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고독의 계절이다.

#1 누가 싸매줬니?

어떤 아이가 중학교에서 돌아다니다 무릎을 다쳤다. 깊이 찢어진 상처를 잡고 교무실로 갔다(양호/보건 선생님 없는 학교). 선생님들은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가 피를 흘리며 들어오는 아이의 상처를 보고 기겁한다. 미간을 찌푸리거나 놀라며 흩어지는 선생님들 사이로 국어 선생님이 안심시킨다. “괜찮다” “괜찮아” “내가 싸매줄께” 그렇지만 그 국어선생님은 말만 할 뿐 계속 식사하고 있다. 이때 옆의 수학 선생님이 얼른 도시락을 놓고 응급처치를 해준다. 고학년 선도반장을 불러 병원으로 보낸다.

아이의 부모는 집에 온 아이에게 묻는다. “누가 싸매주고 병원해 보내주셨니?” 아이의 머리속에는 다친 충격속에서 “괜찮아” “괜찮아” 해준 선생님이 기억에 남아 있다. …………..”국어 선생님”

#2 왜 나를 혼자 두었어?

사나이는 늘 그렇듯 접대가 힘들다. 술을 마실 줄 모르는 그는 억지로 술을 마신다. 일을 마치면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일을 얼른 마치고 빨리 아이들이 보고 싶다. 고된 일을 마쳐도 집에 갈 수 없다. 그가 하는 일은 다시 손님들과 식사하여야 한다. 그는 낮의 일이 전부가 아니라 또 저녁, 그리고 밤늦게까지 사람을 상대해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일과 아이들을 공부시킬 수 있다는 보람으로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고, 억지 술, 억지 만남의 지루함을 견딘다. 세월이 흘렀다. 호되게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가 묻는다.

“아빠, 아빠는 왜 나 혼자 두었어?”
“아빠가 나에게 해준게 뭐야?”

#3 그때 왜 그랬어?

그는 사장이다. 가방공장을 겨우 세웠다. 자금관리, 생산관리, 거래처 개척, 유통채널 확보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가방공장에 온 힘을 다했다. 청춘을 다 바쳐서 겨우 가방공장을 본 궤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남편을 증오한다. 이유는 하나다.

“신혼 때, 그때 나 정말 같이 있고 싶었어. 나 그때 혼자 있는 게 너무 무섭고 싫었어”
“그때 왜 그랬어?”
“왜 나 혼자 뒀어?”

#4 이제 나의 이야기다.

오래 사업하며 고생한 사장님이 있다. 나보다 나이가 많다. 허물없이 친하다. 그의 고생을 알고 그의 인간미를 안다. 좋은 사람이다. 뭘 잘 하다가 안되는 것 같다. 고민이 깊어 보인다. 저 나이에 또 쓰러지면 다시 못 일어날텐데…
걱정 끝에 제안한다. “내가 기술 하나 좋은 조건으로 드릴테니 잘 활용해보세요”
아주 좋아한다. 말하지 않던 지금의 고민과 어려움을 다 이야기하며 이제 살길이 나올 것 같다고 한다.
한 달 후, 누구를 데려온다.
“서교수, 내 아주 아끼는 후배인데, 사업하고 있고… 이 후배한테도 나한테처럼 해줄 수 있소?”

“형님, 나는 당신 걱정해주고 있는 거에요. 왜 내 호의와 성의를 그렇게 내가 모르는 사람한테까지 헤프게…”

때로 세상은 희생 해주는 놈이 놀아주는 놈을 못당하는 법이다.

가을은 고독의 계절이다.

 

글 사진:서동혁/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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