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새벽편지] 소중한 인연


군대를 막 전역하고 지방의 중소기업에 취직했을 때의 일입니다 .

원래 고향은 서울이었는데 지방으로 혼자 내려오니 친구도 없고 많이 외롭더군요 . 그래서였는지 고시원 뒷골목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버려진 개에게 정을 주게 되었습니다 .

퇴근할 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 사서 던져주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 내가 퇴근할 때마다 내 발소리를 알아듣고 반겨주는데 저에게는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

어느덧 저는 개에게 ‘ 명식 ‘ 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주었습니다 .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편의점 아르바이트 아가씨에게 삼각김밥을 받아들고 퇴근하는데 눈길에 미끄러지는 트럭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저는 일주일을 입원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

하필 입원한 날부터 눈이 왜 그리도 많이 쏟아지는지 … . 일주일 내내 고시원의 명식이가 걱정되어 참 애가 탔습니다 . 퇴원하는 날 , 가장 먼저 명식이를 찾아갔습니다 .

나이 먹은 개가 혹시 얼어 죽지는 않았나 걱정했는데 웬걸 , 눈이 잘 들이치지 않는 후미진 곳의 헌 박스 속에서 담요를 덮은 채 잘 자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가 싶어 얼떨떨해하는데 누군가 삼각김밥을 들고 명식과 내가 있는 뒷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

가끔 인사나 나누던 편의점 아르바이트 아가씨가 제가 입원해 있는 동안 명식이를 돌봐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

몇 년 후 명식이는 나이가 많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 늙어 죽었지만 그동안의 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편의점 아가씨와 저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

그리고 지금 그 아가씨는 6 살과 4 살 된 제 아들과 딸의 , 엄마입니다 .

작고 사소한 인연 , 보잘것없다고 생각되는 애정 ,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인생을 진하게 합니다 .

– 살았음이 왜 이리 소중합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