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삶의 쓸쓸함과 애잔함..’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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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을 블록버스터급 액션 영화라고 생각하고 영화관을 찾는다면 10분 안에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할리우드 톱스타 조지 클루니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지만 액션장면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을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며 권총을 쏘는 정도가 가장 ‘화려한’ 볼거리다.

하지만, 삶의 쓸쓸함과 애잔함을 담은 영화를 찾는다면 ‘아메리칸’은 적절한 선택이 될 듯싶다. 영화는 104분 간 클루니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고독한 사내의 무미건조한 일상과 황량한 내면의 풍경을 어루만지듯 담아낸다.

잭(조지 클루니)은 무기제조자이자 톱클래스급 청부살인업자다. 보스의 명령으로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로 피신한 잭은 그곳에서 암살자 마틸드(테클라 뢰텐)에게 줄 무기를 만들기 시작한다.

일상은 담담하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무기를 만들며 가끔 업소에서 욕구를 해소한다. 하지만 때론 애쓰지 않아도 불쑥 찾아오는 게 사랑이다. 업소 여직원 클라라(비올란테 플라치도)의 접근에 둘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을 신부 베네데토(파올로 보나첼리)와 교류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본 잭은 평범한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그는 보스에게도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말한다. 일 처리의 대가로 돈뭉치를 받아든 잭. 그는 축제가 벌어지는 길거리에서 클라라를 만나 행복에 겨운 키스를 나눈다. 하지만 그 순간, 암살자의 총구가 잭을 겨눈다. 잭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영화는 한 남자의 고독감이 짙게 배어 있다. 카메라는 방 안에서 홀로 운동하는 잭의 나신을 담담히 담고, 성행위를 할 때마저도 냉정함을 유지하는 잭의 서늘한 모습을 조명한다.

안톤 코르빈 감독은 잭의 이런 모습을 담고자 음악을 최대한 절제했다. 잭을 위로해 줄 만한 대사도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잭에게 "사랑이 없는 곳은 지옥일세. 자네 마음에는 무엇이 있나"라고 물어보는 베네데토 신부의 말이 눈에 띄는 정도다.

볼거리가 풍성하진 않지만, 서스펜스를 쥐락펴락하는 감독의 재주가 뛰어나다. 특히 권총을 가지고 다니는 클라라와 그런 클라라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잭의 시선이 오갈 때 긴장감의 파고는 정점으로 치닫는다.

조지 클루니가 출연하는 독립영화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영화는 올 9월 초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1주간 차지했다. 쉰 살이 되지만 젊은이를 부끄럽게 할 만한 클루니의 탄탄한 상반신을 볼 수 있는 보너스도 있다.

마틴 부스의 ‘미스터 버터플라이’를 원작으로 했으며, 데뷔작 ‘컨트롤'(2007)로 칸 국제영화제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코르빈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