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이자 여행인인 최일순을 다시 만난 것은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늦가을 오후였다. 익선동 골목 어딘가, 그가 즐겨간다는 고기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시간을 이야기 한다.

예인이고 기인이며 확고한 자신만의 세계를 안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역마살 짙은 광대, 배우 최일순, 여행가 최일순은 그렇게 표현해도 좋을 듯싶다.

스치듯 몇 번 만난 것이 이제까지 인연의 전부기에  알아채기 어려운 그의 내면을 한번 쯤 기웃거려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술 한 잔에 추적거리는 빗소리를 담아가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강원도 정선이 고향인 그는 태백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연기자로서의 그의 인생은 1987년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연극에 입문하면서 시작되었다. 많은 출연작들 중에서도 영화 태백산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며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과 올 봄 개봉한 ‘항거’ 역시 오랫동안 촬영하고 고생했으나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억된다고 했다.

“연극 품바는 이십 대 부터 꿈꿔왔던 연극을 45세에 무대에 올려 일 년여의 기간 동안 공연했습니다. ‘넋전이야기’는 세월호에 아이들이 수장되고 백 일째 되는 날, 민속학자이자 일인극배우인 심우성선생. 민족춤꾼 이애주 선생과 ‘만남-칠월칠석’이라는 부제를 붙여 공연했지요.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세월호 공연을 위해 이제 곧 공주로 내려가야 됩니다.” 그가 소주 한 잔을 털어 넣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행은 말입니다. 가난한 연극인 시절 쉬지 않고 계속되는 공연에 지치고 매너리즘에 빠져들 무렵 이를 벗어나고자 떠난 배낭여행에서 진정 살아있음의 현실 세계를 발견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가난하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삶의 아름다운 철학을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하게 되면서 점차 여행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첫 여행인 캐나다 배낭여행 이후 일 년의 반은 여행을 하고 반은 배우로서 살겠다는 나름의 원칙을 세웠지만 점차 이곳저곳을 떠도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결국 전문여행가의 길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후 오랫동안 오지. 트래킹 전문 여행사에서 프리랜서 길잡이로 활동했습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잘 다니다가 어느 날 문득 직접 코스를 개척해서 여행을 기획하고 진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푸른별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기획하고 사람들을 모아 히말라야 네팔 인도 남미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등정 등을 함께 여행하기 시작한지 제법 됩니다.”

책도 여러 권 쓰쎴지요?

“2002년인가로 기억합니다. 중국 티베트를 여행한 후 여행기 ‘타시텔레(티베트인사말)’를 출간했지요. 2009년 ‘아마존으로 가다’를 출간했고 이외에도 몇 권의 책을 썼습니다. 사실 대륙별 연작을 준비했으나 출판사 사정으로 출간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원고가 준비되어 있으니 기회가 오면 출간할 계획입니다.”

내년 초에 좋은 여행 계획이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4월 EBS 세계테마기행을 진행하며 다녔던 케냐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중 케냐와 탄자니아로 여행 상품을 구성하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10일 부터 21일간 일정으로 진행되며 인류의 시원지로 알려진 동아프리카 산맥인 그래이트 리프트 밸리 2박3일 트래킹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설적 락그룹 ‘퀸’ 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출생한 잔지바르 섬에서의 푸근하고 환상적인 휴식도 즐겨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행사에는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최일순만의 코스와 일정으로 어디 어디를 찍고 식의 여행에서 탈피한 제대로 된 여행을 마련하고 함께 가실 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화 내내 연기자보다 여행인의 느낌을 더 강하게 받은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아프리카 여행에 대한 기대와 조바심때문일 것이다. 연기와 여행을 삶의 두 기둥으로 삼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연기자이며 여행인, 오늘도 그는 머물되 머물지 않는 나그네로서의 길을 떠나고 있었다.

글: 이정찬 기자 /미디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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