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Macho 칼럼니스트) 먼 옛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탐험대가 미지의 땅에 발을 디뎠을 때 한 무리의 “원주인”들은 나뭇잎과 말린 약초들에 불을 붙여 흔드는 주술행위를 하고 있었다. 원주인들은 타는 연기를 코와 입으로 깊이 들이 마시며 술에 취한 듯이 비틀거렸으나 전혀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편안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흡사 전설 속으로 전해 내려오는 동양의 용처럼 불을 먹고 연기를 품어내는 진기한 마술을 하는 것 같았다.
담배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유럽인들이 북아메리카를 “방문 (발견은 유럽인들의 일방적 주장이고, 아메리카대륙은 실제로 존재했기에 방문이 맞다)”했을 때 원주인들은 말린 토바코잎을 말아 불을 붙여 그 연기를 마시고 있었다. 당시 산타 마리아호 선원 중 호기심 많던 선원 한 명이 최초로 담배를 피운 유럽인이 된다. 그 후 이 진귀한 담배는 곧바로 유럽으로 소개되었다.
‘담뱃잎은 창조한 자가 준 선물이며 내뿜는 연기는 천국으로 인도하는 영감과 능력이다’라고 원주인(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아메리카 등의 토착민은 原主人이다)’들은 말했다. 담뱃잎엔 환각성이 물질이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몇 천년 전부터 마야와 아즈텍, 아메리카대륙의 원주인들은 오래 전부터 이 특별한 식물 잎을 말려 태워 그 연기를 들이마셨다.
북미 원주인들 중 주술가나 추장 등은 이 환각을 즐겼다. 그들은 커다란 담배주머니를 차고 다니며 신성한 주술의식을 위해 옥수수파이프에 넣어 담배를 피웠고 타 부족들과 물물교환도 했다. 담배주머니의 크기가 신분의 상징이라 클수록 신분도 높았다.
서부개척시대영화를 보면 인디언부족을 방문한 백인들이 추장이 건네는 파이프담배를 난생 처음 피우다 기침하며 괴로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담배를 같이 피우는 것은 인디언들에게 평화와 친구라는 뜻다.
원주민들이 건네준 말린 담뱃잎에선 독특한 향이 났다. 콜럼버스가 정착했던 쿠바 등 카리브 해 원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토바코를 경작해 그 입을 말린 후, 허브 등과 섞어 둥글게 말아 피웠다. 지금 엽궐련, 시가(Cigar)의 원조다. 그것을 본 유럽선원들은 약 50킬로그램의 담배 씨앗을 구해 고향인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소개한다. 그 후 스페인은 아프리카에서 많은 노예들을 잡아다 담배농사를 시작해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 비싼 가격으로 판다. 심지어 담뱃잎은 ‘신성한 의료용 약초’로 인정받는다.
당시 포르투갈주재 프랑스대사였던 장 니코는 프랑스 왕실에 담배모종을 보낸다. 후에 개량된 그 모종은 ‘니코틴(Nicortine)’이라 이름 붙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담배에 함유된 알칼리성 유해중독물질 니코틴이 탄생한 것이다. 곧바로 담배는 전 유럽에서 가장 대중적인 기호품으로 사랑받는다. 16세기말엔 터키를 거쳐 이슬람으로 전파된다. 초창기엔 아무나 담배를 피우면 사형당했으나 그 후 세금만 내면 누구나 할 수 있게 됐다. 1700년대엔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여자들과 어린이들도 모여 앉아 먹고 마시고 떠들며 담배를 피우는 게 유행이었다.
시거렛(Cigarette)의 어원은 프랑스어다. 궐련, 즉 ‘작은 담배’란 뜻이다. 1830년경 프랑스에 소개된 최초 시거렛은 허브나 대마 등을 섞어 종이로 감았지만 지금과 다르게 필터가 없었다. 유럽에서는 담배 종류가 코담배, 파이프담배와 시가 등으로 다양했지만 시가가 더 인기가 많았다. 그러던 중, 1881년 담배기계가 개발된다. 담뱃잎을 썰고 모아 둥그렇게 말린 종이 속에 넣어 일정한 길이로 잘라 시거렛을 만드는 것이다. 기계는 인간보다 13배나 빨랐다. 덕분에 20세기까지 담배산업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나, 많은 공장노동자들은 직업을 잃고 경쟁하던 담배회사들은 중독성 있는 맛과 향을 위해 수많은 종류의 화학첨가물을 첨가하기 시작한다.
시가를 포르투갈산 포트와인이나 브랜디에 적셔 피우는 건 상류층의 끽연방식이다. 시가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이다. 쿠바혁명의 주역인 피델 카스트로와 영웅인 체 게바라(Che Guevara)역시 시가 애호가였다.
미국 플로리다 남쪽 끝과 쿠바가 품질 좋은 담배를 경작할 수 있는 최적지다. 그 곳에 대규모 시가회사들이 우순 죽순 들어서자 실업자가 된 많은 유럽의 담배노동자들이 모여들어 시가를 만들기 시작한다. 시가는 수작업으로만 가능하다. 1929년 한 해에 쿠바는 약 5억 개의 시가를 생산해 그 정점을 찍으며 ‘시가의 수도’란 별명까지 얻는다. 지금도 쿠바를 시가의 원조라 부르며 쿠바산 시가가 비싸고 또 높이 쳐주는 이유가 된다.
인류 최초의 금연정책은 독일 나치였다. 생화학분야에 뛰어난 나치 과학자들은 연구 끝에 담배를 건강에 해로운 물질로 규정했고, 나치정부는 담배에 무거운 세금을 매겼다. 1941년엔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시킨다. 나치의 흡연반대운동은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와 결합하게 된다. 고리대금업으로 돈을 번 유태인들이 처음 담배를 수입해 팔아 많은 사람들은 건강을 헤쳤다는 죄목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까지 시거렛은 가장 빠르게 대중화된다. 1, 2차 세계대전부터 담배는 군대의 보급품이 된다. 월남전 당시엔 미군전투식량목록에 담배 한 갑도 들어있다.
영어 Coffin nails는 원래 ‘관 뚜껑을 박는 못’ 또는 ‘일찍 죽는’이란 뜻이다. 그러나 19세기 초 담배의 피해가 드러나며 ‘담배’, ‘골초’란 의미도 첨가된다. 니코틴을 비롯한 수많은 화학물질에 한번 중독된 상태에서 금연은 무척이나 힘들다.
흡연자의 절반이상은 담배와 관련된 질병으로 평균보다 평균 14년 일찍 죽는다. 간접흡연 역시 담배관련 질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930년대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갑자기 증가하는 폐암에 대한 논의가 분분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1950년 최초로 영국 생리학자가 흡연은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 이후 2003년 168개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모여 담배의 위험성 경고에 동의하고 그 심각함을 알리기에 동참한다.
20세기 중반부터 담배포장에 흡연경고 문구가 들어간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흡연을 공공장소에서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은 2005년부터 담배광고나 판촉행사를 전면 금지했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몇 나라는 판매를 위한 담배진열까지 금지시키고 있다. 심지어는 담배관련제품까지 진열을 못하게 하는 국가도 있다.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는 20~30개피 담배 한 갑이 우리 돈으로 약 1~2만원 정도로 비싸다. 담뱃값이 오르면 금연인구도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불법 밀수담배와 가짜 담배가 증가하고 생각보다 큰 금연효과는 없다. 담배에 붙는 세금은 국가재정에 큰 보탬이 된다. 그래서인지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담뱃값을 인상한다. 우리나라도 한 갑에 5천원까지 한다. 국민들 건강을 위해서라는 핑계일 뿐이다.
지구상에서 흡연인구는 세계인구의 1/7이 넘는 약 10억 명이다. 수치다. 보통 남성흡연이 여성보다 약 3배 높다.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네시아, 미국 등이 흡연 율이 높다. 선진국에서는 흡연인구가 감소하는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증가하고 여성과 미성년자의 흡연 율도 점차 올라간다. 담배에 들어있는 물질들은 약 7,000종으로 담배 연기를 마시는 순간 170여 가지 독성화학물질이 인체에 들어간다. 잇몸병과 구강암, 감기, 호흡기질환, 인두와 후두염증유발, 역류성 식도염, 폐질환, 폐암 등의 그 일부다. 1998년 미국 46개 주가 연합해서 4대 거대 담배회사에 소송 걸어 우리 돈으로 약 260조원 배상에 합의했다.
1542년 포르투갈 선원들을 통해 일본에 담배가 처음 소개된다. 1592년경 임진왜란 때 일본인들을 따라 온 그들이 우리나라에 담배를 처음 소개했으니 우리나라의 담배역사도 420년이 넘는다. 그 이후 우리나라에서 담배는 가장 대중적인 기호품이 된다. 여성들도 긴 담뱃대로 담배를 피우는 게 유행이었다. 약이 귀했던 시절엔 치통, 생리통 등 통증완화에, 기생충박멸도 흡연은 만병통치약이었다. 귀나 이빨이 아플 때 짓이긴 담뱃잎을 붙이면 통증이 사라진다. 추울 때 담뱃잎과 약용 뿌리 등을 섞어 태우는 연기를 마시면 몸이 따뜻해진다. 잎을 그냥 씹어 먹거나 주스 등으로 만들어 먹으며 천식이나 결핵에도 효능이 있다 한다. 야영할 때 텐트 주위에 담뱃잎을 뿌려두면 뱀이 못 온다.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에서 물자가 귀했을 땐 담뱃가루를 얇은 기독교 경전이나 사전종이에 말아 피웠다. 노점에선 담배꽁초에서 모은 담뱃가루를 팔았다.
‘담배’의 어원은 토바코(Tobacco)다. 토바코가 우리나라로 들어와 ‘담바고’에서 ‘담배’로 변화된 것이다.
전세계에서 담배예절이 가장 엄격한 나라는 우리나라다. 연장자 앞에서 연기를 들이마시고 내뱉는 마술은 무례하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엄격하지는 않지만 이슬람국가와 말레이시아 등도 교육받은 계층은 아버지, 삼촌, 큰 형 등 연장자 앞에선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중독성을 볼 때 알코올은 약 5%지만 니코틴은 약 90%다. 내가 몇 십 년간 피워 온 담배를 끊은 지 5년이 더 지나간다. 몸이 맑아지고 아주 속이 시원하다!
글 사진: Ma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