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말아 먹은건 어디에 신고?’

393

동네 로컬푸드 매장 안쪽에는 흔하디 흔한 빵집이 하나 있다.
이 집의 빵은 참 뭐랄까?
각각 재료의 맛과 풍미가 살아 있는 빵을 만드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식감도 훌륭하다.

우리집 식구들 입맛이 저렴해서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이라… 주로 가성비 좋은 코스트코 식빵으로 구입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동네에서는 빵을 잘 안 사는 편인데, 가끔 이 집 빵은 생각이 나서 사서 사러 갈 때가 있는 그런 빵집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간신히 턱걸이로 대학 문턱을 밟는 큰 녀석과 간단히 장을 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마트마다 저렴한 품목이 달라서 첫 번째 마트에서는 과일을, 두 번째 마트에서는 고기와 계란을 사고, 마지막 로컬푸드 매장에서는 야채를 구입하고 계산을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로컬푸드 매장 저 안쪽에서 “니가 뭔데 애 기를 죽~여?” 얼핏 보기에 70초반의 여자와 그의 딸인 듯한 40대 후반의 여자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빵집의 고참인 듯한 직원은 “여긴 장사하는 매장이니 사무실로 들어오세요.” 이렇게 말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두 여자는 사무실로 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고 그때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던 제법 고급스런 털이 달린 롱 패딩을 입고 있는 성인 남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기역자로 숙이고 땅만 바라보며 서 있는 그 남자는 나이가 20대 초반쯤 되어 보였다.

다시 70대 여자가 가래가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야!~ 왜 내 귀한 새끼한테 막말이야? 이 XXX아~~!”

불과 1~2분 사이에 이런 다툼소리를 한 번에 쭉 듣다보니 나는 계산을 마치기 전에 그 상황을 모두 알게 되고 말았다.40대 여자가 다시 거든다. “애가 잘못하면 뭘 얼마나 잘못 했다고 기죽이고, 그만두라고? 니들이 잘나면 얼마나 잘나서? 엉?”

고참 직원은 “이보세요. 여기서 이러시는 의도는 알겠는데, 제가 소리 못 질러서 이러고 있는거 아니거든요? 업무 방해로 신고하겠습니다.” 그러니, 두 여자 바로 꼬리 내리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ㅋㅋㅋ

우리도 계산을 마치고 매장문 밖으로 나왔다. 큰애가 “어머니, 왜들 저래요?”하고 묻는다. 너무 빨리 지나가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

“저 빵집은 손님을 위한 빵을 만드는 곳일까? 직원을 위한 빵을 만드는 곳일까?”
“당연히 빵을 사 가는 손님을 위한 빵을 만들어야죠.”
“그렇지? 그런데 저 두 아줌마들은 저 빵집 고참들과 주인이 자기 아들 기를 죽였다고 또, 해고 했다고 와서 항의 하는 거야. 사실 저건 항의가 아니라 깽판이지. 저 집 빵맛이 왜 좋겠어… 저런 애들을 빨리 빨리 해고하고 기강이 바로 서서 좋은 거지.”

큰애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저런 일 있다고 엄마와 할머니가 쫓아오는 저런 나이만 먹은 어른 애들이 모이면 그런 빵 맛이 나오겠니?”

큰애가 내 봉지까지 뺏어들면서 웃는다.
“저런 직원들 모아 놓으면 빵집 망하겠네.”

그런데 저런 여자들은 경찰에 신고라도 하지. 나라 말아 먹는 것들은 어디다 신고를 해야하는건지…물론, 이 말은 속으로만 한 말이다.

달래아짐/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