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오대산으로 저문다.

평창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 전각 정면 (사진제공=문화재청)

한국 불교사의 살아있는 문화성지

대한민국 국토에는 수많은 사찰이 존재하고 있다 . 세월이 지나면 옛 것은 퇴색하기 마련이지만 시간이 흘러 갈수록 더욱 보배가 되는 곳도 있다. 오대산 자락에 자리 잡은 월정사가 꼭 그렇다 .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천년의 세월을 버텨온 사찰의 대들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월정사 한 쪽에서 묵묵히 자리를 잡고 있다 . 일본이 식민시대의 만행을 사과하면서 반환을 약속한 조선왕실의궤가 월정사의 주도로 이루어진 결과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역사는 말하지 않는다 . 보여줄 뿐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 4 교구본사인 월정사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동쪽에 자리 잡은 사찰이다 . 월정사를 품고 있는 오대산은 장엄한 풍광으로 이름이 높고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내려오는 백두대간 의 중심에 위치한다고 알려졌다. 월정사는 오대산 자락 17 만평을 그 품에 안고 있다. 신라 시대부터 현재까지 수천 년 동안 당대의 선지식인 들이 이곳을 거쳐 갔고 오늘도 오롯이 한국불교의 중요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

월정사는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중국의 오대산에서 수행하던 자장율사는 수행 중 문수보살을 친견하게 되었고 신라로 돌아온 자장율사는 문수보살을 다시 친견하기 위해 월정사를 창건하게 되었다고 한다. 신라시대 신문왕의 아들 보천과 효명 두 태자는 오대산에서 수행하기위해 월정사를 즐겨 찾았다 .

한국의 여러 사찰이 그렇듯이 월정사도 전쟁과 화재로 여러 번 전소됐었다 . 월정사의 안방인 대웅전만 하더라도 7 차례나 불에 탔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6 ‧ 25 동란 때 많은 문화재가 전소됐지만 현재까지 꾸준한 문화재 복원사업과 월정사 재건 사업으로 옛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 .

월정사는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유명하다 . 천년 이상 된 전나무 숲이 하늘을 가릴 듯 덮여 있는 월정사 입구는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며 방문한 사람들은 자연의 위대함에 고개를 숙인다.

풍수지라학적으로도 뛰어난 월정사는 산세의 모양이 기가 한번 들어오면 잘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 그래선지 사명대사나 한암 스님 등 역대 큰 스님들이 젊었을 적에 월정사에서 수학한 인연이 있다 .

독특한 건축양식의 적멸보궁, 사진:문화재청

천년사찰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천년고찰 월정사는 그 명성에 걸맞게 각종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 그 중에서도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적멸보궁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전각과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고 불단만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우리나라 5 대 적멸보궁 중 하나로 꼽히는 월정사의 적멸보궁은, 경남 통도사, 설악산의 봉정암, 영월의 법흥사 그리고 정선의 정암사와 함께 불교인들의 대표적 성지순례 장소이다 . 적멸보궁 뒤 뜰 땅속에 묻혀 있는 부처님 진신사리는 일본 강점기 시절 일본군이 도굴했다는 설도 있지만 너무나 신성한 곳인 만큼 후대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남겨 두고 있다 .

강원도의 대표사찰로 유명한 월정사는 그 명성에 걸맞게 사찰 내에 박물관이 따로 존재한다 . 주로 강원도 사찰의 역사와 문화재를 전시해 놓은 곳으로 특히 국보로 지정된 사리구 등 국보급 문화재가 다수 전시되어 있다 .

월정사 본당인 적광전의 앞뜰 중앙에는 팔각구층석탑이 서 있다 . 연꽃무늬로 치장한 이층 기단과 완벽한 형태의 금동장식으로 장엄한 상륜부 등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탑이다 . 많은 사람들이 조선시대의 탑으로 알고 있지만 탑의 형식으로 봐서는 고려시대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 화강암으로 만들었고 수백 년을 거치면서 화재로 빛깔이 많이 변했지만 오늘 날까지도 완벽한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

부처님 진신사리 모신 곳 월정사에서 오백 미터쯤 되는 곳에는 부도 밭이 있다 . 이 부도들은 스님의 묘탑으로서 모두 스물세기가 있는데 , 불가에서는 스님이 입적하면 화장을 하는데 이때 평소 정진한 기운과 불이 어우러져 사리라는 결정체가 남는다고 한다 . 부도는 이 사리를 모신 곳이다 .

앞에서도 언급한바 있는 조선왕실 의궤는 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에서 거행한 주요 행사를 기록과 그림으로 남긴 보고서 형식의 책을 말한다 . 월정사에 있던 이 의궤가 전쟁으로 유실되면서 다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는 데는 월정사의 끊임없는 문화재 반환운동의 결과이다 .

오대산 불교문화축전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로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인 월정사에서는 일 년 내내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가 진행된다.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은 월정사 단기출가학교다 .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 프로그램으로 일반인들이 한 달 동안 출가생활을 해보는 것이다 . 50 여명의 남녀가 한 달 동안 행자생활을 하면서 실제로 출가를 한사람도 있다고 한다. 매년 3 기수씩 뽑기 때문에 계절별로 원하는 때에 갈수도 있다 .

서울에서 진부까지 3 시간 채 못되는 거리, 온 가족의 주말 여행지로 추천할 만한 곳이다.

글: 김인철 기자/ 미디어원 사진: 김인철 기자,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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