려오는 적군들 앞에서 자기의 방어위치를 끝까지 固守해야 한다. 개인의 생명권을 우선으로 하겠다면, 방법은 있다. 하얀 백기를 준비했다가, 적을 만나면 바로 꺼내서 흔들고 투항하면, 대부분 목숨을 보전할 것이다. 물론 형편에 따라서는 바로 죽임을 당하기도 하겠다.

병사와 부대들이 모두 이런 식으로 각자의 자유와 생명의 기본권에만 충실하다면, 적들은 破竹之勢로 강토를 휩쓸어 점령하고, 무슨 전쟁이 이렇게 싱거운가 하면서 대통령궁에 승리의 깃발을 꼽을 것이다. (모 인사가 희열을 느꼈다는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군은 보이스카웃활동이 아니고 전쟁을 위해서 존재하며, 전쟁은 필연적으로 죽음과 직결되기에, 병사는 죽음의 선상에서 목숨을 지휘관과 부대와 국가에 맡겨 놓고 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어떠한 전쟁이든 가급적이면 피해야겠지만, 인류역사를 돌아볼 때, 불가예측 불가항력적으로 전쟁이 일어나며, 전쟁으로 인한 무수한 인적 희생은, 누가 전쟁에 대해서 더 잘 준비하고, 누가 전쟁에 대해서 두려움 없이 떨쳐 일어나고, 누가 더 사납고 지혜롭게 적을 죽일 준비가 잘 되어있느냐에 따라서, 많이 죽이고 승리하기도 하며, 많이 죽고 패전하기도 하는, 이것은 긴 설명이 필요없는 불변의 원칙이다.

力說해서, 개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이 날로 확장되고 보장되는 병사들 앞에, 개인의 자유와 인권보다는 냉엄한 군기와 살생능력만으로 강하게 무장되어있는 병사들이 달려든다면, 결과는 안 봐도 뻔할 것이다. 적과 맞붙어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할 무력한 군대는 존재이유도 존재가치도 없다는 말에, 설혹 리버럴한 이념의 끝판왕들이라 할지라도 이견을 달 수 있겠는가.

말로만 병조판서 노릇을 하며 앉아 있는 사람들은 말한다. 수직적이고 억압적 명령계통, 경직된 통솔방법으로 하지 말고, 화기애애한 人和團結로 <한 몸>이 되어 전투력을 배양하면 더 강군이 될 수도 있다고, 또 요즘은 화력과 전자전으로 전쟁하지, 사람 갖고 전쟁하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군대의 본질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화기애애한 전쟁이 있는가 ? 競技를 준비하는 운동선수가 느긋하고 화기애애하게 훈련하면서 강팀이 되는 걸 보았는가? 개인의 사고와 신체의 자유가 맘껏 보장되는 조직에서 구성원들이<한 몸>이 잘 이루어지던가? 힘든 일은 돈주고 민간에게 다 맡기고, 근무시간 끝나면 엄마가 원룸에서 밥차려 놓고 기다리는 퇴근외출을 하는 군대가, 전투력 배양이 잘 되겠는가 ? 땅 파는 것도, 눈 치우는 것도, 밥하는 것도 모두 전투를 위한 행위이며. 사소한 바느질까지 포함해서 모든 생존행위가 전투행위인 것을 간과하고, 힘든 걸 모두 면하게 해주겠다는 군대는 세계 유사이래 남조선에서 처음 등장하고 있다.

이런 조로 군대에 대해서 강공논리를 펴면, 웬자들은, 전쟁광이냐, 지금 시대에 독일병정 흉내냐, 돈 대줄테니 나가서 싸워보라 등등 악플을 해댄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전쟁을 무서워하는 겁쟁이다. 전쟁을 원치 않기에, 어떤 전쟁에서도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밀림에 고립되어도 베트콩처럼 살아날 수 있는 강인한 힘을 갖추고 있어야, 예쁜 누이들과 더불어 홍대든 어디서든 맘놓고 평화를 구가할 수 있지 않겠는가.

버어마를 점령한 일본군이 인도를 향해서 진격하는데, 방어중이던 영국군들은 험난한 지형들을 고려할 때, 아직 멀었다 생각하고 있었으나, 잘 훈련된 일본군 보병사단은 자전거부대를 앞세워서, 한 달도 부족한 길을 뚫고 1주일만에 들이 닥쳤고, 상상불허의 돌파력에 놀란 영국군은 魂飛魄散 항복한 戰史가 있다. 밀림을 뚫고 小路길을 내면서 자전거로 신속하게 이동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것이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맥아더사령부의 작전참모로 있던 모장군은 “ 제대로 훈련된 일본군 1개 대대를 지휘해서 전투를 해보고 싶은 군인으로서의 욕망을 느낀다.” 라는 말을 남겼다. 잘 훈련되고 준비된 군대들의 승리의 戰史는 무궁무진하다. 리버럴한 부대의 패전기록은 戰史에 남길 가치조차 없는지 찾아보기 어렵다.

고3 아들이 부모에게 학교생활에 대해서 불평을 한다. 새벽에 하는 자율학습, 방과후에 하는 보충수업, 다 지겹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강제로 시켜봤자, 나와서 제대로 공부하는 애들도 없고, 엎드려서 잠만 잔단다. 차라리, 집에서 충분히 자면서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다. 논리가 그럴싸 했는지, 리버럴한 사유를 인정한 부모는 선생을 만나서 와이로를 쓰고 불필요하다는 보충수업에서 아들을 빼주었다. 입시준비가 너무 리버럴했는지 1류대를 갈 녀석이 2류대를 갔다. 그랬으면 그저 리버럴하게 살면 되는데, 그게 아니다. 이제와서 그 때 좀 잘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군대든, 사회든, 조직이든 뭔가 남보다 잘 하려면, 다른 자들 보다 도덕, 관습, 기강, 자각이 남달라야 한다. 법과 제도가 바로 서고 교육훈련으로 잘 준비된 조직은 발전하지만, 흐트러진 자들은 잡음과 동요가 그치지 않고, 결국 자충수에 엮여 재기불능의 수렁으로 빠지고 만다.

중국 중원의 변방, 농토도 척박하고 경제도 꺼칠한 진나라는 국력이 빈약하고 백성들도 나태하여 天下의 하류국가였으나. 變法을 일으키고, 법과 제도를 강화하여, 백성들을 일으켜 세우고, 군비를 축적하여, 결국에는 천하통일의 과업을 달성하였다.

전쟁을 할 수 있는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 나라 일본은, 서두에 꺼낸 유치원생들이 어른이 된 뒤에도 선생이 가르쳐 준대로 실천하고 있는 나라이며, 과거에는 육군장성이 참소당해서 불명예를 입으면 할복자살을 하던 나라이다. 물론 우리 대장님더러 그렇게 하라는 게 절대 아니다.

‘오늘밤에 음주운전 단속을 합니다’하는 사전광고를 요란하게 해줘도 수백 명씩 음주단속에 걸리는 자들은 도대체 어찌된 자들이며, 늘상 이런 웃기는 해프닝이 반복되는 나라는 어찌된 나라인가? 인권센타가 병권센타가 되어버린 국방부는 국방부가 맞는가? (대변인의 대변 좀 듣고 싶다.)

중국군대의 군기는 대한민국군대보다 엄정하며, 지금 사기가 어느 때보다 왕성하다. 농담이라도 당나라군대 어쩌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중국군 병사들한테 손가락질 받는 남조선군대가 될가 염려 된다고 하면 팔방에서 날아오는 돌맞을 소리일까.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당신은 군장성 출신인가 ? “묻지마라. 그저, 요즘 들어서 1개 사단 쯤 지휘해 봤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자주 들어가는 노망난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국군의 날> 이면 쿵작대는 군악대 소리에 신바람이 나서, 행진하는 부대들을 따라 열심히 쫓아 다니던 어린 시절 추억을 그리워하는 그저 일개 백성이다.

애비된 마음으로 진심으로 바라건데, 우리 젊은 병사들이 잔칫날 희생되거나, 홍수에 떠내려가는 돼지처럼 개죽음을 당하지 않고 끝내 살아서 勝戰할 수 있는 强軍의 일원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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