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뱀파이어 소녀의 사랑을 그린 ‘렛 미 인’

321

1983년 미국 뉴멕시코의 어느 마을. 한 소녀와 중년 남자가 이사를 온다.
애비(클로이 모레츠)라는 이름의 12살 소녀는 눈밭 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맨발로 걸으며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힘센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연약한 소년 오웬(코디 스밋-맥피)은 옆집에 이사 온 애비에게 사랑을 느낀다. 소녀가 오면서부터 마을에서는 의문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피를 마셔야만 살수 있는 소녀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던 남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궁지에 빠진 소녀는 무서운 본능을 드러낸다.

욘 A. 린드크비스트의 소설을 바탕으로 뱀파이어 소녀와 옆집 소년의 교감을 그렸던 스웨덴 영화 ‘렛 미 인’이 2년 만에 할리우드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했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영화답게 몇몇 장면을 제외한 대부분 장면은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을 음산하게 비춘다. 여기다 고요하게 쌓이는 눈발과 아름답고 슬픈 배경음악까지 더해지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만들어낸다.
제목인 ‘렛 미 인(Let me in)’은 말 그대로 안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뜻으로 허락을 받아야 인간의 영역에 갈 수 있는 애비의 안타까운 외침이다.

애비는 오웬의 집 문을 두드린다. "들어가도 되니?"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면서 12살에서 멈춘 채 끝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절절한 외로움이 묻어나는 이 대사는 "네 안에 들어가게 해줘"라는 말로 들린다.
뛰어난 원작과 ‘클로버 필드’를 만든 매트 리브스 감독의 정교한 연출, 그리고 10대 초반이라는 어린 나이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킥 애스’에서 힛걸 역으로 새로운 슈퍼히어로상을 제시했던 클로이 모레츠는 천사 같은 순수한 얼굴과 야수 같은 끔찍한 모습을 오가는 뱀파이어 소녀의 불안정한 심리를 섬세한 눈빛으로 기막히게 그려냈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과 격렬한 움직임으로 피비린내에 미치는 뱀파이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더 로드’에 출연했던 코디 스밋-맥피도 오웬 역에 딱 들어맞는다.

스웨덴 버전과 큰 차이는 없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배경을 1980년대 초반 미국으로 옮겨온 점이다. 당시 히트했던 컬처 클럽, 데이비드 보위 등의 음악을 삽입해 시대적 분위기를 묘사했다. 특히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칭했던 레이건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넣은 것은 뱀파이어를 악마와 연관시킨 오웬의 대사와 맞물려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18일 개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1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