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한국기행] 단풍소식 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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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원=이하 이만식 작가) 언젠가 천하 물빛이라 하는 중국 구채구와 청룡, 크로아티아의 폴리트비체를 돌아보면서 만약 이곳에 설악과 내장의 단풍이 곁들였다면 인간은 범접치 못했으리라 안도의 탄식을 한 바 있지요. 왜냐하면 신들이 먼저 승탐하느라 뒷전이었을테니. 그런 단풍이 물드는 계절이 왔습니다.

설악산 단풍
내장산 단풍

단풍하면 설악과 내장산이 앞자리를 다투지요. 그건 선호일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곳곳에 명산이 많고 이름 난 계곡이 많아 나름의 단풍완상이 흡족합니다.
북한산과 두륜산 석봉, 두타산과 화양곡의 무릉 암반, 방태산의 조경동과 오대산 소금강의 유수, 월악과 치악의 기암…이외 수많은 승경과 어우러진 단풍이야말로 황홀경에 들게 하지요. 굳이 설악, 내장산 두 곳을 자주 언급하는 것은 단풍 명승이기도 하지만 하나는 첫소식을 주고 하나는 절정기를 알려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설악산 소공원 11. 10
내장사 산문 11월 초순

내장산 단풍이 입구 가로수나 조림숲에서부터 능선까지 오른 자생 단풍마저 화려함을 자랑한다면 설악산 단풍은 천길 기암과 옥빛 계수가 어우러진 수려함이 돋보입니다.

설악산 10월 중순
내장산11월 초순

내장산 단풍은 내장사와 백련사 양방향에서 주로 즐긴다면 설악산 단풍은 한계령과 오색, 십이선녀탕과 백담, 비선대와 비룡폭포 등 좀더 다양합니다. 두 산 모두 등정이 아닌 바에야 평소 4시간이면 족하나 절정기에는 인산인해라 내장산보다 협로인 설악산이 더 힘든 산행입니다.

내장산 우화루. 2017. 11. 8
내장사 백련암
설악산

단풍이 얼마나 물든 것을 첫 단풍이 들었다고 말할까요? 산 전체에 약 20%가 단풍으로 물드는 시점을 두고 첫 단풍이 들었다고 명시하고 있답니다. 일반적으로 오르기 벅찬 고지에만 물든 거지요. 단풍의 절정 시기는 산 전체의 80%가 단풍으로 물들었을 때를 의미합니다.

백암산 백양사 쌍계루 11월 초순
백양사 도중

그런데 단풍 뉴스는 늘 그래왔지요. 헬기를 타고(매년 관계 기관에서 제공) 올라 1.500미터 이상 고지쯤 그림이 나갑니다.
“설악산에 단풍이 들었습니다.”
방송을 듣고 맘먹고 온 관광객은 무슨 K2봉이라도 등정하듯 무장 차림으로 와 비선대 쯤에도 덜든 단풍에 실망하고 돌아갑니다.

방태산 9월 말
설악산 비선대 10월 초순
설악산 십이선녀탕 10월 하순
설악산 한계 10월 하순
설악산 대승령행 10월 중순
설악산 11월 중순 첫눈

10월 초순 설악은 아직 이른 가을과 이미 물든 가을이 공존합니다.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3시간 이내 산행 거리는 시월 20일 내외가 절정이지요. 그러하니 설악산 단풍은 시월 1주차 대청봉에서 시작되어 대개 10월 3주차 되어야 소공원까지 절정입니다.

인제 필레
홍천 내면

이로 시작하여 땅끝 해남 두륜산의 단풍 시기는 약 한달 뒤입니다. 단풍은 지역마다 고봉에서의 첫 단풍 이후 2주 정도 뒤에 아랫녁 절정을 보이는데 일기에 따라 일주일 내의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정읍 내장지
창경궁 춘당지 Changgyeonggung Chundangji Pond, 昌慶宮 春塘池

단풍 고운 해는 조건이 따로 있습니다. 늘 단풍을 꽃처럼 여기며 가까이 하고 사는 필자 경험으로는 늦여름과 초가을 일정한 강우량이 있은 후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으면 단풍 색깔이 더 선명해지고 곱습니다. 강풍이 잦으면 잎이 훼손되어 조락하거나 마른 단풍이 많습니다. 중턱 이하에서는 특히 그러야 합니다.

제천 배론 성지
울산바위와 노학동 벚단풍

2018년 올해 단풍은 작년보다 늦어진다 전문기관이 이미 내다봤습니다. 이유는 올해 여름이 유독 더웠던 만큼 9월까지 이어지는 더위로 작년보다 9월과 10월의 기온이 평소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아 단풍 시기도 늦춰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현지 감각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빠를 수 있다 봅니다. 일교차가 만만치 않아서 입니다.

한계령
비선대
내장산

자ㅡ ,10월과 11의 주말은 단풍 탐승으로 미음완보하는 날들이니 벨을 울리지 말고 메아리로 저를 찾으소서. 서설 뒤 본말은 벅차면 글이 나오지 않으니 그저 그림으로 남기리다.

은행과 단풍

탈색도 착색보다
아름다울 수 있으니, 외려
물든다 하지!
ㅡ 단풍 / 이하

청홍 당단풍

글과 사진: 이하 이만식, 시인, 시조시인, 수필가, 조각보시/포토포엠작가
경동대 학장, 작은 도시에 사는 자연인. mslee@kduniv.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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