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시, 군, 구에서 개최되는 축제의 수가 연간 1,200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로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거나, 지역의 특별한 매력을 확산시키는 ‘지역축제’의 본래적 기능을 실현하는 축제는 드물다. 관의 주도하에 방문객 수 부풀리기에 급급한 대다수의 축제들은 차별성 없는 소재와 프로그램으로 예산낭비, 전시성 행사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개의 축제 당 수억에서 수십억을 쓰는 와중에도 정작 축제의 주인이 되어야 할 주민들은 축제로부터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부래미마을은 지난 2009년부터 부래미문화기획학교(교장 윤성진)를 개설하고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축제리더 양성캠프’를 진행해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농촌지도자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축제기획자 양성 프로그램으로, 벌써 300여명의 농민과 농촌문화기획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농촌의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마을공동체’의 결속을 통해 우리 마을만의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욕구는 반대로 점점 커지고 있다. 마을의 전통적인 문화가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마을만의 이야기’를 찾고, ‘마을만의 문화’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마을축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마을축제는 ‘문화를 통한 공동체의 생존’을 고민하는 농민들의 진지한 모색이자, 이제는 사라진 ‘마을공동체’에 대한 갈망의 표출구가 되고 있다.
부래미문화기획학교는 비록 농촌마을에서 추진하는 교육과정이지만, 국내의 유명 문화기획자들과 축제전문가, 스토리텔링전문가들이 강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구제역 등으로 힘들어진 농촌마을을 직접 찾아가 현장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현장 순회 교육’을 실시했다. 강사진들은 원주, 고창, 아산, 제주, 공주 등지의 마을을 직접 찾아다니며 현장에서 활동하는 120여명의 마을지도자들을 만났다.
지난 28일 부래미마을에서 열린 ‘마을축제 박람회’는 마을축제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전국의 여섯 개 마을축제들을 초청하여 마을지도자들이 직접 자신의 축제를 소개하고, 기획‧운영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해당 마을 주민 뿐 아니라, 이들 축제의 성공을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농촌 주민들이 모여 국내 최초로 전국 단위 마을축제 네트워크를 결성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부래미문화기획학교의 윤성진 교장은 “최근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대형축제, 관광형 축제에서 눈길을 돌려 ‘테마가 있는 작은 축제, 공동체를 회복하는 마을축제’에 대한 관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세계에 내놓을 만한 한국의 대표축제는 한국 축제의 원형질을 복원해내는 ‘주민주도형 마을축제’에서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마을축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마을축제 박람회’는 농촌마을과 도시민들이 어떻게 문화적으로 소통하면서 미래 농촌마을의 매력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거대하고 화려한 축제의 홍수 속에서도 주민의 작은 손으로 만드는 마을축제는 점점 더 빛을 발할 것이다.
글 사진 부래미문화기획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