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애플사가 만든 아이폰은 그 동안 핸드폰이라 불리던 기계를 새로운 단계로 업그레이드 시킨 멀티미디어 도구다. 그 대단하다는 애플사의 경쟁력은 타사의 부품을 조립, 가공해서 일반 소비자에게 내놓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제품의 우수한 기술력과 탁월한 홍보?마케팅 능력이 시너지효과를 이뤄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애플사의 정책을 한국 인바운드 시장에 대입해보면 한국은 우선 상품 자체로서의 매력부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3월 경기개발연구원은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여행 만족도를 일본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 인근 10개국 가운데 9위로 조사했다. 이제는 많이 간소화됐지만 복잡한 행정절차가 그 이유였다. 또한 작은 국토 면적에 대부분의 관광 인프라가 서울 중심이어서 한 번의 여행으로 한국의 모든 여행지를 다 본 것이라고 간주하기도 한다. 아시아 관광시장의 최대 소비자로 발돋움한 중국인들이 이러한 생각을 가졌다는 것은 우리에게 크나큰 손실이나 마찬가지다.
아시아 지역을 순회하는 영국의 한 크루즈 업체는 오전에 인천항에 입항하고, 오후가 되면 출항한다.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채 하루가 안 되는 것이다. 인천에 관광자원이 없어서일까?
그럼에도 여행관계자들은 한국 인바운드 시장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의료관광, 실버, 청소년 여행 등 특정 타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시장과 한국의 전통문화는 충분히 외국인들을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이다. 15일자 동아일보는 상하이 엑스포를 방문한 541명의 중국인들 가운데 52%이상이 아시아에서 한국을 가장 방문하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 ‘큰손’ 중국 관광객을 잡아라!
지난 4월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태국시위사태로 아시아의 관광소비자들이 한국으로 우회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동년대비 15%이상 국내 입국률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맞물려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태국의 정세가 안정화되었음에도 그 증가추세가 크게 변화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엔고 여파로 급등한 일본 관광객은 상대적으로 감소추세다.
세계에서 중국인 관광객은 ‘큰손’으로 통한다. 올봄 서울을 찾은 중국인의 평균 지출액은 2,203달러로 일본인의 1,229달러를 크게 웃돈다. 단순 지출액뿐 아니라 엄청난 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여행객수도 상상을 초월한다.
오래도록 내수경기 침체에 빠진 일본은 지난해 7월 중국인 부유층을 상대로 개인 관광 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한데 이어 다음 달부터 일반 중국인들에게도 비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소득 기준을 낮춰 비자 발급 대상자를 현재의 10배인 1,600만 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중국인 단체 모객에 성공한 여행사에는 보조금을 준다.
한국도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기존 7종류에 이르던 관광 비자 신청 서류를 2종류로 줄이고, 과장급 인사는 재직증명서만으로 비자를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비자 발급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업계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대응이 중국인 인센티브 단체 여행 등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매년 외래방문객 800만 또는 1,000만 목표 달성이라는 단순한 방문객 수 증가보다는 관광의 지속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래 머물고, 다시 방문하고 싶어지는 그리고 여행자 스스로 기분 좋은 소비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다양한 관광지 개발이 이뤄져야한다는 공통된 의견도 나왔다. 방한하는 외국인들이 서울과 제주로 편중되는 현상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도나 경주시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특화된 관광지로 꼽히지만 실질적으로 외국인 상대로는 적절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곳이 갖고 있는 매력적인 관광지와 시설들은 가치 창출의 측면에서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상품 개발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기보다는 기존의 관광 상품에 대한 총체적 운영방안과 개선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 대구시, 지역 관광 특화사업의 모범
일반 관광상품의 2배 이상의 경제효과를 지닌 의료관광상품 개발은 한국 인바운드 시장의 기폭제가 될 소지가 크다. 대구시는 지난주 중국 기업 우수 사원 연수회를 겸한 1,516명의 단체 의료관광행사를 유치했다. 이번 의료관광단은 대구시가 영남대의료원, 경상북도와 함께 오랜 협의를 거쳐 유치에 성공하게 됐다. 이들은 일주일 동안 대구와 경북에 체류하면서 영남대의료원 등 대구의 10개 주요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예정이며, 희망자의 경우 피부미용?네일아트 등 뷰티체험 관광도 경험하게 된다.
이번 행사를 위해 대구시는 영남대의료원 등 지역 병원들과 협력해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의료관광을 위해 철저히 대비했다. ‘메디시티 대구’브랜드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의료산업을 대표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대구시는 아시아 대표적인 의료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대구시의 노력은 인바운드 시장에 모범이 될 수 있지만 한 가지 과제를 던져준다. 결국 한국의 국가브랜드는 국내 인바운드 업체가 외국에 상품을 무작정 팔려고만 하는 것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관련 업계가 한국 관광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 관광산업의 앞날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비판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 될 때 한국 인바운드 관광시장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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