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우리는 그들을 ‘랜드사’ 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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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랜드의 행사 진행 모습
여행업계의 상호 관계가 수직적인 ‘갑’과 ‘을’ 관계가 된 것이 언제부터 인지 모른다. 왜 업종 간 수직적 관계가 형성 된 것인지, 그 해묵은 앙금은 언제 해소될 것인지 누구도 명쾌하게 답 할 수 없다. 본지에서는 각 업종 전문가들과의 인터뷰와 대면, 소비자 고발을 통해 서로의 이해관계와 상생의 길을 조망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여행업계의 구조상 가장 하부에 위치한 랜드사를 취재했다.

# 업계의 봉인가, 트러블 메이커인가
사례 1
국내 모 여행사를 통해 태국상품을 구입한 A씨는 여행사가 지정한 랜드사의 가이드가 아닌 다른 랜드사의 가이드에 의해 여행이 진행되는 것을 알게 됐다. 여행사가 지정한 랜드사의 가이드에 비해 현지 언어 구사능력 등, 자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새로운 가이드에 의해 진행된 여행 일정과 내용은 애초에 계약했던 상품과는 크게 차이가 있었다. 교통수단이나 숙소는 한 등급씩 떨어졌고, 서비스도 엉망이었다. A씨가 가이드에게 항의를 해봤지만 가이드와는 온전한 대화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례1은 여행 업계에서는 흔히 벌어지는 경우다. 피해 소비자의 대부분은 전혀 모르고 당하게 되며 내막을 짐작할 수조차 없다. A씨와의 인터뷰와 업계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위 와 같은 사건은 흔히 ‘두당떼기’ 로 일컬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두당떼기의 폐해는, 모객 한 여행사에서 위탁 받은 국내 랜드사가 다른 랜드업체에 승객을 넘기고, ‘두당’ 일정 커미션을 챙겨 손을 떼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두당떼기’ 해외여행객에게 문제가 생기게 되면, 모든 클래임은 계약 여행사에게 떨어지게 된다. 최악의 경우인 인사 사고로 인한 보상 문제가 생길 때, 현지의 랜드 업체가 잠적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사례 2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B씨는 항공기 탑승 전 여행사로부터 현지에 전해달라고 하는 상자를 받았다. 여행사가 현지 랜드사와의 협력관계를 위해 보낸다고 하는 상자는 밀봉되어 있는 상태. 호기심이 동한 B씨가 항공기내에서 상자를 열어보자 돈 다발이 들어있었다. 의아해하는 B씨가 현지에 도착한 이후 동일한 패키지 이용자들에게 물어본 결과 B씨 자신과 마찬가지로 문제의 상자를 현지 랜드업체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단 어제 오늘의 관행이 아니다. 최근 몇 업체에서 이런 수법으로, 환전 수수료를 아끼고 탈세를 하다 검거 됐다. 요즘은 어떨까? 만나본 랜드 업계의 직원들과 가이드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 고 말했다. 이전처럼 여행객을 시켜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어 졌지만, TC나 가이드편에 보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렇게 전달된 투어피는 업체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례 3
휴가를 맞아 친구들과 유럽여행을 떠나던 C씨는 공항에 내려 황당한 일을 당했다. 가이드가 나와 있지 않은 것이었다. 국제통화료를 물어가며 계약당사자인 국내 여행사와 통화를 하자 얼마 후, 잠을 자다 연락받고 온 듯한 가이드가 나타났다. 원래 오기로 했던 가이드는 갑작스레 현지에서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새롭게 나타난 가이드다. 꾀죄죄한 모습으로 나타난 가이드는 현지 숙소와 교통수단, 관광지에 대한 수배 내내 어리숙한 모습을 보였고, 심지어 시내 숙소 예약에 실패해 장거리 버스를 타고 지방에 있는 유스호스텔에 묶을 수 밖에 없었다.

근래 들어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볼 수 있는 현지 풍경이다. 위 사례는 랜드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간단한 것에서 기인하는데, pc 한 대, 전화 ? 팩스, OP한 명만 있으면 업체가 된다. 물론 사업자 등록을 필해야 하는 절차마저 생략함으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되는 것이다. 현지 랜드업체 중 정식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하는 업체가 상당수인데, 단속이 나왔을 경우 가이드는 갑자기 여행객의 항공일정상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 등을 핑계 삼아 잠적한다. 영세한 규모의 랜드업체 역시 모든 것을 버리고 사라져도 크게 손해 될 것은 없다. 랜드의 개념을 모르는 소비자는 여행사에 연락을 취하고, 여행사는 다른 현지 랜드를 통하여 현지 수배를 하게 된다.
새로운 랜드사의 가이드는 여행객을 살피고, 자신과 관계있는 숙소와 레스토랑, 쇼핑센터 등의 옵션과 쇼핑을 강권한다. 당연히, 모든 스케줄과 숙박업체는 변하고, 심지어 급이 떨어지는 곳에 묵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저가 상품의 생산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마이너스 투어피를 제안하는 랜드사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최소 원가 이상의 투어피를 기준으로 행사가 진행되어야 하며, 비인가 랜드사와의 거래를 지양하는 것이 바로 그 해법이 될 것이다.

사례 4
호주로 저가여행을 떠난 D씨는 만족스러운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마지막 날 현지 랜드사의 안내에 따라 쇼핑몰을 방문한 D씨는 소문으로만 들었던 현지 랜드사의 쇼핑강매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 흑인과 백인으로 이뤄진 일련의 사람들이 쇼핑몰 입구를 막아선 채 물품을 강매했던 것이다. 일인당 500달러 이상씩 구입하라는 랜드사의 요구에 볼멘소리를 냈지만, 불룩한 안주머니의 손을 넣고 있는 흑인과 백인의 모습에 주눅들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월에는 한 유명 관광지에서 쇼핑센터의 문을 잠그고 관광객에게 강매를 한 사건이 적발됐다. 이런 쇼핑 강권과 강매는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이번 사건은 그 정도가 심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여행사와 랜드사, 현지 업체 간의 불법적인 유착을 보여준다. 위 사례는 마이너스 투어피와 노 투어피, 심지어는 -100%가 넘는 투어피를 감수하는 랜드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자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원가구조에서, 랜드사는 현지 쇼핑몰 등을 업고 있는 뒷 세력에게 자금을 조달받게 되고, 관광객에게 쇼핑을 심하게 강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상가의 2~3배 가량 부풀려진 상품판매로 어렵사리 수지 균형을 맞춘 랜드사는, 여행객의 반품 요구로 인한 손해와 카드 수수료까지 떠안게 된다. 차입금으로 쇼핑몰에게 압박 받던 랜드사의 빚은 가중되고, 쇼핑 강매에 더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이 모든 피해는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당연한 일. 여행지의 이미지 자체가 나빠지고, 이미지 격감은 관광청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재방문율의 감소로 이어진다.

# 상생(相生)? 상사(相死)?
이런 이익 구조에서 어떻게 해야 상생 할 수 있을까? 문제는 각 업체 간의 배려 없는 가격 경쟁이다. 여행사는 랜드사를 거치지 않고 현지로 승객을 보내고 싶어하며, 랜드사도 소비자 직판을 하고 싶어한다. 대형 여행사의 경우 해외 지사를 설립하고 영업을 해도 되지만, 랜드사는 직판을 하기 어렵다. 랜드사가 여행사를 겸업해 직판을 시작하면, 거래하던 여행사들은 업체 ‘보이콧’ 을 시작한다. 모객한 승객을 랜드에 넘겨주지 않아 랜드사의 지상업무를 괴사 시키는 작업이다.
물론, 한 곳을 전문으로 하는 랜드사가 존재하는 경우, 여행사는 직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된다. 현지와의 오랜 신뢰를 여행사가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 랜드사와 여행사의 과실도 드러난다. 랜드사는 훌 세일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을 하고 있고, 여행사는 랜드를 거치지 않은 비전문 상품을 소비자에게 건네게 된다.
여행객의 ‘알뜰’ 상품 선호도 문제가 된다. 최저가 상품을 검색하고 여행사에 찾아가 가격을 제시하면, 대형 여행사의 경우 단가를 낮춰주게 된다. 이렇게 낮아진 단가는 어디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 모든 부담은 지상비에서 빠지기 마련인데, 이미 마이너스?제로 지상비로 행사를 하는 랜드는 폐업 직전까지 몰릴 수밖에 없다. 그 탓에 소비자는 쇼핑과 옵션 관광을 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생겨난다.
한 랜드 연합의 대표는 “랜드의 수배 업무에만 충실하고 지역 전문성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여행사 관계자는 “랜드사는 현지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여행사의 상품 제작의 눈을 가린다” 라고도 말하며 “시장이 FIT 중심으로 바뀌는 지금 랜드는 여전히 옛 패키지 상품의 수배에만 급급하다” 고 말했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랜드사의 역할이 화두에 떠올랐다. 패키지 시장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 파이는 확연히 축소되고 있다. 이전의 패키지 중심 여행시장과는 달라진 판도를 랜드사는 어떻게 적응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B2C의 영업을 하며 여행사와의 경쟁을 할지, B2B만을 고집하며 업체 본연 임무에 충실하며 전문화 할지, 여행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