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다되서 꾸는 꿈, 영화<레인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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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다 된 나이에 꾸는 꿈은 어떤 빛깔일까.’레인보우’는 뒤늦게 꿈을 향해 다가가는 30대 후반 여성의 꿈을 그린 영화다.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고자 직장을 때려치운 지완(박현영). 수년간 시나리오 작업을 했지만, 데뷔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남편의 무시는 갈수록 노골화하고 하나밖에 없는 중학생 아들은 기타에만 미쳐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쓴 시나리오가 영화 프로듀서 최 PD(이미윤)의 눈에 든다.

마침내 자신의 사무실을 가지게 된 지완. 하지만 제작사와 투자자들로부터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수차례 시나리오의 수정을 강요당하면서 지완은 조금씩 지쳐간다.

풀이 죽어 있던 지완은 길을 걷다가 우연히 물웅덩이 속에 비친 무지개를 보고 새로운 작품을 준비할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

‘레인보우’는 코미디, 드라마, 뮤지컬이 적절히 조화된 영화이지만 무엇보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가 돋보인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지완은 광부처럼 헤드라이트를 머리에 쓴 채 컴퓨터 작업을 하고, 싸운 지 얼마되지 않은 상대에게 고기쌈을 싸주기도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위해 교사직을 때려치울 정도로 용기가 있지만 말 안 듣는 아들에게 면박을 당하면서도 조심스레 선물을 아들방에 밀어 넣는 소심한 성격이기도 하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8), ‘내 사랑 내 곁에'(2009) 등에서 조.단역으로 출연한 박현영의 연기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생동감 있고 입체적인 지완이라는 캐릭터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특히나 심드렁한 표정과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 훔치고 싶을 정도로 맛깔나게 낮잠을 잘 때의 표정은 일품이다.

수줍음 때문에 무대에서 등을 돌리고 노래하는 지완의 아들이나 곧 태어날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티셔츠에 새기고 다니는 안 감독, 악하지만 동정하지 않을 수 없는 최 PD, 홍대 인근에서 연주하며 꿈을 향해 달려가는 무명 그룹 등도 사랑스럽다.

영화는 음식을 장만할 때 클로즈업으로 음식을 비추면서 빠르게 편집한 기술적 리듬감과 웃게하다가 울게하다가 다시 미소짓게 해주는 정서적인 리듬감이 모두 적절한 템포로 어우러져 있다.

영화는 지완이 꿈을 이룬다는 행복한 결말로 치닫지는 않는다. 하지만 헛헛한 삶을 박차고 나와 희망의 조각을 찾아나선 지완의 도전은 박수받을 만하다. 중학교 교사출신인 신수원 감독의 장편데뷔작으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상영시간은 91분. 올해 도쿄국제영화제 ‘아시아의 바람’ 부문에서 최우수 아시아영화상을 받았다.

11월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