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를 ‘ 형제의 나라 ’ 라고 부르는 나라가 있다 . 우리에겐 잊히고 무뎌진 것들을 여전히 기억하며 , 우리를 향해 미소 지어주는 이들이 있다 . 2002 년 한 ‧ 일 월드컵을 계기로 젊은이들 사이엔 “ 터키를 아십니까 ” 라는 글이 읽혀지게 되었고 , 우리에게 터키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 8 년의 시간이 흐르고 ‘2010 남아공 월드컵 ’ 이 한창인 요즘 , 그날의 기억을 더듬으며 터키로의 여행을 떠나본다 .
대자연과 인간이 만든 위대한 걸작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서 동남쪽 270 ㎞ 떨어진 곳 .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 대자연을 향한 경외감에 감탄사조차 잃게 하는 곳이 있다 . 신 ( 神 ) 을 향한 인간의 무한한 믿음과 신앙심에 섣부른 말조차 할 수 없게 하는 곳이 있다 . 터키 중부의 카파도키아 (Cappadocia) 이다 .
끝없이 펼쳐진 광야에 기기묘묘한 기암괴석들이 솟아 미국의 그랜드캐년의 장대함과는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며 사람들의 눈과 혼을 사로잡는다 . 수백만 년 전 에르시에스 (Erciyes) 산의 화산폭발이 있고 엄청난 용암과 화산재가 이 일대를 덮었을 것이다 .
우리가 감히 생각도 할 수없는 세월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 자연은 수차례의 뒤틀림과 비와 바람으로 카파도키아를 풍화시켜 왔다 .
여기에 로마의 박해를 피해 찾아든 기독교인들에 의해 이 걸작품은 하나하나 완성되어 간다 . 피난처가 필요했던 기독교인들에게 화산재의 부드러운 응회암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지형이었을 것이다 . 암벽과 계곡을 파고 깎아 그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교회를 만들고 , 마구간이 딸린 집이며 납골소를 만들었다 . 땅을 파고 길을 내어 지하도시 ‘ 데린구유 ’ 를 만들었다 .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든 카파도키아의 거대하고 웅장한 파노라마 앞에 서면 우리의 언어는 무기력한 도 벨기에 동화작가 피에르 클리포드는 카파도키아 파샤와브 계곡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 개구쟁이 스머프 ’ 를 만들고 , 버섯마을 괴레메는 영화 ‘ 스타워즈 ’ 의 배경지가 되기도 했다 . 상상하지도 못할 초현실적인 카파도키아의 풍경이 또 다른 걸작을 만들어낸 것이다 .
실크로드의 중간기점인 카파도키아는 , 동 ‧ 서양 문명의 융합을 도모하는 교역이 융성했고 새로운 제국이 탄생할 때마다 전쟁터로 변했다 . 로마와 비잔틴시대에 기독교인들의 은신처가 되면서 기독교가 지금 남아있는 대부분의 암굴 교회와 수도원들은 바로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 이렇게 자연과 인간의 역사로 빚어진 카파도키아는 오늘도 조금씩 조금씩 대자연의 풍화로 그 모습을 달리하며 변해가고 있다 .
카피도키아의 베이스캠프 , 괴레메 마을
앙카라에서 네비쉬르를 거쳐 가다보면 괴레메 (Goreme) 라고 불리는 마을이 하나 나온다 . 카파도키아의 관문이자 초현실적 풍경의 중심지로 병풍처럼 늘어선 버섯바위 계곡들과 암굴 교회들 , 볼거리 , 먹을거리가 다양하게 갖추어진 마을이다 .
이곳은 데린구유 ( 지하도시 : 깊은우물 ) 와 달리 지상으로 나있는 바위 동굴 속에 교회가 있다 . 건축시기가 대부분 9 세기경으로 알려져 있으나 가장 오래된 것은 1 세기경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
괴레메 중심지에서 2 ㎞ 정도 떨어진 곳에 야외박물관이 있다 . 바위를 깎아 만든 비잔틴 양식의 교회와 수도원 중 약 30 여개의 교회가 야외박물관으로 공개되고 있다 . 이 교회들은 채광이나 통풍을 위한 창이 없고 입구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장식이 없어 외부에서는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을 찾기 어렵다 .
교회 내부는 화려한 프레스코 벽화로 장식되어 있고 빛이 거의 들지 않는 암굴 교회의 특성 때문에 벽화의 색이 선명히 잘 보존되어 있다 .
글을 잘 모르는 수도자들에게 성서를 알게 하고 깨닫게 하기 위해 시작된 프레스코 벽화는 성서에 나오는 장면들이 그려진 성화로 장식되어 더 유명하다 . 성화의 주요 내용은 예수그리스도의 생애와 죽음 , 십자가의 고난과 부활을 주제로 하고 있다 .
특히 , 카파도키아의 토칼리교회 ( 버클교회 ) 는 푸른 프레스코 벽화로 유명하다 . 이곳의 교회들의 저마다 특별한 애칭으로 불리는데 ‘ 어두운 교회 ’, ‘ 사과 교회 ’, ‘ 뱀 교회 ’, ‘ 샌들 교회 ’, ‘ 버클 교회 ’ 등 그 이름에 얽힌 유래도 각기 다양하다 .
카파도키아의 괴레메에서는 그린투어 , 로즈밸리투어 , 벌룬투어 등 다양한 방법과 코스로 여행객의 취향에 따라 관광을 즐길 수 있다 . 그린투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변 많은 관광지를 찾아다니며 카파도키아를 직접 느끼는 코스이다 . 로즈밸리투어는 저녁 일몰을 보는 게 포인트인 투어로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가장 크다고 한다 .
또한 벌룬투어는 열기구를 타고 카파도키아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대자연의 경의로움을 느끼게 하는 이색투어다 . 이중 카파도키아의 백미라고 하는 로즈밸리를 즐겨보자 . 여행자들 삼삼오오 팀을 이뤄 재미난 애칭의 동굴교회나 1950 년까지 사람들이 실제 거주했다던 가옥들도 둘러본다 .
이젠 관광객들을 위해 바위 동굴 가옥을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에서의 여유로운 차 한 잔과 길가 곳곳에 놓인 살구 내음을 따라 장미계곡으로 발길을 옮긴다 . 장미계곡 (Rose Valley) 을 붉게 물들이며 내리는 일몰의 저녁노을은 카파도키아를 기억하게 하는 최고의 비경이다 . 괴레메 주변은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들이 많다 .
장미계곡 뿐 아니라 흰계곡 , 비둘기계곡 , 사랑계곡 , 칼계곡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곡들을 둘러보며 실로 , 우리자신이 많은 것을 모르고 살아있음을 , 그래서 많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찾아 나서게 됨을 알게 된다 .
세계 3 대 음식 , 오스만 제국의 다양한 음식문화 터키
중국 , 프랑스에 이어 세계의 3 대 음식에 손꼽히는 터키음식은 동 ‧ 서양의 다양한 문화의 융합으로 수많은 종류의 음식이 생겨났고 또 발전해 왔다 . 요즘은 관광명소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푸드투어 (Food Tour) 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
우리에게 너무도 많이 알려진 ‘ 케밥 ’ 은 터키의 전통적인 음식이다 . 육류를 즐기고 기름진 음식들이 대부분이라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조금 느끼할 수 있다 . 그러나 고기와 함께 먹는 화덕에서 갓 구운 따끈한 밀 빵과 고추나 오이 , 양배추를 피클처럼 절였다가 같이 먹는 터키식 피클이 있어 크게 부담을 주진 않는다 .
케밥 이외에 길거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은 ‘ 시미트라 ’ 로 터키에서 가장 많이 먹는 간식 빵이다 . 깨가 잔뜩 뿌려져 있어 오가는 이들의 눈길뿐 아니라 손길도 붙잡는다 .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는 터키는 거의 집집마다 화덕이 있어 언제든 갓 구운 빵을 먹는다 . 터키식 피자인 ‘ 피데 ’ 역시 얇은 밀빵 위에 고기와 치즈를 얹고 화덕에 굽는 방법으로 이탈리아의 피자와 흡사하다 . 아니 사실은 이탈리아 피자의 원조이다 . 그렇다면 다양한 터키 음식 중 특정한 곳에서 유명한 몇몇의 음식들을 알아보자 .
카파도키아에서 유명한 ‘ 항아리 케밥 ’ 은 쌀과 해물 , 고기류를 항아리에 넣어 화덕에 넣고 굽는다 . 항아리가 뜨겁기 때문에 직원이 직접 항아리를 깨고 먹는 법을 가르쳐 준다 . 요리방법부터 일반 케밥과 다르기에 카파도키아를 들른다면 한번쯤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다 .
파묵칼레에서 유명한 닭고기 귀베츠 ( 볶음밥 ) 는 레스토랑 주방장이 한국관광객들을 위해 직접 한국에서 공수한 고추장으로 요리를 해 주기도 한다 . 그래서 일가 , 우리입맛에 유달리 잘 맞는다 . 이스탄불 갈라타 다리의 명물 , 고등어 케밥이다 . 생선을 먹지 않는 터키인들에게 고등어 케밥은 초대 대통령 ‘ 아타튀르크 ’ 가 어부들과 나눠 먹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케밥이다 .
이밖에도 무수한 요리들이 있지만 터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디저트 ‘ 타틀르 ’ 의 단맛을 느껴보자 . 터키인들은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후 , 타틀르 ‘ 귀네페 ’ 와 같은 아주 단 음식을 먹으면 개운한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 바클라바 , 카타이프 , 케말파샤 등등 . 세계에서 단맛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 그래서 만면에 늘 달콤한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사람들 , 그들이 우리의 ‘ 형제 나라 ’ 터키인들이다 .
가는 길
이스탄불에서 카파도키아까지는 버스로 11 시간 정도 소요된다 . 보통 저녁에 출발하는 야간버스를 이용한다 .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에는 이스탄불에서 카이세리나 네브세히르로 이동하면 된다 . 카파도키아의 거점도시 네브세히르의 버스터미널에서 괴레메 , 우치사르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