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茶, 존경과 우호의 뜻

존경과 우호의 뜻, 중국茶
중국에서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풍속은 삼국 말년에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삼국시대 오국(吳國)의 마지막 황제 손호(孫皓․242~284)는 먹고 마시고 노는 것만 아는 우둔한 군주였다. 온종일 조정의 일은 관여하지 않고 술과 여색에 빠져 살았다. 자신과 함께 술 마시고 흥을 돋우기 위해 여러 신하들을 초청해 자주 연회를 열었다. 매번 해가 뜨고 질 때까지 마셨고 거기다 하루 종일 가무(歌舞) 보는 것을 즐겼으며, 아래 신하들은 모두 만취해야만 했다. 손호의 아래 신하 중에는 위소라는 대신(大臣)이 있었다. 그는 주량이 적었다. 그러나 손호는 그를 항상 동반했고, 연회가 끝나고 나선 불쾌한 기분으로 헤어졌다. 어느 날 위소는 손호를 모시고 어화원에서 꽃을 보며 차를 마셨다. 손호가 위소에게 물었다.
“네 주량은 어찌해서 늘지 않느냐.”
그러자 위소가 답했다.
“저는 매일 집에서 세끼 밥을 먹을 때 항상 술을 멀리 하지 않습니다만, 도무지 주량이 늘지 않습니다.”
손호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당당대신, 주량이 이리 적으니 출세하기 힘들겠구려”라고 말했다. 이에 위소는 차 뚜껑을 덮으며 “속담은 과연 틀리지 않습니다. 대패는 오로지 평평한 나무판을 깎을 수 있고 톱은 오로지 나무판을 자를 수 있듯이, 모든 것은 각각의 장점이 있으며 서로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이 비천한 신하 비록 주량은 적으나 차는 많이 마시면 몇 주전자를 마실 수 있습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지금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차 주전자 세 개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이를 본 손호는 웃으며 말했다.
“너의 차 마시는 재능이 이리 특출하니 오늘 이후로 연회에선 술 대신 차를 마시게 해줄 터다. 대신 이 말은 밖으로 전하지 말도록 해라. 이는 다른 신하들이 따라서 하기를 막기 위함이다.”
위소는 매우 기뻐하며 머리를 땅에 붙여 절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호는 또 궁에서 중신들을 초청해 연회를 열었다. 그는 환관을 시켜 위소에게 준비시킨 차 주전자 두 개를 주었다. 황상과 대신들은 술 한 잔씩을 다 비웠고, 위소는 차 한 잔을 다 비웠다. 새벽에서 오후까지 마셨고 몇몇 대신들은 취해서 탁자 아래로 이미 쓰러졌지만, 위소는 멀쩡한 정신으로 잔을 비웠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궁궐과 민간에선 술 대신 차로 손님을 대접하는 풍속이 생겨나게 됐다.
중국은 여러 지역마다 풍속이 다르기 때문에 손님을 대접할 때 차의 종류나 다도(茶道)도 각기 다르다. 그러나 존경과 우호를 표하는 뜻은 같다. 강남의 도시나 농촌에선 ‘용정차’와 ‘벽라춘’ 등의 녹차로 공손히 접대한다. 화북과 동북지역에선 향과 맛이 신선하고 좋은 ‘향편’ 한 잔을 공손히 대접한다. 화남 일대에선 향기가 짙고 맛이 진한 ‘철관음차’를 내온다.
차를 끓이는 차구(茶具)는 유명하거나 귀한 게 아니라도 반드시 깨끗이 씻어 차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국에선 때로 주인이 손님 앞에서 차구를 씻은 후 차를 따르기도 한다. 사용한 차구가 진귀한 것이라면 주인은 손님 곁에서 차를 마시며 차구의 역사와 특징을 설명해준다. 차구는 마시는 차의 종류에 따라 선택하고, 차 주전자와 찻잔의 크기, 양식을 고려한다.
차를 끓일 때 사용하는 물은 깨끗하고 아무 맛이 없어야 한다. 차를 대접할 땐 반드시 뜨거운 물을 사용해야 하며, 끓이지
어떻게 차를 끓일까?
않은 물로 차를 우리는 건 실례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손님이 도착한 후 물을 끓인다.
차를 따를 때는 찻잔의 70~80% 정도 따르는 게 좋다. 만약, 잔에 직접 차를 넣어 우릴 때는 두 단계를 걸친다. 먼저 30% 정도 물을 붓고 차를 넣어 잎이 펼쳐지면 다시 물을 70~80%가 될 때까지 붓는다. 중국 속담 중엔 이런 말도 있다. ‘술을 가득 따르는 건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고, 차를 가득 따르는 건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다.’ 손님에게 물을 더 따라야 할 경우엔 절대로 손님 스스로나 자신의 가족이 하지 않도록 한다. 그것은 손님에 대한 실례다.
찻잎은 손으로 잡는 것을 삼가야 하며 작은 찻숟가락으로 뜨는 게 좋다. 찻잎은 습기가 차면 안 되기 때문이다. 손으로 찻잎을 집게 되면 차 통의 찻잎이 수분을 흡수하고, 쉽게 변질된다. 또 비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손님에게 실례를 범할 수 있다.
차를 대접할 때의 행동 하나 하나는 모두 위생과 예의범절의 표현이다. 찻잔을 들 때는 손잡이를 잡고, 손잡이가 없을 때는 잔의 중간을 잡아 손이 잔의 입구에 닿는 것을 삼간다. 잔이나 주전자의 뚜껑을 놓을 땐 뒤집어 놓아 더러워지는 걸 막는다.
차를 나를 땐 절대 한 손으로 찻잔이나 차 주전자를 들지 않는다. 반드시 두 손으로 받들어 든다. 차구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찻잔을 받치는 접시나 쟁반을 같이 놓는다. 차를 받들 때는 두 손으로 찻잔을 놓은 접시나 쟁반을 받들어 가슴 바로 앞까지 들고, 얼굴에는 미소를 띠며 손님 앞까지 들고 와 가벼운 목소리로 “차 드십시오(請用茶)”라고 말한다. 이때 손님은 몸을 앞으로 이동시킨 후 두 손으로 차를 받고 “감사합니다(謝謝)”라고 말한다.
주전자를 이용해 차를 끓이면 동시에 여러 명을 대접할 수 있다. 이럴 때 주전자와 배합하는 찻잔은 큰 것보다 작은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한 번에 모두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주인이 손님과 차를 마실 때는 늘 손님의 차 주전자 안의 양을 확인해야 한다. 이미 반 정도 마셨다면 뜨거운 물을 3분의 2정도 다시 붓고, 마시는 대로 물을 다시 부어서 차의 농도 변화가 크지 않도록 한다. 주전자에 차를 끓이려면 제시간에 주전자 안의 물을 채우고, 차와 함께 적당한 다과를 곁들여서 입맛을 조절한다.
손님이 차를 마실 땐 천천히 마시며 맛을 세심하게 음미한다. 손발을 너무 움직이지 말고 차를 너무 급하게 마셔도 안 된다.
손님을 접대할 때는 존경과 우호, 대범함과 평등의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연회에 손님을 초대할 경우에는 식사 전후 각각 차를 대접한다. 식사 전의 차는 맑고 향기로운 녹차나 화차를 선택하며, 담백한 게 좋다. 입안을 깔끔하게 하기 위해서다. 식사 후의 차는 깊은 향과 달고 맑은 맛의 ‘오룡차’나 ‘보이차’를 선택하며, 깊고 짙은 맛이 좋다. 소화와 해주(解酒)를 돕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