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이 함께 그린 세계 ‘어둠 속에, 풍경’ 성료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연을 관람하며 서로에게 영감을 주다 시각에 의존해 온 공연 관람 방식 탈피, 다양한 감각적 층위로 즐기는 공연으로 관람객 호평 장애인 관람객 점유율 18%(시각장애인 점유율 15%)로 개관 이래 최대 규모 접근성 팀 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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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원)6월 20일(목)~23일(일) 충정로에 위치한 모두예술극장에서 진행한 전시+퍼포먼스 공연 ‘어둠 속에, 풍경’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기존 ‘보다’라는 시각에 의존해 온 공연 관람 방식에서 탈피해 청각적, 몸 감각적, 시각적 등 다양한 층위로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이 세상과 사물을 어떻게 다르게 보는가, 부재하는 시각적인 것을 다른 감각으로 대체가 가능한가,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어둠 속에, 풍경’의 연출을 맡은 배요섭은 시각장애인, 비시각장애인, 무용수, 배우, 시각예술가 등 서로 다른 감각과 언어로 소통하며 작업하는 예술가 10명과 함께 리서치, 워크숍을 통해 장애의 경계 없이 각자의 감각으로 교감한 지난 3년간의 경험을 공연으로 풀어냈다.

시각 경험이 있는 사람과 시각 경험이 없는 사람이 꾸는 꿈의 세계는 어떻게 다른지, 어떤 감각적 이미지들이 꿈에 등장하는지를 탐구해 기록한 ‘꿈 주석’은 묵자와 점자로 기록해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 관람객이 서로 읽어주며 교감하며 관람해 공연의 몰입감을 높였다.

그 외 그림을 소리로 감상하는 ‘소리그림’, 듣는다는 것은 귀뿐만 아니라 온몸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깊이 듣기’, 움직이는 몸을 보지 않고도 춤을 경험할 수 있는 ‘말하기 춤추기’ 등 사운드·촉각 이미지·움직임 등 다양한 요소를 언어로 활용해 다채로운 감각들로 펼쳐냈다.

5회에 걸쳐 진행된 이번 공연은 1차, 2차, 3차에 걸쳐 빠르게 좌석이 소진되면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매 공연 장애인 관람객 점유율이 18%(시각장애인 관람객 점유율 15%)를 넘어, 모두예술극장 개관 이래 최대 규모의 접근성 팀이 꾸려지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음성 해설을 비롯해 점자안내, 문자통역(자막), 이동지원은 물론 공연 전에 공연장 미니어처와 창작자들의 의상을 만져보며 설명을 듣는 터치투어 등 다양한 접근성 서비스를 진행했다. 또한 공연 프로그램 북은 큰 글씨와 점자, 스크린리더로 인식 가능한 텍스트 파일, 프로그램북을 낭독한 음성 파일로 준비해 관람객들의 편의를 높였다. 이 외에도 좌식 방석으로 된 비지정석 객석 형태로 관람이 진행됐지만, 의자가 필요한 관람객에게는 접근성 지원신청서를 통해 의자를 별도로 마련했다.

이번 공연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그동안 한 번도 쓰지 않았던 근육을 쓴 느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지점의 경험은 충격 그 자체였고, 공연 마지막에 그 감정은 폭발했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독립된 감각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내 안의 관념과 상상력의 종합체였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공연’, ‘신파와 극복의 요소 없이 온전히 자신만의 감각과 언어로 소통하고 작업한 예술을 만나고 왔다’ 등 호평을 남겼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김형희 이사장은 “장애예술의 본격적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애 유형별로 특화된 작품 제작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이번 공연 ‘어둠 속에, 풍경’은 시각장애인과의 협업을 통해 의미 있는 창작 작업을 보여줄 수 있어서 유의미한 과정이었다. 수년에 걸쳐 장애인의 고유한 감각을 모색해 온 창작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