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공통적인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것이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네팔을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칸첸중가(8,586m), 안나푸르나(8,091m), 마칼루(8,463m), 마나슬루(8,163m), 다울라기리(8,167m), 로체(8,516m), 초오유(8,201m)가 네팔의 대표적인 산들이다.
본격적인 히말라야 트레킹 시즌을 앞둔 9월부터 네팔 산간 마을은 손님 맞을 준비로 바빠진다. 10-11월은 유럽인들로 가득하고 12월부터 2월까지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트레커들로 산이 메워지는데 건기인 10월부터 이듬해 6월초까지가 여행의 적기에 해당한다.
네팔은 북으로 중국 영토인 티벳과 히말라야로 국경을 이루고 있으며 국경에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8000m 이상의 고봉인 초오유, 시샤팡마 등이 나열하고 있다. 히말라야에선 6000m가 넘어도 이름조차 갖지 못한 무명봉도 수없이 많다. 만년설이 하얗게 빛나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1350m)에선 분지를 들러 싼 산 너머로 설산들이 하얗게 빛나고 있어 첫 발걸음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가슴 설레는 매력이 있는 나라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트레킹(Trekking)의 개념은 바로 위의 산들이 위치하는 곳을 찾아가 가까이서 히말라야 산의 장관을 감상하고픈 행위의 일종이다. 하지만 트레킹이 오로지 산의 경관만을 보러 간다고 오해해선 안 된다. 트레킹은 히말라야산, 고산족 마을 여행,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 등등의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의 진정한 목적은 ‘자유와 새로움과의 만남’이 아닐까.
네팔이라는 나라가 한국 근처에 있다면 몰라도 막연히 네팔을 가겠다고 해선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네팔여행을 요약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3개의 트레킹 코스인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랑탕이 네팔에 있다. 1000년의 문화가 생생하게 보존돼 있는 카트만두 유적지와 부처 탄생지 룸비니 불교성지를 둘러볼 수 있고 히말라야 산 밑에 위치한 ‘포카라마을’에서 여유롭게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은 크게 에베레스트 트레킹, 안나푸르나 트레킹, 랑탕 트레킹으로 구분되며 여기서도 세분화되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은 5500m까지 일반인들이 특별한 장비 없이도 오를 수 있게 돼있다. 칼라파타르라는 봉우리에서는 세계최고봉 에베레스트의 일출을 감상 할 수 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은 4160m까지 오를 수 있는데, 푼힐전망대 3220m에서 맞는 히말라야 일출 감상은 네팔 히말라야를 찾는 대부분의 트레커들이 잊지 못할 감동이 되고 있다. 푼힐전망대에서는 안나푸르나봉, 다울라기리봉등 8000m 이상 고봉의 일출을 볼 수 있는데, 전망대에서 기다리는 추위쯤은 어느 누구에게도 불평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랑탕 히말라야는 에베레스트 지역이나 안나푸르나 지역에 비해 자연 그대로라 할 수 있는 순박함이 남아있으나 점점 많은 숙소들이 들어서고 있으면서 편리함이 깊은 산속까지 파고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야크의 배설물을 말려서 연료로 사용하는 오지중의 오지에 속하기도 하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의 특징 중 하나는 한번 설산의 아름다움과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고 여러 차례 방문하는 것이다. 산이 거대하고 지역별도 다양한 설산의 풍경은 유럽 알프스나 로키 뉴질랜드의 자연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자이언트 압력으로, 고향의 향수와 같은 아득한 그리움이 되어 가슴에 만년설로 차곡차곡 쌓여간다.
트레킹이란.
주로 산을 오르면서 여행하는 것을 트레킹이라 부른다. 이것은 눈이 쌓인 곳에서부터 시작해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등산과는 구분된다. 따라서 산을 오른다고 해도 등산처럼 고통을 동반하기 보다는 히말라야의 산기슭을 즐겁게 오른다는 느낌이다.
‘트레킹’의 어원은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를 타고 수렵을 찾아 정처 없이 집단 이주한데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이해할 수 있겠다.
산길은 현지인들의 생활권이므로 걷는 길도 마을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다. 대자연이 한가운데를 걷는 일도 있지만 비교적 사람 냄새가 나는 인간적인 여행일 때가 많다.
트레킹 지역에 도착하면 한국적인 사고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네팔의 관습에 따르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히말라야의 자연은 스케일이 크고 대부분 3000m를 넘으며 어떤 경우는 5000m 높이 까지도 오르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의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오지에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코스라면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또한 자연을 즐기며 한가로이 사색에 잠겨 이국이 정취를 돌아보다 보면 외국인 트레커와도 쉽게 친해지거나 하게 된다.
트레킹의 목적
트레킹이란 단어가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히말라야 등반을 다녀온 산악인들에 의해 일반인에게 전해졌기 때문에 아직 한국 내의 인식은 등반 전초전에 필요한 훈련쯤으로 알고 있다. 트레킹은 결코 산악훈련이 아니라, 괴나리봇짐 하나 달랑 메고 떠나는 소풍이다.
뿐만 아니라 혈기왕성한 젊은이들만 트레킹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 지긋한 노인분들도 참가할 수 있다. 트레킹을 가는 목적은 몸과 마음의 휴식을 갖기 위함이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앞사람의 뒤통수만 열심히 쫓다 보면 산의 진수는 보지 못하고 체력훈련만 하고 돌아오는 우리나라의 등산 스타일과는 대조적이다. 트레킹을 떠날 때 자연을 여행하며 그 나라 문화의 참맛을 즐기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편안하고 보람된 여행이 될 것이다.
구미카엘라 기자( [email protected] )