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그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작용하는 가장 큰 동기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혹시 ‘에티오피아’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커피의 나라’로만 알려진 아프리카의 이 작은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면, 지금부터 떠나보도록 하자. 아프리카야말로 놀라운 감동이 숨겨져 있는 무궁무진한 미지의 세계일 테니….

수도를 떠나 나일강의 발원지로 향하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 도착하면, 청명한 하늘과 따뜻한 햇살이 먼저 반긴다. 에티오피아 말로 ‘새로운 꽃’을 뜻하는 것처럼, 현재 이 나라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가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못사는 나라로 분류되듯,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행색과 도시풍경은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을 볼 때와는 사뭇 다르다. 오래되어 보이고, 낡은 자동차들이 내뿜는 검은 매연을 보며, 아프리카에 와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실내벽화로 유명한 트리니티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 잠시 기도를 드린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후진국 중 하나이지만, 분명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힘이 이곳에 있으리라고. 옆에서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리는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표정들을 보면, 분명히 그 기도가 이루어질 거라 믿는다.

지프를 타고 북쪽으로 달려, 17세기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수도원으로 유명한 바하르 다르(Bahar Dar)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아프리카에 두 번째로 큰 블루 나일 폭포의 웅장함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대자연이 선사하는 거대한 위용 앞에서는 쉽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 비옥한 땅과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커피는 에티오피아를 그저 가난한 나라로만 보는 편견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이곳이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곳의 타나 호수부터 시작하는 블루 나일과 우간다의 빅토리아 호수에서 시작하는 화이트 나일이 합쳐져 나일강의 2대 발원지라는 사실이다. 보트를 타고 타나 호숫가를 따라 흐르면 이국적인 자유로움과 느긋함에 취해 절로 미소가 새어 나온다.

곤다르 유적-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됐다.

에티오피아의 황금기, 과거로의 여행

타나 호수에서 보트 투어를 마친 후, 지프를 타고 좀 더 북쪽으로 오르면 곤다르(Gondar)에 닿는다. 이 도시는 파실리다스 황제(Fasil ide s)가 1636년에 왕국의 수도로 정한 이후로 200여 년간 에티오피아의 수도였다.역사상 가장 찬란한 황금기였던 만큼, 곤다르에는 아름다운 궁전과 정원들이 많다.특히 파실리다스 황제의 명으로 만들어진 파실게비 유적(Fasil Ghebbi)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왕궁유적인 이곳은 파실리다스 황제의 궁전뿐 아니라 대형 탑 2개가 딸린 이야스 대제의 왕궁 등 화려했던 그 시기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거대한 유적지다.

곤다르에서 왕궁유적과 함께 꼭 들러야할 곳은 바로 데브레 베란 셀라시에 교회(Debre Bethan Selassi Church)이다. 17세기에 만들어진 이 교회는 에티오피아 교회의 중심지로서, 곤다르에 남아 있는 교회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다양한 천사의 얼굴이 그려진 유명한 천장화를 보게 된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에티오피아 문명의 요람이자 성스러운 도시, 악숨(Axum)이다. 모세가 신에게 받은 십계명이 기록된 석판이 보관된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지기도 하는 이 도시에는 오벨리스크 유적지와 악숨 왕국의 성채를 비롯해 다양한 유물들이 가득하다.

곤다르의 파실게비 유적, 악숨의 고고 유적과 함께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랄리벨라 암굴성당은 에티오피아의 화려했던 과거로의 여행을 가속화 시킨다. 해발고도 3,000m 높이의 산지에 굴을 파서 만든 11개의 성당은 무려 120여 년에 걸쳐 건설되었다고 한다. 이곳을 찾은 수많은 순례자들의 경건한 얼굴에는 경이로움과 놀라움이 가득하다.

에디오피아의 중심,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야경

수도로 돌아와 커피를 홀짝이며

다시 아디스아바바로 돌아왔다. 카페에 홀로 앉아 에티오피아가 자랑하는 커피를 홀짝이며 사람들을 바라본다. 분명히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낙후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삶. 그렇지만 한국전쟁 당시 보병 1개 대대를 파병했다는 점이 새삼 떠오른다. 비록 지역 간 분쟁과 내란, 기근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들에게도 영광의 과거와 어려움을 함께 나눌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에티오피아 어느 도시에선가 보았던 그들의 전통 춤이 기억난다. 흰 색 옷을 입고 밝게 웃으며 악기를 부는 활기찬 모습이 용맹스러운 사자의 상과 겹쳐 보인다. 어서 하루 빨리 영광스러웠던 과거를 되찾기를. 그리고 현재를 벗어나 새로운 역사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를 기도한다. 트리니티 대성당에서 간절히 기도 드리던 아이들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여행 정보
정식 명칭은 에티오피아 인민민주공화국으로,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에 위치한다. 화폐 단위는 비르(Birr)로 1비르는 한화 약 80원 정도이다. 언어는 암하라어와 영어 공용, 종교는 에티오피아 정교와 이슬람교 토착종교 등을 믿는다.

주의할 점
야간에는 외출이나 이동을 삼가는 것이 좋으며, 특히 국경 북부지방 여행은 피해야 하다. 대부분이 말라리아 위험지역이므로, 말라리아약을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식수는 끓여 마시거나 포장된 미네랄워터를 구입해 마셔야 한다.

가는 길
현재 한국에서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국제공항으로 직항하는 항공편은 없다. 보통 방콕이나 두바이를 경유해서 간다. 에티오피아 항공이 북경을 경유하는 인천-아디스아바바 노선을 12월 신규 개설할 예정이다.

타나호수, 나일강의 2대 발원지이다.
데브레 베란 셀라시에 교회: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정면 모습
찬양하는 모습, 검은 피부와 흰색 옷이 대비를 이룬다.
에티오피아의 자랑, 커피
트리니티 성당, 실내벽화가 유명하며 곳곳에 석상이 있다.
아디스아바바의 사자상, 용맹스런 사자는 에티오피아의 상징이다.
목사님, 오래되어 낡은 책의 모습이 이채롭다.
성지순례자들의 모습, 에티오피아에는 전세계의 순례자들이 찾아온다.

곤다르의 파실 게비성, 1636년 파실라스 황제의 명으로 세워졌다.

글: 강정호 기자 사진: 강정호, 에티오피아 대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