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작가 차홍규교수,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미술 100’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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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원=이보명 기자) 서양미술하면 왠지 어렵고 대학시험을 보아야 하는 수험생의 마음을 떠 올리게 된다. 북경 칭화대학 미대를 정년퇴임한 하이브리드 작가 차홍규 교수와 차교수의 홍대대학원 동문인 김성진 아트디렉터가 공동으로 편찬한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미술 100’은 이처럼 어렵게 생각하는 서양미술을 작가와 작품위주로 쉽게 설명하여 보는 이들이 만화를 보듯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책이다.

그렇다고 시대를 무시하지도 않고 시대별로 작가를 선정하고 작가의 특징에 따른 다양한 화보를 중심으로 상세한 설명을 보충하여 총 100인의 작가에 삶과 예술을 한권에 담았다.

그림 안에는 화가의 ‘순간’이 살아 있다. 천개도 넘는 순간이 숨 쉬면서 삶과, 사랑, 그리고 애환을 이야기한다. 그 애환의 조각들은 보는 사람에게는 축복일 수도 있다. 부대끼는 인생을 살아가며 끌어안지 못하는 또 다른 누군가의 감정, 그 미묘한 시간의 한 조각을 내 가슴에 끌어안고 우리는 다시 삶의 윤곽을 더듬는다.

그러한 조각들은 때로는 ‘빛’의 화풍으로 반짝인다. 빛의 화가 중 오귀스트 르누아르 같이 유명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르느아르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이다. 특히 여성의 육체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솜씨가 탁월했다. 뛰어나면서도 화려한 멋을 보인 그의 화풍은 엄정미를 선보였던 세잔과는 또 다른 의미의 예술혼이 어려 있었다. 르느아르는 1876년 대작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를 발표하면서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광선과 춤을 추고 있는 군중의 묘한 대비를 그려내면서 독특하고 아름다운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이 명화에는 젊은이들이 춤을 추고 있는데, 그림에 등장한 인물들의 다양한 동작들이 우아하고 아름답게 표현돼 있다. 어두운 명암을 쓰지 않고도 햇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창조해내는 게 르느아르의 독특한 기법이었다.

그런가 하면 ‘무용’ ‘춤’을 표현한 화가로 에드가 드가를 빼놓을 순 없다. 드가는 ‘무용의 화가’로도 불린다. 당시만 해도 무용수들의 처우는 매춘부보다 약간 나은 수준이라 할 정도로 하층민 생활을 했기 때문에 드가의 소재 선택은 꽤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드가는 무용수들의 모습을 모델로 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실제로 무용수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 직접 노력하기도 했다.

말년에는 지병인 눈병이 악화돼 시력을 거의 잃게 되어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조각을 하는 데 몰두했다. 그에게도 트라우마는 있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아버지의 친형제와 불륜 행각을 벌이면서 집안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경험을 한 그는 그 여파로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특히나 성격상 자의식이 강하여 다른 사람을 만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그림 안에 실재해 있는 화가들의 면면은 수많은 시간을 건너와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미술 100’은 서양미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르네상스부터 현대 미술이 등장한 20세기까지 600년에 걸친 세계 명화사의 대표적인 화가 100인의 생애와 작품을 통해 서양미술의 역사와 뒷이야기를 한눈에 들여다본다.

이 책을 통해 작가의 독특한 생애와 정신세계,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소해 보이는 소품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등을 알게 되는 것은 물론, 무심코 지나쳤던 그림을 다시 보게 되고 서양미술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선물로 받는다.

한마디로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미술 100’은 어렵게 생각하였던 서양미술을 그림이 알려주지 않는 그림 속 숨겨진 이야기를 중심으로 쉽게 서술하여 누구나 쉽게 서양미술사의 전문가가 되게 만드는 신기한 마력을 지닌 책이다.

자료제공: 차홍규/조각가 화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