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야말로 휴가철의 시작이다. 온 나라가 들썩이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하는가? 수많은 인파가 넘쳐나는 유명 피서지에서 사람들과 섞여 휴가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알려지지 않은 나만의 장소에서 휴가를 즐기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의 바램. 경기 관광공사가 도내 10곳의 ‘미지의 경기도 계곡’을 소개했다. 그 마지막 비경 세 곳을 소개한다.
포천과 연천의 경계에 지장산 또는 지장봉이라고 불리는 봉우리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제 때 총독부가 잘못 붙인 이름이며, 우리 옛 문헌들은 한결같이 보개산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하루빨리 제 이름을 찾아야겠다. 보개산은 왕건에게 쫓기던 궁예가 최후의 일전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보개산성이라고 불리는 성터가 바로 그 역사의 현장으로 지금은 70미터쯤의 석축이 군데군데 남아 있을 뿐이다.
보개산 동쪽 기슭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길게 이어진 골짜기가 지장계곡이라고도 일컫는 신흥동 큰골이다. 옛 문헌에 ‘보개산 동쪽 양편으로 봉우리가 높게 솟아 물길이 겨우 통하는 골 안에 하얀 돌들이 어지럽게 깔려 혹은 깊은 못을 이루고 혹은 짧은 폭포를 이룬다’고 적혀 있는 아름다운 계곡이다. 이곳을 신흥동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옛날에 동서 15칸, 남북 40칸 규모의 신흥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큰골의 물은 중리저수지를 이룬 뒤에 남쪽으로 흘러 한탄강과 만난다.
위 치 :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중리
찾아가는길 : 포천과 철원을 잇는 87번 국도를 따르다가 중1리에서 들어간다.
대중교통은 포천에서 관인면 중리로 가는 시내버스 이용.
노문8경의 하나인 벽계9곡은 통방산과 곡달산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맑은 계곡이다. 노문리에서 시작하여 북한강과 만나는 수입리, 즉 무드리에 이르는 벽계천이 흡사 새 을(乙)자 모양으로 흐르며 굽이마다 자아내는 정취를 아홉 개로 나누어 구곡(九曲)으로 정한 것이다. 제1곡은 외수입(바깥무드리), 제2곡은 내수입(안무드리), 제3곡은 정지터(이제신 선생의 옛터), 제4곡은 용소, 제5곡은 자라소, 제6곡은 분설담, 제7곡은 석문, 제8곡은 속사천(속사마을 앞을 흐르는 냇가), 제9곡은 일주암(갈문바위의 선바위)을 말한다.
벽계구곡 일원에는 참나무와 철쭉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데다 그늘진 계곡에는 암반이 즐비해 휴식을 취하기에도 그만이다. 더욱이 수심이 그다지 깊지 않고 물살도 세지 않은 편이어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벽계9곡 초입인 노문1리는 조선 말기의 성리학자인 화서 이항로(1792~1868년) 선생이 태어난 곳이기도 한데, 생가가 잘 보존되어 있어 들러볼 만하다.
위 치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노문리
찾아가는길 : 양수리에서 청평 방면 북한강변 도로를 따르다가 수입리에서 우회전.
대중교통은 양수리에서 문호리를 거쳐 노문리로 가는 버스 이용.
말감산이라고도 불리는 마감산은 해발고도 388미터에 불과하지만 이 근방에서는 가장 높다. <여주군지>에 따르면 북벌의 공을 세웠던 이완 장군이 영월루에서 말을 풀어놓았더니 이 산으로 갔으므로 그때부터 마감산(馬甘山)이라고 일컫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옛날에 이 산에 살던 마귀할멈이 사람들에게 심술을 부려 괴롭히기도 하고 때로는 생명을 빼앗기도 하여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는 전설도 내려오는데, 인근 북내면 석우리에는 마귀할멈의 지팡이로 전해지는 선돌이 있다.
마감산계곡은 규모가 작고 소박하다. 그러나 제법 멋을 부린 짤막한 폭포도 있으며 맑은 물에서 노니는 작은 물고기들을 잡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울창한 숲을 이룬 산림욕장이 자리 잡고 있어 계곡 피서와 삼림욕을 겸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마감산 산림욕장에서 폭포를 거쳐 정상에 오른 뒤에 성주봉과 소나무 군락을 거쳐 산림욕장으로 되돌아오는 길이 6㎞쯤의 산행 코스(약 2시간 30분 소요)를 더듬는 것도 좋다. 정상에서 굽어보는 여주평야와 남한강 풍경이 아름답다.
위 치 :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걸은리
찾아가는길 : 여주에서 경기도학생여주야영장(경기도청소년수련원) 방면으로 온다.
대중교통은 여주에서 걸은리 방면 버스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