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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돈나 이점자 교수의 오페라 같은 인생이야기

방배동 찻집에서 이점자 교수를 만났다 . 세련된 스타일과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이 교수의 모습은 그 공간에서 단연 돋보였다 . 외모만으로는 어려운 시절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

인터넷에서 검색한 이점자 교수의 스토리 중 빼 놓지 않고 강조되는 부분은 여공에서 성공한 오페라가수가 되어 현재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내용이다 . 지난해에는 국회의원에 출마하기도 했다 . ‘ 인생역전 ’ 이란 말에 딱 들어맞는 주인공 이점자 교수의 오페라같은 인생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자리에 앉자마자 이점자 교수는 우리나라 음악인들이 제대로 음악하려면 시스템이 정비되어야 한다면서 국립오페라단을 예로 들었다 .

“ 현재 단장 외에는 상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단원들 역시 상임으로 해야 합니다 . 일정한 수입이 없으면 생활을 위해서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하고 그러면 국립오페라단에 집중할 수 없게 되니까요 . 결과적으로 재능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뺏기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관객들도 손해고 무엇보다 국립오페라단에 마이너스가 아닐까요 ?” 적어도 국립오페라단의 명예와 명성에 걸 맞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 교수는 최근 국립오페라단이 시민들에게 가까이 가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는 모습은 바람직하다며 전국의 사설오페라단도 이런 변화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오페라는 품격 높은 힐링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대부분의 사설오페라단들이 티켓 값을 15 만원에서 많게는 30 만원까지 받는 이유도 기업들의 스폰이 있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책정해 놓은 것입니다 . 이 과정에서 관객들을 위한 수준 높은 공연보다 자신들의 실리를 취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 물론 그렇지 않은 오페라단도 있지만 운영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없이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

이 교수의 지적은 현재 우리나라의 공연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 오페라의 가격이 높다보니 일반인들은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 그래서 평생 오페라 구경을 하지 못한 사람도 많다 .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

이 교수는 또 “ 음악가들의 기본생활권을 보장해주고 음악적 이해가 깔려야 하는데 그런 점들이 소홀한 것 같아서 아쉽다 ” 고 덧붙였다 .

절대음감 가진 소녀의 홀로서기
이점자 교수는 전남 담양군에서 한 빈농의 5 남매중 셋째 딸로 태어났다 . 소작을 하는 아버지의 수입으로는 일곱 식구가 살아가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

“ 빈 속을 채우느라 잔칫집에서 얻어온 상한 음식을 먹고 숨진 큰 오빠와 집안에 곡기가 끊어지자 작은 오빠가 피를 판돈으로 쌀 한 됫박을 사왔을 정도로 가난했어요 .”

그렇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그녀는 중학교를 다니는 것도 벅찼지만 선생님의 도움으로 겨우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 17 세 되던 해 회사 부설 실업고에 다닐 수 있다는 말에 경남 마산 한일합섬에 취직했다 .

“ 공장일과 학교수업으로 잠잘 시간도 없었지만 어릴 때부터 선망하던 피아노학원에 등록했어요 , 그리고 6 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피아노를 쳤습니다 . 한 달 고생해서 번돈 4 만원 가운데 학원비만 1 만 5000 원이었어요 .”

그녀가 피아노를 선택한 이유는 초등학교 때 읍내에서 듣게 된 피아노 소리 때문이었다 .
“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피아노가 없었어요 . 음악이라고는 학교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동요가 전부였었죠 . 저는 그것을 따라 부르면서 반주로 나오는 피아노 소리를 좋아하게 되었나봐요 . 그래서 읍내에 가면 피아노교습소 아이들이 연습하는 소리를 듣곤 했는데 그때마다 ‘ 내가 치면 더 잘 치겠다 ’ 는 생각을 했었어요 .”

한 번 들으면 잊지 않는 절대음감을 가진 이 교수는 어린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 공장과 실업고를 다니면서도 피아노학원에 가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고 한다 .

그녀는 4 시간 수면 , 8 시간 공장일 , 4 시간 수업 외에는 전부 피아노 공부에 매진했다 .
“ 하루는 거대한 방직기계 앞에서 일을 하다가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톱니 속에 손이 말려들어간 적도 있었어요 . 그 때 손가락이 잘리지 않은 것은 피아노를 계속 치게 하려는 누군가의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대학 졸업 후 빈으로 유학 가 수석 졸업

그 후 그녀는 음악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창원대 음악학과 ( 성악과 ) 에 입학했다 . 그 때 나이가 23 세이었다 .
“ 당시 공순이가 무슨 … 이란 주위 시선을 무릅쓰고 노래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고 싶었어요 .”

그녀는 꿈을 이루겠다는 신념과 각오로 창원대 성악과를 마쳤다 . 주변에서는 그런 그녀를 보고 장하다고 칭찬했다 . 그러나 그녀에게는 " 실컷 , 좀더 실컷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보자는 원 ( 願 ) 이 있었다 " 고 한다 . 무엇보다 대학에서 음대생들조차 제대로 뜻도 모르는 채 부르는 외국 오페라의 노랫말들이 무슨 뜻인지부터 알고 싶었다 . 1991 년 31 살이 되던 해 그녀는 독일어라고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 유학비는 졸업 후 음악학원을 운영해 모은 그녀의 전 재산 이었다 .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

“ 나 자신을 채찍질한 삶의 동력이 바로 꿈이자 음악이었어요 . 그리고 세상이 정해준 조건과 끝까지 타협하지 않겠다는 열의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 결국 좀더 하고싶은 일을 하자는 결론이 났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했어요 . 그 상황에서 유학은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

오스트리아에서 생활은 예상했던대로 녹록지 않았다 . 언어를 몰라서 처음에는 어학수업용 컴퓨터 앞에서 하루 종일을 보내야 했다 . 그렇게 치열하고 철저하게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결과 빈 프라이너 콘서바토리움 성악과와 오페라과 ( 수석 졸업 ), 빈 국립대학음악학과와 음악교육학과를 수료했다 .

“ 말하는 것과 듣는 게 자연스러워지자 한 학기에 두 과를 신청해서 듣기도 했어요 . 모두가 잠든 밤 10 시부터 새벽 3 시반까지 CD 를 듣거나 사전을 찾으면서 곡 분석을 마치고 방음장치가 된 방에서 홀로 노래하는 올빼미생활의 반복이었죠 .”

그녀의 노력은 결국 오페라의 고장에서 ‘ 코지 판 투테 ’ ‘ 장미의 기사 ’ ‘ 수녀 안젤리카 ’ 등 오페라에 출연했으며 , " 라 트라비아타 " " 피가로의 결혼 " 등의 주역을 맡게 했다 .

이렇게 유학생활 중반부터 그녀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무대에서 실력을 뽐내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

이 교수는 IMF 때 주위의 어려움 사람들을 위해 책을 내자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고민 끝에 ‘ 나는 가슴이 시키는대로 살고 싶다 ’( 중앙 M&B) 라는 자서전을 냈다 . 이 책을 통해 앞서 말한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를 극복하고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렸다 .

국립오페라단 단장 되는 게 꿈

앞으로의 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하고 싶다 ” 고 여유있게 답한다 . 그리고 다음 독창회 때 함께 부르고 싶은 오페라가수는 독일의 토마스 바스토프트라고 말했다 . 체르노빌 원전 피해자이기도 한 바스토프트는 키가 90cm 에 불과하다고 한다 .

이 교수는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고 정치도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총선에 출마했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었다 .

이 교수는 여기서 꿈을 이루는데 반드시 용기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 자신의 꿈을 이루려면 피눈물 나는 노력과 함께 용기가 필요합니다 . 그 용기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장애가 되는 모든 적들을 물리쳐 줄 테니까요 .”

끝으로 이 교수에게 음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와 보람이 있었을 때는 언제였는지 묻자 “ 음악하면서 힘들었던 때는 그렇게 기억나지 않아요 . 귀국 후에 독창회를 가졌는데 그 때 부모님의 인정을 받은 게 기뻤어요 . 그 후에도 좋은 분들이 저의 음악을 칭찬해주시고 인정해 주셔서 행복했습니다 .”

한편 이 교수는 귀국 후 카르멘 (2002 년 예술의 전당 ) 과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2006. 성남문화예술회관 )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다 . 올해에는 4 월 오페라 ‘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 에서 피가로의 연인 수잔나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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