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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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 DON GIOVANNI

돈 조반니

감독: 카를로스 사우라

출연:로렌조 발두치, 리노 지안시알레, 토비아스모레티

음악: 스테파노 사비노

제공: (주)디지털케이아이엔

배급: (주)마운틴픽쳐스

개봉: 10월 14일

관람등급: 15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7분

“돈 조반니.” 중년의 남자가 나룻배 위에서 돈 조반니의 조각상을 보며 경이롭게 외치는 이 한마디는 영화 중반에서야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의 자전적 외침임을 알게 된다. 로렌조 다 폰테의 오페라 돈 조반니 서막이 그러하듯 영화도 관객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시작되는 것이다.

대담하고 파격적인 주제와 라이벌 살리에리의 방해 공작으로 초연 이후 모차르트가 세상을 뜨기 전까지 단 5번 공연된 비운의 오페라 돈 조반니는 이후 희비극을 넘나드는 풍자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최고의 오페라로 인정받으며 모차르트 3대 오페라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

세례를 받고 신부가 될 준비를 하던 로렌조 다 폰테는 기질을 억누르지 못하고 자유로운 삶을 즐기며 풍자시를 쓰다 베니스에서 추방당한다. 다 폰테의 화려한 언변과 천부적인 시적 재능을 높이 산 카사노바의 도움으로 오스트리아의 음악도시 빈에서 정착한 그는 모차르트와 함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함께 만들어 큰 명성을 얻는다. 자유로운 삶을 즐기며 살던 다 폰테는 그의 정신적 스승인 카사노바의 제안으로 세기의 방탕아 돈 조반니를 새로운 오페라로 만들기로 결심하고 모차르트를 설득해 다시 한 번 최고의 오페라를 만들기에 나선다. 그러던 중 베니스에서 첫눈에 반한 후 아쉽게 헤어졌던 아네타와 우연히 재회 하게 된 다 폰테는 아네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오페라의 결말마저 바꾸려는 계획을 세운다. 카사노바는 질투에 눈이 먼 아드리아나에게 타락한 삶을 산 돈 조반니가 잘못을 뉘우치고 종국에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하는 결말이 예정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카사노바는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결말에 분노해 다 폰테의 여성편력의 명단을 아네타에 넘겨 이들의 사랑은 위기를 맞게 된다.

다 폰테가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말하는 자유는 돈 조반니가 뉘우치고 회생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것을 거부하고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것에 있다. 종교 심판이 성행하고 선과 악의 경계가 분명한 당대에 그러한 결말은 그 시대 사람들에게 혼란을 야기했음은 물론이다.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은 영화 돈 조반니와 영화 속 다 폰테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절묘하게 뒤섞고 무대 속 무대를 선보이는 독특한 화면구성으로 원작 오페라의 감동을 구연했다. 오페라처럼 영화 내에서도 캐릭터 싸움이 치열하다. 노년에 접어든 카사노바의 뉘우침 없는 냉소와 매력적인 외모와 언변으로 여성들을 유혹하며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다 폰테는 마치 한사람의 삶을 같은 연대에 담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오페라 돈 조반니를 작곡하면서도 지병에 힘들어했던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는 창작으로 예술혼을 불태운다. 실제로 모차르트는 오페라 돈 조반니를 작곡하고 3년 뒤 세상을 떠났다.

카사노바의 화려한 여성편력, 다 폰테의 뛰어난 언변과 방탕한 삶 속에 오아시스 같았던 순수한 사랑, 그리고 모차르트의 괴짜기질이 그대로 녹아있는 영화 돈 조반니는 실존했던 유명인을 모델로 완성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