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신드롬, ‘진정성의 리더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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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원=박철민 칼럼니스트) 박항서 신드롬은 쉽게 식는 인기의 속성과는 다를 것 같습니다. 스포츠 감독은 성적이 좋으면 각광받지만 성적이 곤두박질치면 쉽게 내쳐지니까요. 그러나 적어도 지금의 베트남은 비록 자국 축구대표팀의 성적이 나빠져도, 우리가 1998년 월드컵에서 영웅 차범근에게 그랬듯이, 그들의 영웅 박항서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이유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이나 연예인들이 만드는 인위적인 인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거니까요. 겸손한 리더십과 기부의 선행 등은 고마움을 알고 실천하는 모범시민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그의 몸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진정성의 리더십>이라고 부릅니다.

아버지 리더십에 묻어 있는 배려의 미학은, 축구인으로서 희로애락을 모두 견뎌낸 인내의 방정식이 묻어 있습니다. 그 방정식은 그를 기꺼이 축구변방으로 이끌었고 공평한 神은 그에게 영광을 주었습니다.

하여 축구의 변방에서 1년만에 쌓아올린 그의 업적은 그래서 오롯이 그의 것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영광을 뛰어넘어 그 어떤 외교관도 해내지 못한 일까지도 거뜬히 해냈습니다.

베트남에서 펼쳐진 대한민국 2002년의 재림 뒤에는, 동네아저씨 같은 소탈한 축구인의 ‘진정성’이 있었던 겁니다. 그것을 제일 먼저 알았던 사람들이 베트남 축구선수들이었고, 베트남 국민들이었으며, 수천 Km를 날아 한국민들의 가슴에도 날카롭게 꼿힌 것입니다.

물론 불러도 가지 않겠지만, 박항서의 업적을 축구 스타플레이어 출신들이 가서 이뤘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신드롬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요? (‘神話’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입니다.

축구공 하나로 베트남을 통일시키고, 민간외교의 선봉장이 된 박항서 감독의 성공담을 보고 시기하거나 질투한다면 못난 사람이고, 부러워하거나 흐뭇해한다면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한 발 뒤로 물러나 부끄러움까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 그의 인자에도 박항서 신드롬은 두툼하게 묻어 있을 것입니다.

곧 아시안컵이 열립니다. 월드컵 단골 손님인 대한민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한들 국민들이 열광하겠습니까? 그러나 아시아의 맹주인 우리가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건 59년 전입니다. 45개국 아시아에는 호주 사우디 이란 일본 우즈벡 등을 비롯하여 우리보다 나은 축구강국이 많지요. 게다가 베트남의 예에서 보듯이 축구변방 동남아의 약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태국에게도 진 적이 있습니다.

“2002년에 대한민국은 하나였습니다. 그후 우리가 온전히 하나인 적은 제 생각으로는 없었습니다. 지금도 물론 갈라져 각자도생에 바쁘고 정치권은 그 정도가 훨씬 심하지요.

다시 박항서를 생각합니다. 즐기고도 있겠지만 사실 인간 박항서 감독 자신은 지금 현 상황과 어색한 동거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진실로 <그의 인자한 얼굴과 어색한 미소에 녹아 있는 자연 그대로의 진심에 깊이 고개 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