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방규선 여행칼럼니스트) 몇 년 전에 비해 타이완 여행 붐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타이완 타이페이를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짧은 비행 시간, 비교적 저렴한 물가, 맛있는 음식 등 매력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인데, 온천 역시 매력 포인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타이페이 근교에는 유명한 온천 마을이 많이 있다. 타이페이 북부에 위치한 베이터우 온천이 가장 유명한데 지하철을 타고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하지만 유황 온천 지역이기 때문에 그 특유의 냄새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또한 주변 지역이 계속해 발전해 나가면서 온천 마을 고유의 특성을 점차 잃어가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줄 곳이 바로 타이페이 근교의 완벽한 힐링 스폿, 우라이(烏來) 온천 마을이다. 타이페이 시내에서 버스로 약 1시간30분, 택시로는 약 40분 정도면 도착하는 우라이는 타이페이시와 이란현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타이완 원주민 중 하나인 타이야족(泰雅族)의 근거지이다. 우라이라는 지명은 타이야족 언어인 [Ulay]에서 유래했는데, ‘물이 뜨거우니 조심하라’ 라는 뜻이라고 한다.

굽이 굽이 좁은 산길을 따라 차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면 우라이 마을 입구에 도착하게 되는데, 여기부터 온천 계곡과 온천 회관, 자그마한 시장 등으로 이루어진 또 다른 세계가 시작된다. 맑은 옥빛의 온천수가 흐르는 길을 지나 숙소에 짐을 풀고 야시장 마실을 나가보니 규모는 작지만 사람 사는 냄새 가득한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우라이에서 유명한 원주민 소세지와 모찌를 손에 들고 가볍게 산책을 마친 뒤 숙소에 돌아와 온천욕을 즐겨보기로 한다. 2인 기준 10-20만원 선이면 저녁 식사, 아침 식사와 더불어 프라이빗 온천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호화로운 시설의 고급 리조트는 아니지만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 독특한 분위기의 오래된 온천 회관을 선택한 건 참 잘한 일이다.

새 날이 시작되었다며 재잘대는 새들의 지저귐에 눈을 떠 창을 살짝 열어보니, 영롱하고 찬란한 옥빛 온천수가 햇살에 반짝이는 눈부신 아침이다. 창문을 활짝 열고 산뜻한 바람을 맞으며 모닝 온천을 즐겨본다. 누구의 것도 아닌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 바쁜 일상 속 간절히 소원해왔던 작은 여유가 바로 이 곳에 있다.

이제 우라이 온천 마을의 하이라이트 우라이 폭포와 운선 낙원을 만나러 갈 시간! 어젯밤 들렀던 시장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귀여운 꼬마 열차가 달리는 선로가 등장한다. 작지만 꽤나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열차의 종착역은 우라이 폭포!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를 보고 있으니 마음 속 걱정과 고뇌가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물론 수많은 고민이 실제로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러면 어때? 지금 이 순간 행복하면 그만인 것을! 폭포의 좋은 기운을 가득 받은 뒤 근처에서 케이블카를 탑승하면 우라이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운선 낙원에 도착한다. 신비하고 고요한 정원, 구름 속 신선이 마중나올 것 같은 이 곳에 오니 저기 발 아래 놓여있는 세상의 고민들이 하찮게만 느껴진다.

흘러가는 구름처럼, 떨어지는 폭포처럼, 그렇게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걱정들인데, 우리는 그 무게에 짓눌려 진짜 소중한 것을 잊고 사는지도 모른다. 파란 하늘, 맑은 공기, 들풀의 냄새, 포근한 바람, 그리고 이 모든 걸 온전히 느끼는 나와 내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것들을 전부 만날 수 있는 곳, 우라이! 혼자여도 멋진, 함께라서 좋을 이 곳에서 자연이 선물하는 완벽한 힐링을 누려보자.

 

글/사진 : 방규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