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너머에 자리한 태양의 도시

적도 (Equator) 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 정확히 적도는 지구 상의 위도가 0 도인 지역을 이르는 말이지만 그 단어는 보다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 찬란한 태양과 그 땅을 딛고 선 자들의 정열 ( 情熱 ), 북반구의 북극성과 남반구의 남십자성을 양팔로 가리킬 수 있는 신비로운 대지가 적도의 또 다른 이름이다 .
안데스 산맥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한 키토. 적도에 위치했음에도 1년 내내 우리의 가을 날씨 같은 선선한 공기가 방문자를 감싼다. 적도 자체를 국가 명칭으로 사용하는 나라 에콰도르 . 그렇기에 에콰도르는 찬란한 태양과 정열적인 사람들과 신비로움이 가득한 나라다 . 우리에게는 중남미의 축구 강국 정도로만 알려졌던 에콰도르가 실은 한반도의 1.5 배 정도 되는 작은 나라 안에 바다와 거대한 안데스 산맥과 오랜 역사 그리고 유명한 갈라파고스제도를 지닌 다양한 아이템으로 중무장한 나라라는 사실은 실로 놀랍다 .

실제로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 (Quito) 는 안데스 고산지역에 위치해 적도의 태양과 어울리지 않는다 . 1 년 내내 우리의 봄과 같은 날씨로 여행하기에 알맞기 그지없다 .

웅장한 자연 속에 조각된 인간들의 작품

대부분 잉카의 유산이라 하면 페루를 떠올리곤 하지만 에콰도르의 키토는 북방잉카제국의 수도였으며 이후 스페인 점령 시절의 유물들이 대규모로 잘 보존돼 있다 . 야트막한 언덕에 가옥들이 들어섰지만 그 뒤로는 웅장한 안데스가 시야에 들어는 풍광은 키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장면이다 . 허나 이 모습이 우리에겐 어찌나 이질적이고 놀라운 풍경인지 .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키토는 동서 양편으로 안데스산맥에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도시를 한눈에 조망하기 위해서는 ‘ 텔레페리코 ’ 라 불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안데스의 봉우리까지 오르는 것이 가장 좋다 .

텔레페리코는 서쪽 변두리에서 시작하는 거대한 피친차 (Pichincha) 화산 측면을 약 1 ㎞ 가량 오른다 . 맑은 날이면 키토 시가지와 4 개의 눈 덮인 봉우리 , 그리고 그 보다 낮게 위치한 12 개의 화산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
텔레페리코를 이용하면 서쪽 변두리에서 시작하는 거대한 피친차(Pichincha)화산에 오르는 것이 좀 더 수월하다. 197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10대 문화유산도시로 지정된 키토의 구 시가지는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아주 잘 보존된 `올드 타운` 중 하나다. 이러한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낀 방문자들은 혹 키토에 대한 짧은 인상만을 안고 떠나기 쉽다 . ‘ 그곳은 참 희한한 풍경의 도시 ’ 라고 말이다 . 하지만 멀리서 키토의 전체적인 인상을 살펴본 후에는 이제 세밀한 놀라움이 남아 있다 .

키토의 구시가지는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아주 잘 보존된 ` 올드 타운 ` 중 하나다 . 이러한 옛 도시는 1979 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10 대 문화유산도시로 지정됐으며 , 역사와 자연이 내린 남미 최고 유산으로 손꼽힌다 .

좁다란 골목마다 스페인 식민시대 플라자 , 교회 , 왕궁 그리고 박물관들이 꼼꼼이도 들어찼다 . 골목을 잠시만 걸어도 텔레페리코에서 봤던 안데스 품에 안긴 그 장엄함이 키토의 본래 모습이라 여겼던 판단이 분명 오산이라는 사실을 곧 깨닫고 말 것이다 .

중앙광장으로 연결된 키토의 상징물

도보 여행의 첫 시작 지는 바로 라 플라자 그랑데 (La Plaza Grande). 1809 년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이 광장은 키토 시의 중심 광장이다 . 현지인들 뿐 아니라 여행자들도 마치 ‘ 몇 시 시계탑으로 나와 ’ 하듯 약속장소로 쓰일 법한 곳이다 . 서쪽으로는 대통령궁이 위치하고 , 남쪽에 키토 대성당이 나오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하기 때문일까 ?

더 멀리 확장해봐도 광장은 두 개의 주요 키토 상징물들 사이에 위치한다 . 그중 하나는 북쪽에 위치한 바실리카 성당 (La Bacilica).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밥공기를 엎어놓은 것처럼 생긴 언덕 빠네시죠 (Parque La Panecillo) 다 .

우선 두 개의 첨탑이 인상적인 바실리카 성당은 잉카인들이 세운 태양의 신전을 허문 돌을 이용해 지어졌다고 한다 . 태양의 신에게 선사한 건물이 무너져 다른 종교의 신에게 바쳐진 성당의 역사가 어쩐지 애처롭게 들린다 . 건물 자체야 더 이상 어떻게 웅장할 것이냐를 따질 정도지만 그 역사가 말해주는 이야기는 건물에 대한 인상을 바꿔놓는다 .

빠네시죠 언덕 역시 마찬가지 . 이 언덕은 잉카 이전 시대부터 태양의 신전이 있던 자리지만 , 스페인 사람들이 신전의 돌들은 모두 분해해서 스페인 식민도시 건설에 사용했다고 한다 . 그 자리에는 이제 구원의 마리아상이 세워져 키토시를 굽어보고 있다 .
크고 웅장한 바실리카 성당. 좁고 가파른 계단과 통로를 지나 첨탑 꼭대기까지 오를 것을 추천한다. 시내 중심가에서 키토를 조망할 수 있다.빠네시죠 언덕에 위치한 성모마리아 상. 계단을 통해 오를 수 있다. 태양의 신전이 있던 이곳에는 이제는 성모마리아가 세워져 키토시를 굽어 살피고 있다.

빛나는 태양이 선사하는 다양성

키토에서 30 분 정도 떨어진 곳에 적도탑이 있다 . 에콰도르를 방문한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방문해 볼 만한 곳이다 . 날짜 변경선이나 적도는 인간의 편의에 의해서 그어진 명칭이지만 실제로 이곳들은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을 뒤엎는 현상들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

못 위에 달걀 올리기나 배수구로 빠져나가는 물이 어느 방향으로 도는지 확인하는 일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역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열중하게 만든다 . 적도탑과 인근의 적도박물관에서 행해지는 이러한 실험들은 단순히 북반구와 남반구를 구분하는 황색 선보다 더 확연하게 적도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

위도 0 도 , 그것이 주는 독특한 경험은 분명 놀랍다 . 하지만 무엇보다 장쾌한 안데스와 그 품 안에서 살아가는 태양의 신 후손들이 갖고 있는 가슴 아픈 역사는 방문자에게 여행의 다양성을 제공한다 .

이는 1835 년 찰스 다윈이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에서 깨닫게 된 생물다양성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 태양이 주는 축복은 생물 종의 다양성뿐 아니라 그곳을 방문하는 모든 방문자에게 바로 오늘도 선사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