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와는 거리가 먼 ‘유은혜’의 장관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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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의 유은혜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 비리백화점식 행보에 대한 해명 부족, 교육전문성에 대한 무능, 국회의 인사청문회 권한에 대한 무시, 의원 출신 가운데 유일한 청문회보고서 채택
거부 등등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 가장 충격은 민심을 대하는 청와대의 인식에 고장이 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다.

만일 높은 대통령의 지지율에 취해 일단 강하게 밀어부치자고 결론을 냈다면 위험신호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묘하게도, 경향신문도 내 생각과 비슷한 사설을 썼다.

문제는 청와대의 인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인사청문 절차에 반대하는 야당의 뜻을 일반 국민의 여론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유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여론이 국민 다수의 여론이라고 생각하지않는다”고도 했다.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권력자가 시민을 앞세워 국회를 공격하고 나설 경우 자칫하면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반(反)정치주의로 흐를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박근혜 정부의 치명적인 잘못은 야당과 반대 시민을 적으로 몬 것이었다.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지난달 초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 장관은 ‘적합(40.7%)’, ‘부적합(39.0%)’ 여론이 팽팽했다.

청와대는 무엇을 근거로 ‘다수 여론’을 거론했는지 모르나 최소한 임명에 앞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후보를 청문회에 올린 데 대해 먼저 사과라도 했어야 한다.
야당이 반대하든 말든 임명할 거면 인사청문회는 뭐하러 하느냐는 것이 정확한 민심이다.

한술 더 떠 김 대변인은 야당의 반발로 민생법안 처리 등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대해 “유 장관을 임명하지 않는다고 해서 과연 협치가 이뤄지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현재 상황을 보면 그게 보장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한마디로 유 장관 진퇴에 상관없이 지금 국회 상황을 ‘협치 난망’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민생 살리기를 위한 초당적 협력과 협치를 약속한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가뜩이나 정국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예산정보 유출’ 논란으로 꼬여 있다.

서로 마주 달리면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대통령과 여당은 항상 야당의 올바른 지적과 비판을 수용할 줄 아는 포용성을 요구받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삼고 소통하며 협치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김 대변인의 발언은 그런 약속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인다.

글: 박영환/전 KBS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