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술밥에 배부르랴’란 말이 있다. 이처럼 어떤 일이든지 단번에 만족할 수는 없다. 지난 달 한국에서 처음 개최된 ‘F1 코리아 그랑프리 대회’도 마찬가지로, 대회가 끝난 지금까지도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2016년까지 정식 계약 되었고, 이제 막 첫 시즌을 마무리했을 뿐이다. 대회를 치루며 제기된 문제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내년 시즌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 그랑프리 대회는 끝났지만…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전라남도 영암에서 열린 F1(포뮬러 원) 코리아 그랑프리 대회는 개막 10여일 전까지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할 정도로, 이번 대회는 큰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우천으로 인해 1시간 늦게 펼쳐진 결승 레이스에서 결국 페라리 소속의 알론소(스페인)가 우승함으로써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F1 그랑프리의 초대 챔피언이 됐다.
하지만 10만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해 경기를 지켜볼 정도로 성황을 이뤘던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경기장 공사가 늦어졌다. 개막을 불과 5일 앞두고 대회장을 찾았을 때도 공사에 한창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회 관계자는 “올 해 장마가 오래 지속됨에 따라 경기장 건설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하며, “대회 전 날인 21일까지는 공사가 완료될 것이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결국 대회전까지 공사는 완공되질 않았으며, FIA의 서킷 검수가 끝난 뒤에도 급커브 구간 안전시설 보완과 정비작업을 공식 연습주행을 하던 날까지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일부 스탠드 공사도 완료되지 않아 결국 사용하지 못하고 폐쇄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또한, 경기장의 시설 부족으로 인한 관중들의 불편도 많았다. 주차장에서 메인 관람석까지 거리가 멀었고, 경주장 안에 식당은 물론 화장실과 유아시설 등의 편의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질 않았다.
# 안내,출입통제 등 대회운영 미숙
미숙한 대회운영도 걸림돌이었다. 입장권 판매 저조로 관람석이 텅 비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직위원회는 자유이용권을 지역 주민들에게 배포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조직위는 자유이용권 사용을 취소했다. 표를 받은 주민들은 당일 현장에 입장할 것을 요구했고, 조직위는 대회의 운영법인인 카보(KAVO)와 협의를 거쳐 뒤늦게 그들을 입장시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비싼 값을 치루고 유료입장권을 구입한 관람객으로서는 무료입장 관람객들을 허망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F1 경기를 보고 나서 돌아가는 길도 쉽지가 않았다. 매일 5만명 이상이 운집하는 관람객 차량을 1만여대를 수용하는 경주장 주변에 주차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였다. 셔틀버스도 600대 가량 운행하기로 했지만, 원활한 교통이 어려웠기 때문에 운행이 지연됐으며, 일부 버스는 아예 운행조차 하지 않았다. 일부 관람객들은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교통대란을 뚫고 나온다 하더라도, 숙박의 어려움 문제도 있었다. 경주장 인근에 있는 몇 개의 호텔을 제외하고는 변변한 호텔이 거의 없었고, 그나마 있는 곳들도 일찌감치 손님들이 꽉 차서 예약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한 외신기자는 F1그랑프리 관계자들이 대회기간 동안 ‘러브호텔’에 머물렀다고 말하며, 조악한 경주장 숙박시설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영어로 된 호텔안내서조차 구비돼 있지 않고, 방 안에는 각종 피임기구만 가득하다”며 허탈한 마음을 전했다.
# 조직위,카보 합심해 선진 F1 문화 마련되기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주장 건설 지연과 시설 부족, 운영 미숙 등 여러 면에서 문제를 드러내면서 대회운영주체인 카보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서킷건설과 대회 운영을 주도한 카보는 마케팅, 홍보, 중계권료 협상 등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경기 운영은 카보, 기타 지원은 대회조직위원회가 각각 맡으며 역할을 분담했으나 조직위가 배포한 자유이용권을 카보가 인정하지 않아 항의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주최 측의 안일한 대응이다. 관람객들의 항의글이 홈페이지에 쇄도하고 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대회가 이미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소식이나 결과 업데이트 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대회조직위원장인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많은 관중과 함께 무사히 대회가 끝났으니 성공적인 대회였다”며, “전남도의 최초국제행사였던 만큼,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통해 대한민국 브랜드 상승과 전남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사흘간 약 17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외형적으로는 ‘성공적인 개최’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지적된 문제들을 방만할 수는 없다. 내년 시즌 전까지 지적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하며 조직위원회와 카보간의 정확한 역할 분담과 상호 감사도 필요하다.
F1이 국내 매니아들만의 스포츠라는 한계를 벗어나려면 주먹구구식의 운영보다는 서로 한 발 물러나 미시적인 관점의 장기계획이 필요하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매 시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 할 것임이 분명하다. 더 나아가 F1에서 활약하는 국내 선수들까지 나타난다면, 머지않아 국내 F1 산업의 중흥기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