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NT Live ‘시라노 드베르주라크’ ‘예르마’ 파격적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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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민호기자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중심을 지켜오고 있는 국립극장에서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NT Live ‘시라노 드베르주라크’와 ‘예르마’를 달오름극장에서 상영하였다.

영국 국립극장이 2009년 처음으로 선보인 NT Live(National Theatre Live의 약칭, 엔티 라이브)는 영미권 연극계의 화제작을 촬영해 전 세계 공연장과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는 2014년 3월 국립극장이 최초로 도입해 매 시즌 4~5편씩 지금까지 총 20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10월 상영작 두 편은 고전 희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시라노 드베르주라크’를 연출한 제이미 로이드와 ‘예르마’의 사이먼 스톤, 두 젊은 연출가의 번뜩이는 연출력을 볼 수 있었다. 각 작품에서 주인공을 맡은 제임스 매커보이, 빌리 파이퍼의 열연과 남다른 해석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였다.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시라노 드베르주라크’는 2019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런던 플레이하우스에서 초연된 최신작이다. 원작은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으로, 유난히 큰 코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시라노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린 낭만적 러브스토리이다. 지금까지 영화와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재탄생했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제이미 로이드는 영국을 대표하는 젊은 연출가로, 거침없는 현대화 작업을 통해 ‘시라노 드베르주라크’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고정관념을 모두 깨버린다. 1640년대 프랑스라는 원작의 배경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시라노 역의 배우에게 당연시 돼왔던 커다란 가짜 코와 레이스 달린 의상 등 17세기 요소들은 모두 없앴다.

마틴 크림프가 각색하고 제이미 로이드가 연출한 이번 프로덕션은 1640년대 프랑스라는 원작의 배경을 그대로 유지하되, 언어와 무대·의상 등을 현대적으로 풀어낸다. 시라노 역의 배우에게 당연시 돼왔던 커다란 가짜 코와 레이스 달린 의상 등 17세기 요소들을 모두 제거했다. 영화 ‘원티드’ ‘엑스맨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배우 제임스 매커보이가 주인공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예르마’는 2018년 국립극장의 첫 상영 당시 속도감 넘치는 연출, 빌리 파이퍼의 흡입력 있는 연기력으로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원작은 스페인 출신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비극 3부작 중 하나로, 아이를 갖지 못해 좌절한 여인이 폐쇄적인 사회로 대변되는 남편과 대립하는 내용을 담았다.

영 빅 시어터가 제작해 2016년 초연 후 2017년 재공연한 이 프로덕션은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이 원작의 줄거리만 남기고 배경을 현대 런던으로 옮겨와 새롭게 각색했다. 시적인 전개가 특징인 원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시와 노래가 아닌 일상의 언어를 사용해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작품으로 2017년 로런스 올리비에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빌리 파이퍼의 압도적인 연기가 이목을 집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