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랜드사는 그저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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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국내외 항공사의 항공권 수수료 철폐 및 인하여파로 국내 여행업계가 크게 술렁였다. 지난해 본격화한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환율, 신종 인플루엔자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고 침체를 겪던 여행업계가 올해 거침없는 여행시장 활성화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수익의 60~70%를 항공권 수수료로 벌어들이던 중소여행업체와 랜드사는 자금난에 허덕이고 줄도산에 처해있다며 울상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 자체가 업계 구조조정을 야기해 부실 사업체는 도태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제대로 마련된 대안없이 이뤄지는 급격한 변화는 여행업계 전반에 불안을 만연케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 여행업계 구조적 문제
중소업체의 불만은 업계의 구조적 문제와도 관련있다. 모객에만 혈안이 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를 받기도 했지만, 도를 넘어선 영업행태가 관행으로 굳어져 쉽사리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시장상황이 상위업체에 편중되어 있는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여행사들이 모범이 돼 파이 자체를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함에도, 중소업체들의 밥그릇마저 뺏고 있다 고 하소연했다. 이 와중에서 과당경쟁이 발생하고 자본력 있는 대형업체가 대규모 광고 공세를 벌이고, 이것이 다시 저가 상품 판매와 쇼핑 리베이트 등으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여행상품은 특성상 특허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누누이 나오는 불만이다. 그러다 보니 상품의 무분별한 베끼기가 만연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한 업체가 특정 상품을 개발해 고객을 끌어 모으면 다른 업체가 이를 그대로 베끼거나 심지어 대형업체들은 현지 업체들에게 압력을 가해 자사와만 거래를 하게끔 유도하기도 한다. 또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업체의 경우 항공권이나 호텔의 매점매석이 가능해 이른바 중소업체 죽이기 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 업계, 돌파구 찾으려면
1982년 여행업제도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되고 1989년 해외여행이 완전 자유화되면서 소규모 여행업체들이 폭발적 늘어났다. 현재 전체 여행업체 중 50%이상이 자본금 규모 3억 이하, 종업원 수 10인 이하, 창업3년 미만의 업체들이다.
특히 여행업계는 상위 30개사가 시장의 99%를 차지하는 등 편중이 심한 상태다. 상위 30개사 중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시장점유율이 절반에 육박하고 있으며 나머지 시장도 상위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런 기형적 구조는 중소규모 업체의 운영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행업계가 장기적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업계는 그간 고질적으로 제기됐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행사 급증과 불경기에 따른 수익률 저하, 과열경쟁으로 인한 광고료 과다지출, 덤핑경쟁, 부당 리베이트, 불건전 관광알선 등의 각종 부조리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자체적인 정화노력이 앞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업계 스스로 여행업을 전문화, 대형화 해 상생의 길을 찾고, 다양한 상품 개발과 국내 시장의 활성화로 수익구조를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소비자들도 무조건 싼 상품만 찾지 말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행업계에서 30년간 일하다 퇴직한 A씨는 “상위 업체가 먼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며 “과당경쟁보다 제대로 된 상품을 개발해 전체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관광시장을 활성화 해 이를 수익 개선으로 연결시키고, 정부 또한 의료 관광, 해외 박람회 유치 등 취약한 관광 분야를 개척, 업계의 수익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뒷받침 해야 한다” 고 덧붙였다.

# 정당한 대가로써의 서비스요금
구조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랜드사에 기름을 부은 것은 처음에 이야기했던 항공권 수수료 철폐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동남아 전문 랜드업체 C대표는 수수료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C대표는 “더 이상 항공권 대매 수수료에 목을 멜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서비스 피(Service Fee)’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한 수익 모델을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것이다.
서비스 피는 예약요금을 정의할 때 사용하는 일반적인 용어다. 실제 제품(호텔 예약, 항공권 등)과 더불어 제공된 서비스들에 대해 여행사가 구매자(소비자 또는 기업)에게 부과하는 요금의 총계다. 소비자로 하여금 여행사가 창출하는 본연의 부가가치인 서비스 그 자체에 대해 대가를 지불케 하는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항공권 대매 수수료의 인하와 폐지를 경험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러한 서비스 피가 일반화돼 있는 편이다. 특히 기업 인센티브 여행사들은 항공권 수수료 폐지 과정에서 발 빠르게 `거래 피(Transaction Fee)`나 `관리 피(Management Fee)`가 포함되도록 기업고객과 재협상을 벌였고, 이를 통해 항공권 배포채널이 아닌 기업의 여행비용 관리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선례를 볼 때 항공권 수수료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상품 중계에 정당한 비용으로 청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또한 여행업계의 트랜드가 패키지에서 개별자유여행(FIT)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서비스 피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요소다. 소비자들의 여행상품에 대한 태도와 그 접근 방식 등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