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간 동안 비행기 탈 일 있어, 무슨 책을 가지고 탈까 하다가 이 책을 선택했다. 보통 책 보다 더 큰 판형에 거의 800쪽. 보통 책 3권 무게.

대한민국 역사와 현실에 의문과 황당감을 많이 느껴서인지, 솔직히 무협지 보다 훨씬 재밌다. 중간준간 책을 덮고, 수런거리며 밀려오는 생각에 잠긴게 몇번 이던가!!! 어두운 비행기 안에서 독서등 켜놓고 읽는데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이과에 공대를 나왔고 운동학을 사실상 전공으로 삼아서인지 주류 세계사 /서양사 공부를 한 적이 없다. 혁명사와 맑스주의 경제사만 진탕 공부했다.

자주 느끼지만 청년 시절에 세계 지성인의 보편 필수 교양 공부를 건너뛰면서 엄청난 지적 공백이 있다는 것을 또 느꼈다.

조선과 북한과 대한민국의 혼미와 퇴행의 이유는 뭐 심오복잡한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우물안 개구리라서다.

내년에는 이 책과 토크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등 동서양 고전 가지고 강독 모임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그나저나 고교에서 세계사나 국사 가르치는 교사들 좀 만나고 싶다. 묻고 토론하고픈 것이 너무 많아서다.

아참 이 책 소개해준 마창훈씨에게 정말 감사한다.

역자 서문을 늦게 읽었는데, 읽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성과 지성이 앞으로 가기는 커녕 뒤로 가는 것을 또 확인해서다. 방향감각을 잡으려면 사고의 시공간을 키워야하는데, 역사 공부와 동서양 고전 공부만큼 사고의 시공간을 키우는 공부가 있는가?
우리 인문학과 서양사 교육이 세상과 소통하는데 얼마나 무관심한지….

세계화를 본격적으로 부르짖기 시작한 것이 1990년대 문민정부 시절부터이건만, 정작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세계사 과목은 극소수만이 선택하는 과목으로 전락했다.

이제 세계사는 교육과정에서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과목이 되었다.

그 결과 대학을 졸업하고도 서양사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조차 익히지 못한 인구가 대대적으로 배출되는 경에 이르렀다.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는 우리의 파행적 역사 교육이 21세기 대한민국 국가 경쟁력에 심각한 장애를 가져올 것 만 같아 우려된다.

현재의 상황은 2세대 서양문명의 역사가 번역 출간되던 1994년보다 한층 나빠졌다.

방향감각을 잃은 인문 정책 덕분에 일부 인문학자들의 사회봉사 차원의 노력에 의지해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는 우리 인문학의 현실이 안타깝다.

글: 김대호/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