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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10월05일 12시38분
글자크기 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 뉴스프린트하기 뉴스스크랩하기
트위터로 보내기페이스북으로 보내기미투데이로 보내기싸이월드 공감하기 [규나의 영화 이야기 ]아쿠다가와 류노스케 '나생문'과 구로사와 아키라 '라쇼몽'



"시체의 머리카락을 뽑아서 가발을 만들 거야.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뽑는 것은 좋다고 할 수 없지만, 내가 방금 머리카락을 뽑은 이 계집은 토막 낸 뱀을 마른 생선이라고 팔았어. 염병에 걸려 죽지 않았다면 지금도 팔고 다니겠지. 나는 이 여자가 한 일을 나쁘다고 생각지 않아.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굶어 죽었을 테니까. 그러니 내가 한 일도 나쁘지 않아. 이 노릇도 안 하면 굶어 죽게 생겼거든. 이 여자도 아마 내가 하는 짓을 너그럽게 보아줄 거야."(...) 노파의 말을 듣고 있던 사내의 마음에는 차차 어떤 용기가 솟았다.(...) “정말 그래? 그럼 내가 네 껍질을 벗겨가도 날 원망하지 않겠지? 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판이란 말이야."(...) 사내는 재빨리 노파의 옷을 벗겼다. 그리고는 다리에 매달리는 노파를 거칠게 시체 위로 걷어차 버렸다. - 아쿠다가와 류노스케 [라쇼몽] 중에서.

신인에게만 수여하는 일본의 유명한 문학상, 아쿠다가와 상이란 이름의 그 주인공,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의 작품 [라쇼몽, 羅生門나생문] 일부다. 이 단편소설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인간의 참혹한 먹이사슬의 현장을 아주 짧고 강렬하게 보여준다. 뱀을 생선이라 속여 판 여자. 죽은 그 여자의 머리카락을 뽑아 가발을 만들어 입에 풀칠하는 노파. 그 노파의 옷을 홀랑 벗겨 달아난 사내. 이 중 누가 가장 나쁜 인간일까. 혹시 나라면, 당신이라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삶이란 이름으로, 생존이란 이름으로, 우리는 그 모두를 이해하고 용서해도 되는 것일까. 

아쿠다가와 류노스케가 이 짧은 처녀작에서 드러내려했던 주제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에 의해 전혀 다른 버전으로 각색된다. 영화 [라쇼몽]에서는 남편 앞에서 그의 아내를 강간한 도적, 남편 앞에서 도적에게 강간당한 아내, 도적에게 아내를 지키지 못한 남편, 그리고 그들을 지켜본 또 한 명의 목격자, 이렇게 네 사람의 시선을 통해 거짓말을 해서라도 자기 정당성을 지키려는 인간의 다중적인 특성을 소설보다 훨씬 쉽게, 보다 선명하고 보다 다양한 색채로 펼쳐 보여준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정의인지 확언할 수 없다. 나의 거짓말과 당신의 거짓말, 그 사이에 진실은 다만 아련하고 희미하게 존재할 뿐이다. 

인생도 진실도, 단순하지 않다. 어떤 상황, 어떤 사건에도 사람들 저마다의 절박하고 필연적인 입장이 있다. 그것이 진실을 가린다그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 우리는 어떤 판단도 할 수 없는 게 옳다. 그래서 선good도 없고 악bad도 없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들 일부는 참으로 미안하고 민망하게도, 너무나 단순하다. 자신이 아는 게 전부라고 믿는다. 자신과 자신의 편은 선하고 정의롭고 남과 적은 악하고 불의하다고 맹신한다. 그 결과 광우뻥 사건, 세월호 사건, 거짓 불법 탄핵이 가능했다. 북핵이 아니라 사드 때문에 죽을 거라는 어리석음도, 친일이란 지독한 프레임도, 공산주의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도, 시대상황에 대한 이해 없는 독재에 대한 오해도, 자국 대통령에 대한 말할 수 없는 모독과 음해와 끝없이 잔혹한 고문도. 동맹국의 대통령을 참수하는 행사에 대한 열광과 주적에 대한 찬양과 그의 화형식에 대한 반대도, 그리고 이 모든 조국의 위기를 방관 조장하는 무리에 대한 환호까지.. 다수의 국민들은 이 모든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오로지 선동 당한 대로, 거짓 언론이 떠든 대로, 선과 악을 제멋대로 둘로 나누고, 그 아래 숨겨지고 감춰진 사실은 도무지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사람이 어찌 그리도 심플하고 단순할 수 있는 것일까. 

아무리 비루한 삶조차 인정(人之常情)으로 용서하고 보듬는 게 사람의 길이어야 한다면, 법은 법의 눈으로 사실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죄와 벌을 엄정하게 판결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법은 인정만 앞세운 이들에 의해 죽었다. 그들이 법을 조롱하고 조리돌림한 뒤 무참히 살해했다. 이러한 참담한 사실에 대한 무관심이 우리의 가장 지독한 병이다. 인간의 단순성과 다중성에 대한 몰이해가 가장 큰 죄다. 무지가 가장 깊은 악이다. 이 모든 것이 대한민국 호를 침몰시키는 중이다. 

소설에서는 비록 그것이 연민의 시선일지라도 잔혹한 삶의 구조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희망을 남겨준다. 인간에 대한 믿음. 인간에 대한 희망. 나는 그것이 서른다섯이란 젊은 나이에 자살한 소설가,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와 오래오래 살면서 훌륭한 작품을 남겨 세계적 거장으로 이름을 남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대한민국의 오늘을 비관하지만은 않는다. 인간은 때로 어리석지만, 밟아도 죽여도, 무지와 두려움 속에서 끝내는 오뚜기처럼 바르게 일어서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p.s. 추석 기간 중 심플하면서도 삐딱한 친지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유튜브에서 [라쇼몽]이라도 같이 보면 좋으련만, 그렇게라도 세상을 보는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것도 그들의 무지를 깨우는 한 방법이겠으나. 깨몽,, 고스톱이 더 재미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글: 작가 김규나

라쇼몽 1 https://www.youtube.com/watch?v=FTUyyJQFz6c&t=230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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