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25· 여 ) 씨는 현재 취업을 유보한 채 동남아시아를 여행 중이다 . 서른 이전에 전세계를 여행한다는 목표를 갖고 지난해 남미에 이어 올해는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는 것이다 . 많은 젊은이들이 젊었을 때 사회를 보는 시각을 넓히기 위해 세계 여행을 떠난다 . 그러나 김영선씨의 여행은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르다 .
렌터카나 관광버스가 아닌 지역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 5 성급 호텔이 아니라 홈스테이 등 지역민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숙박시설을 이용한다 . 누구나 꿈꾸는 멋진 저녁 식사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식사를 선호한다 .
이른바 공정여행이 뜨고 있다 . 패키지나 일반적인 자유여행과 달리 공정여행은 소비적 여행이 남기는 환경오염 , 현지인 착취 , 어긋난 관광문화 등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했다 . 때론 더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옳은 여행을 하겠다는 계층이 늘어남에 따라 공정여행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 너도 나도 건강한 공정여행이 뜬다
NGO 인 아시안 브릿지는 베트남 , 라오스 등지에서 현지인에게 직접 이득을 주는 방식의 공정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 . 하자센터에 속한 사회적 기업인 트래블러스맵 역시 2008 년부터 국내외 다양한 공정여행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
올 여름 트래블러스맵이 내놓은 ‘ 동물 테라피 여행 ’ 은 태국에서 놀라운 묘기를 선보이는 코끼리를 다시 보게 한다 . 학대를 통해 여행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코끼리들을 통해 자연 그대로의 동물 사랑을 배울 수 있는 여행이다 .
언론도 공정여행에 적극 관심을 쏟고 있다 . 지난 4 일 EBS 다큐프라임에서는 ‘ 우리의 여행이 말하지 않는 것들 ’ 1·2 부을 통해 공정여행을 조명했다 . 오마이뉴스도 국제민주연대와 함께 공정여행 기획특집 기사를 내며 독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
# 공정여행의 참 의미 , 내가 지불하는 돈이 현지인들의 주머니로
공정여행의 가장 큰 특징은 때로 더 많은 비용이 지불되더라도 현지인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정신에서 시작된다 . 커피나 초콜릿을 생산하는 아프리카 현지인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해서 시작된 공정무역의 정신이 여행에도 도입된 것이다 .
따라서 많은 공정여행 전문가들은 ‘ 여행 경비가 현지인에게 직접 전달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하는 것 ’ 을 공정여행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 공정여행을 홍보하는 이매진 피스도 ‘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 ( 현지인 운영 숙소 음식점 교통 가이드 이용하기 )’ 을 공정여행 가이드라인 가운데 한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
이는 항공사나 여행사 , 호텔 및 리조트가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고 지역민은 노동만을 착취당하는 대량관광의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의식에서 비롯됐다 . 영국의 공정여행 단체 투어리즘 컨선 (Tourism Concern) 에 의하면 실제로 아시아 , 아프리카 , 남미 등지를 여행할 때 쓰는 비용의 70~85% 는 외국인 소유 호텔이나 관광 관련 회사들의 몫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 현지 공동체에 돌아가는 비용은 고작 1~2% 뿐이라는 것이다 .
이 때문에 서구에서는 이미 1990 년대부터 공정여행이 주목받아온 것이다 . 1989 년 영국에서는 관광개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공정여행을 촉구한 투어리즘 컨선 운동이 출현했다 . 미국에서도 남미에서 커피와 카카오 농사를 돕는 자원봉사로 여행을 겸한 글로벌 익스체인지가 대안여행을 주도했다 .
# 올바른 여행문화의 정착을 위해서
왜곡된 여행문화를 바로잡는다는 점 역시 공정여행을 주목해야 할 이유 가운데 하나다 . 공정여행을 하는 많은 여행자들은 관광 중 성매수를 결코 하지 않는다는 수칙을 만들어 왜곡된 관광문화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 .
이매진 피스는 ‘ 공정여행을 위한 10 가지 방법 ‘ 에서 ‘ 성매매를 하지 않는 여행 ( 아동매춘 , 섹스여행 , 비즈니스 매춘여행 )’ 을 공정여행 가이드 라인 가운데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 여행협동조합 맵도 ‘8 가지 공정여행 원칙 ‘ 에서 ‘ 현지인을 착취하거나 동물을 학대하는 일체의 행위 ( 아동노동 , 포터 혹사 , 성매매 , 동물쇼 , 코끼리 투어 등 ) 를 하지 않는다 ‘ 고 명기하고 있다 .
동남아를 비롯한 제 3 세계에서 이뤄지는 성매매 관광은 지구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 특히 해외 원정 성매매가 사회문제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대안여행의 정신은 더욱 유효한 측면이 있다 .
현지인과의 ‘ 소통 ‘ 을 여행의 방법으로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 대안여행가는 현지인과 소통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는 여행을 꿈꾼다 . 여행과 자원봉사를 겸하는 방식을 택하는 이유다 .
여행자가 떠난 자리에 쓰레기와 환경오염이 남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미소를 남기는 것이 공정여행이 바라는 미래의 여행상이다 . 몸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다시 그 여행지에 우리의 자식들이 또 방문할 수 있도록 공정여행에 좀더 불이 붙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