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피서지]경남 밀양 얼음골

한여름 무더위는 냉장고 속에라도 들어가고 싶게 만든다. 단 하루라도 더위를 피할 수 있다면 먼 곳인들 마다할까. 삼복 중에도 냉장고만큼이나 찬바람을 뿜어내는 곳이 있으니 바로 밀양 얼음골이다. 더위가 심할수록 얼음이 많이 언다는 신비한 골짜기, 얼음골로 피서를 떠나보자.

피서를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밀양 얼음골은 재약산(천황산) 북쪽 중턱에 있는 계곡이다. 면적이 약 29,752m²(9천여 평)으로 6월 중순부터 바위틈에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삼복더위 중에 얼음이 가장 많이 얼고, 처서가 지나면서 녹는다. 겨울에는 반대로 더운 김이 피어올라 ‘밀양의 신비’라 불린다. 얼음골의 여름 평균기온이 섭씨 0.2℃이고, 계곡물은 5℃ 정도여서 피서를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얼음골 계곡 하류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얼음골 주차장에 있는 구름다리 아래로 계곡물이 흐른다. 물빛이 투명하여 멀리서도 바닥이 훤하게 들여다보인다. 수심이 낮은 곳에서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한창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구름다리를 건너 얼음골로 가는 길에 얼음골사과를 파는 좌판이 늘어섰다. 얼음골은 조석의 기온차가 커서 사과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상인들이 베어준 사과 한 조각을 입에 넣으니 새콤한 사과맛에 침샘이 찌르르하다. 좌판을 지나 숲으로 들어서자 무릎이 시리기 시작한다. 계곡에서 찬 기운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시린 무릎을 문지르며 5분정도 걷다보니 길 끝에 천황사가 보인다. 명상교를 건너 천황사로 들어선다. 대웅보전 앞에 연분홍빛깔 상사화가 긴 속눈썹 같은 꽃술을 뽐내며 피어 있다. 대웅보전 안에는 통일신라시대 때 만들어진 석불좌상(보물 제1213호)이 모셔져 있다. 이 석불좌상은 아담하고 단단해 보이는 체구에 온화한 기품이 가득하다. 불상을 받치고 있는 대좌에 사자 11마리가 새겨져 있는 것이 독특하다. 사자들이 엉덩이를 뒤로 빼고 불상을 향해 올라가는 듯 한 모습을 하고 있다.
천황사로 들어가는 숲길에는 계곡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기운이 가득하다

천황사 앞에서 한여름에 얼음이 맺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결빙지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천황사를 마주 보고 섰을 때, 오른쪽 계곡길은 결빙지로 가는 지름길이고, 왼쪽길은 가마불협곡을 거쳐서 둘러 가는 길이다. 지름길로 올라갔다가 가마불협곡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자연이 선물하는 신비한 기운

결빙지로 올라가는 돌계단의 바위틈에서 찬바람이 불어온다. 오른쪽길로 가기 위해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를 건넌다. 제법 경사진 돌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돌계단 왼쪽은 바위투성이의 계곡이고, 오른쪽은 숲이다. 계곡 일대는 산사태가 나서 바위더미기가 쏟아져 내려온 듯 한 모습을 하고 있다. 계단에 올라서자 바위틈새에서 샘솟는 찬 기운이 느껴진다.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바로 앞에 서있는 것처럼 시원하다. 바위틈에 손바닥을 대보니 찬 기운이 아니라 찬바람이 느껴진다. 나뭇잎은 미동이 없지만 종아리 맨살이 드러난 부위에 털이 살랑거리는 걸 보면 약한 바람이 바위 주위를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다.

15분 정도 계단을 올라가니 길 끝에 결빙지가 보인다. 산 중턱에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곳이다. 결빙지는 천연기념물(제224호)로 지정되어 철책을 둘러 보호하고 있다. 바위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결빙지는 철책으로 막아놓아 얼음이 맺힌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없다.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면 바위틈새에 얼음이 맺혀 있는 것과 온도계를 볼 수 있다. 결빙지보다 돌계단일대가 더 시원하다.

결빙지를 본 후, 결빙지 옆으로 난 산길로 방향을 잡는다. 이 길은 가마불협곡을 지나 천황사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구간이 나무계단이어서 걷기 좋다. 결빙지에서 10여분 내려오자 가마불협곡이 나온다. 가마불협곡에는 산과 산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암가마불폭포와 숫가마불폭포가 있다. 폭포에 의해 암반이 깎여 나가 그 형상이 가마솥을 걸어놓는 아궁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가마불협곡이라 불린다.

가마불협곡에 있는 암가마불폭포의 물줄기가 굽이쳐 흐른다.
암가마불과 숫가마불은 이웃하고 있는데 암수를 단박에 구별할 수 있다. 암가마불은 골짜기 깊숙이 감춰져 있다. 물길이 수직으로 떨어지지 않고, 굽이굽이 흘려서 이리저리 움직여야 폭포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물길은 좁지만 세차게 흘러내리는 모습이 바위도 뚫을 기세다. 숫가마불폭포는 암가마불폭포의 위용에 기가 눌렸는지 눈에 잘 띠지 않는다. 숫가마불폭포는 폭포수 전체를 완전히 드러내며 수직으로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린다. 가마불협곡을 내려오자마자 제3의 폭포인 무명폭포가 보인다. 규모가 작은 폭포답게 소도 자그마한데 선녀탕으로 부르고 싶을 만큼 물이 맑다.

천황사가 보일 즈음에 데크길이 끝난다. 명선교 옆에 있는 약수로 목을 축인다. 물이 시원한 것은 물론이고,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가니 맛 본 사람마다 감탄을 하는 단물이다.

영화 <방자전>, 춘향이 꽃신을 빠뜨린 거기!

얼음골과 호박소는 바늘과 실이다. 얼음골 주차장에서 2.5km 떨어진 곳에 호박소가 있으니 꼭 들러보자. 호박소는 계곡에 있는 호박처럼 생긴 소(沼)이다. 호박소의 호박은 단호박이 아니라 방앗간에서 쓰던 절구의 일종인 호박을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2010년에 개봉한 영화 <방자전> 초반부에서 춘향이 계곡에 꽃신을 빠뜨려 방자가 헤엄쳐서 건져오는 장면을 찍은 곳이 바로 호박소이다. 이 사건 이후에 춘향은 방자에 대한 사랑이 싹튼다. 영화 후반부에서 호박소가 재등장하는데 이몽룡이 방자와 춘향의 사랑을 시샘하여 폭포에서 춘향을 밀어 떨어뜨린 장면이다.

호박소계곡은 너럭바위 지대이며 물살이 센 편이다.

호박소계곡은 너럭바위 지대이며 물살이 센 편이다.

호박소 주차장에서 소나무숲길을 빠져나오면 곧 호박소계곡이 보인다. 왼쪽은 돌계단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만질만질한 너럭바위위로 세찬 계곡물이 흐른다. 이 계곡은 경사가 있고, 물살이 세서 수영금지구역이다.

호박소는 함지박에 물을 담아놓은 것처럼 생겼다. 단호박처럼 둥글넓적하게 생기기도 했다. 소 둘레가 둥글게 깎인 모양이 반듯해서 사람이 일부러 깎아놓은 것 같다. 호박소는 물빛이 진한 청록빛인 데다가 둘레가 30m나 되고, 깊이는 명주실 한 타래가 들어갔을 만큼 깊다고 하니 머리털이 쭈뼛 선다. 두려워서 호박소 근처에는 가까이 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는 것에 만족한다. 호박소에서 내려와 수심이 얕은 계곡에 앉아 탁족을 즐기니 선녀놀음이 따로 없다.

● 여행정보
주소: 얼음골 경남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얼음골관리사무소 055-356-1915

1. 찾아가는 길: 동대구IC – 신대구고속도로 – 밀양IC – 얼음골 입구에서 2km – 얼음골 주차장
대중교통>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얼음골행 시외버스 07:00 ~ 19:50(30분 간격) 운행

2. 숙소: 얼음골 주차장 일대에 펜션, 민박, 모텔 등 다양한 숙박시설들이 많다. 얼음골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아이스밸리리조트(055-356-7139)이며, 파래소 리조트유스호스텔(055-399-0253), 굿스테이로 지정된 재약콘도모텔(055-351-1194) 등을 추천할 만하다.

3. 맛집: 밀양의 별미는 뭐니 뭐니 해도 돼지국밥이다. 밀양 돼지국밥의 원조집으로 알려진 동부식육식당(055-352-0023)의 돼지국밥은 암소사골로 육수를 내어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정육점을 겸하고 있어 수육도 맛이 좋다. 표충비에서 가깝다.

4. 주변명소로는 가지산도립공원, 표충사, 천황산 등이 있다.
자료출처:공감코리아
글·사진/김혜영 여행작가

(사)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기업체 사외보에 여행칼럼을 기고하며, 라디오와 TV를 통해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 <5천만이 검색한 대한민국 제철여행지>가 있고, 4권의 공저가 있다. 3년 연속 파워블로그인 토토로의 여행공작소(http://blog.naver.com/babtol2000)를 운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