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길을 따라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는 비무장지대(DMZ), 이곳은 분단의 현실을 생생히 보여주는 공간이다. 겹겹이 쳐진 철책과 날카로운 철조망, 곳곳에 새겨진 지뢰 푯말, 1천 개가 넘는 초소와 감시탑, 그리고 중무장한 채 삼엄한 경비를 서는 군인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친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는 비무장지대(DMZ), 이곳은 분단의 현실을 생생히 보여주는 공간이다. 겹겹이 쳐진 철책과 날카로운 철조망, 곳곳에 새겨진 지뢰 푯말, 1천 개가 넘는 초소와 감시탑, 그리고 중무장한 채 삼엄한 경비를 서는 군인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친다.
그러나 비무장지대는 오염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비무장지대는 민간인출입통제구역(민통선)까지 합치면 지리산국립공원(471.748㎢)은 물론 생태경관보전지역인 왕피천(102.84㎢)보다 크다. 게다가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기에 1,000m 이상의 높은 산이 많고 백두대간과 도서연안습지까지 있는 광역생태축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에다 분단 상황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막아 예상치 않게 자연생태보존구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민간인의 발걸음을 막을 것만 같았던 비무장지대이지만 최근 들어 아주 조심스럽게 이곳을 민간인에게 개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무척 고무적이다. 특히 생태관광, 즉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즐기는 여행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자연생태의 보고인 비무장지대가 새삼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강원도 양구의 두타연길은 국내 유일의 비무장지대 내 산책길로 생태관광 마니아들에게 신흥 명소로 한창 각광 받고 있다.
두타연길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다기 보다는 까다롭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두타연길은 비무장지대 안에 있기 때문에 우선 사전신청을 해야 한다. 개방 초기만 해도 방문 3일 전에 신청을 해야 했으나 지금은 하루 전에 만 신청하면 된다. 또 문화해설사와 반드시 동행해야 하며 개별입장은 불가다. 비무장지대의 특성상 관할 군부대의 승낙을 얻어야 하기에 절차가 번거로운 것이다. (신청 방법은 Tip 참조)
문화해설사의 안내로 두타연으로 향한다. 군청이 있는 양구에서 두타연까지는 약 30분 거리다. 두타연에 가까워질수록 군인의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비무장지대를 감싼 삼엄한 기운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두타연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관할 부대인 육군 제21사단 이목정대대 초소에서 신원확인 절차를 거친다. 사진촬영은 물론 촬영장비의 반입도 엄격하게 통제된다. 벌써부터 분단의 현실이 마음을 짓누르는 듯한 기분이다.
이목정부대 초소를 지나면 비포장도로다. 길가엔 녹슨 철조망에 역삼각형으로 ‘지뢰’라고 걸린 푯말이 펼쳐진다. 비포장도로를 조금 지나면 전방에 녹색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인다. 구조물 간격은 무척 좁아서 45인승 버스가 겨우 들어갈 정도다. 바로 전차 방어를 위해 만든 전차 방어선이다. 여기서 더 넓어지면 탱크가 지나갈 수 있어 좁게 시공한 것이다.
비포장도로를 약 15분 정도 달리면 두타연에 도착한다. 먼저 두타연이라는 지명의 유래부터 알아보자. 지금으로부터 950~1,000년 전 금강산 장안사에 있던 희정 스님이 지금의 두타연 보덕굴에서 관세음보살상을 침견했다. 희정 스님은 이를 기념하고자 절을 창건했는데 그 절의 이름이 두타사였다. 두타연이라는 이름은 이 사찰에서 비롯됐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두타사의 위치며 관련 자료는 전해지는 것이 없다.
일단 두타연에 도착하면 지금까지의 번거로움은 단박에 잊게 된다. 먼저 두타연 입구에서부터 시원스런 소리가 들린다. 계곡을 휘감는 물소리다. 두타연의 물은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하다. 깨끗한 물 덕에 두타연에서는 천연기념물인 열목어를 볼 수 있다. 두타연은 열목어의 국내 최대서식지다. 또 천연기념물인 어름치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희귀어종들이 살고 있다.

두타연 계곡에서 흐르는 물은 그냥 마셔도 된다. 양구 주민들은 두타연의 물을 특급수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오염이 전혀 안된 맑은 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특급수라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두타연 계곡물의 발원지는 금강산이다. 금강산에서 발원한 물이 이곳을 지나 파로호로 흘러 들어간다.
두타연 계곡의 경관은 실로 아름답다. 두타연의 둘레는 50m, 깊이는 12m로 무척 깊다. 마침 때 이른 장맛비로 계곡의 물이 불어 아찔한 느낌마저 든다. 동쪽 암벽엔 3평 남짓한 굴이 보이는데, 계곡물이 빚어낸 작품이다. 마치 기계로 깍은 듯한 원 모양이 아주 인상적이다.
이곳의 수풀도 원시림 그대로다. 지난 50여 년간 사람들의 출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나무들이 스스로 자생력을 가져 지금의 수풀을 이뤘다. 산에 덮인 나무들은 모두 단풍나무다. 지금은 신록의 계절이라 푸르른 빛을 띠고 있지만 가을이 오면 이 일대는 울긋불긋한 단풍 옷으로 갈아입는다. 주민들은 두타연의 가을이 금강산에 못지않을 만큼 아름답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여름에 보아도 아름다운 두타연 계곡의 풍경은 주민들의 칭찬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두타연 계곡을 따라 난 조그만 길은 무척 한적하기만 하다. 현수교인 두타교를 건너는 재미는 더욱 쏠쏠하다. 그렇지만 자칫 길을 잘못 들면 참으로 위험천만하다. 지뢰 때문이다. 들어오는 길과 마찬가지로 두타연 길도 ‘지뢰’라고 적힌 역삼각형 팻말이 즐비하게 서 있다. 곳곳에 녹슨 철모와 철조망, 그리고 포탄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남북분단이 남긴 생채기들이다. 시원한 계곡 물소리와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분단, 그리고 동족상잔의 비극과 맞닥뜨린다. 이내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앞서도 언급했듯 두타연길은 생태관광 붐을 타고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두타연길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태 자연환경의 보고인 비무장지대 안에 있어서 자연스레 생태관광 체험을 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관광지다. 그러나 단순히 생태관광 체험으로만 의미를 한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나라는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다. 비무장지대의 존재 자체가 분단의 아픔을 그대로 웅변한다. 두타연길을 걸으면서 분단의 아픔, 동족상잔의 비극, 그리고 이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기 위해 피흘린 호국 영령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생태관광지로만 치부하기엔 두타연길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너무나도 크다.
두타연길을 걸으며 이 나라 이 겨레를 지키기 위해 아낌없이 목숨을 내던진 고귀한 영혼들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두타연길을 민간에게 개방한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Tip> 민통선 안에 있어 관할 군부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신청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출입 전 출입자 준수사항이 적힌 서약서 날인 / 정해진 구역 외 출입금지(지뢰매설) 신청 방법 양구군청 홈페이지(www.ygtour.kr/duta/index.asp)에서 인터넷 접수(부대승인으로 인해 평일은 방문 1일전 12시, 주말은 금요일 12시까지 신청 마감)
출입인원 제한 없음
접수처 양구군청 경제관광과(033-480-2251, FAX 033-480-2522)

출입절차
출입횟수 1일 2회 양구명품관에서 출발(양구버스터미널 뒷편)
출입자 집결 양구명품관에 매일 2회 집결(10시 / 14시, 월요일 제외)
입장료 어른 2000원, 학생 1000원(30명 이상 단체 30% 할인)
출입안내 문화관광 해설사(해설사 동행 없이 출입 불가)
글 사진 자유기고가 지유석 한국관광공사 자료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